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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피곤에 지친 직장인에게는 낮잠이 보약?






시에스타는 지중해 연안과 남미 국가의 오랜 낮잠 관습이다. 스페인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기업과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최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이 시에스타 폐지와 근무시간 2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긴 했지만 낮잠이 주는 효용을 설명하는데 시에스타는 좋은 사례다.





한국인은 더 피곤하다. 경쟁이 체화된 사회에서 근면 성실은 필수다. 아침형 인간이 미덕으로 여겨지면서 승진을 넘어 학원 새벽반이 유행하는 지금이다. 새벽에 출근해 늦은 밤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에게 은 항상 부족하다. 상사 눈치에 맘 놓고 쉬지 못하는 이들은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회사 주변의 쉴 만한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17명을 조사한 결과 97%근무시간 중 졸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90%근무하는 회사에 시에스타가 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피곤하게 살고 있고, 그 피로를 풀어줄 시설과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래 지친 직장인의 도피처는 사우나였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사우나는 점심시간마다 4050 넥타이 부대로 가득 찼다. 그러나 최근 2030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5∼10만원대 영양주사가 유행하고 있다. 강남 광화문 여의도 일대 피부과·내과를 찾아 주사를 맞으며 잠을 청하는 것이다. 낮 시간 여의도 일대 유흥주점 10여곳은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하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룸을 제공하고 있다. 1시간여 쉬고 갈 수 있는 수면 카페도 강남과 여의도 일대에서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여의도의 한 영화관은 1만원에 1시간동안 잘 수 있도록 상영관을 대여해주고 있다.





이미 외국 기업은 관련 제도를 정착시켜놨다. 일본 IT업체 휴고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낮잠 자는 시간으로 운영한다. 또 다른 일본 IT업체 오쿠타는 업무 중 20분간 낮잠 자는 파워 낮잠 제도를 도입한 뒤 업무상 실수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거쳐 온 한국 문화의 특성상 휴식을 안 좋게 보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피곤에 지친 직장인에게 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을 도와주는 낮잠 관련 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번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