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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밥 먹을 시간도 부족, 학원에 치인 아이들의 건강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취재한 적이 있다. 즐비한 학원들 사이에 위치한 패스트 푸드점은 오후 4시가 넘자 사람으로 북적댔다.





한 주부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매장으로 들어섰다. 아들 가방을 대신 메고 있던 엄마는 급히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시간에 쫓기는 듯 수차례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다가가서 묻자 아들의 학원 수업이 시작하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아들은 잽싸게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뛰어갔다. 밥먹을 시간이 부족해 패스트 푸드로 한끼를 때우는 거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도 비슷한 모양새다.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이 빡빡한 학원 수업 때문에 ‘집밥’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학원에서는 수업 중간에 저녁 먹을 시간을 따로 주기도 하지만 20~30여분에 불과해 도시락을 먹기에도 부족하다. 학벌 사회와 무분별한 교육열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현장이다.





공부를 위해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포기하는 건 너무 서글픈 일 아닌가. 전문가들은 열량이 높고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가득한 식단은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영국 브레인바이오센터의 패트릭 홀포드 박사는 패스트푸드 위주였던 초등학생의 식단을 현미밥과 채소 위주의 ‘집밥’으로 바꾸자 성적이 최소 14% 올랐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네 교육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 풍경이라면, 부모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싸주는 건 어떨까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서다.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