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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랑니 무조건 빼야 하나?






잇몸 제일 뒤쪽에 나는 사랑니는 대부분 뽑는 게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랑니가 대개 좁은 공간을 비집고 올라와 이미 자기 위치를 잡은 치열을 흩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랑니가 다른 어금니보다 튀어나와 있으면 턱을 옆으로 움직일 때 방해가 되고 심지어 두통이나 어깨 결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잇몸 속에 묻혀 있는 매복 사랑니는 염증과 물혹을 발생시킬 가능성 크고 그대로 두면 턱뼈를 녹이거나 신경마비, 안면 비대칭까지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사랑니는 될 수 있으면 뽑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도 치과계에서 만만치 않다.





사랑니 보존론을 펴는 측은 사랑니의 다양한 용도에 주목한다. 가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사랑니는 무엇보다 다른 어금니와 치아가 받는 힘을 분산하고 덜어준다. 어금니 보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더욱이 사랑니를 남겨두면 다른 어금니를 상실했을 때 자가 치아 이식술을 통해 옮겨서 심을 수도 있다.


실제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랑니로 빠진 어금니를 대체하는 교정 치료법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사랑니로 어금니를 대체하는 교정치료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서울성모 치과병원 교정과 국윤아 교수팀이 2010~2012년 사이 어금니(첫 번째)가 빠진 환자 36명에게 두 번째 어금니와 사랑니(세 번째 어금니)를 당겨 빠진 치아 자리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을 시술해보니 교정 효과가 우수했다. 이 교정법은 환자 본인의 치아를 이용하는 데다 인공 치아 이식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랑니는 이른바 브리지(Bridge)의 지지대로 쓸 수도 있다.  브리지는 '다리'라는 영어 단어 뜻 그대로 치아와 치아가 연결된 다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보철물을 말한다. 상실된 치아 양쪽에 아직 치아가 있을 때 사용되며, 틀니와 달리 넣고 뺄 수 없도록 치아에 접착하는 고정 보철물이다. 사랑니가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빼야 하는 증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네덜란드 라드보드 대학 네이메헌 메디컬센터의 테오도루스 메테스 박사에 따르면 매복 사랑니를 그대로 두면 두 번째 어금니에 궤양, 물혹, 통증 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평생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장차 발생할 수도 있는 이런 문제들을 미리 막고자 발치할 경우 치료비와 통증은 물론 영구적인 신경 손상, 턱 골절, 주변 뼈 및 조직 감염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사랑니를 그대로 뒀을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니 존치론자들도 사랑니가 문제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에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어떤 상태인지 살피는 등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랑니는 신경 써서 양치질하더라도 깨끗이 닦이지 않기에 충치가 생기기 쉽다. 사랑니가 충치가 되면 옆에 붙은 치아에도 영향을 줘 연쇄적인 충치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사랑니를 가능한 한 뽑지 않되, 3개월에 한 번꼴로 치과에 들러 점검을 받는 게 좋다고 치과 전문의들은 권했다.


<참고도서 : 치아 절대 뽑지 마라(기노 코지·사이토 히로시 지음, 이승종 감수, 황미숙 옮김, 예문사 刊)>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