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90%가 스마트폰을 보유한 시대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매일 수시간씩 지내는 일이 일상이고, 폰이 없으면 불안에 빠지는 것을 보면서 부모들은 과연 과도한 스마트폰, 태블릿, 비디오게임 사용을 우려하고 있다.
과연 스마트 전자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해를 미치게 될까? 이에 대한 가장 방대한 연구가 미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9~10세 아동 11,000명을 대상으로 21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수십 년간 추적조사를 벌이는 장장 3억 달러 규모의 청소년뇌 인지 발달 연구(Adolescent Brain Cognitive Development Study ∙ ABCD 연구)다. 그 연구의 초기 중간 결과가 최근CBS에 의해 보도됐다.
ABCD 연구 참가자 4,50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 영상(MRI) 촬영으로 뇌의 변화를 알아본 결과 우선 드러난 사실은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자의 대뇌피질이 연령보다 더 일찍 얇아진다는 점이었다. 피질이 얇아지는 것은 성숙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인데, 스마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아이들의 경우 이런 뇌 성숙이 더 일찍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연구자들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뇌기능 검사에서는 하루 2시간 이상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아동의 경우 사고력과 언어능력 점수가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의 두뇌는 25세 중반까지 계속 발달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스마트 기기로 인해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것은 운동이나 독서와 같은 다른 활동에 의해 뇌가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문제 해결력이 떨어진다거나 정서적 불안이 야기되는 등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가인데,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그 결과가 뚜렷한 방향을 갖지는 않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4년 퀸스대 연구자들이 정교하게설계된 43개의 연구로 얻어낸 결과는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NIH 가야 도울링 박사는 “(뇌의 조숙한 변화가) 스마트 기기의 과도한 사용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 또 나쁜 것인지도 아직은 모른다”라며 “장기간 연구를 통해 우리가 밝혀내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CBS에 말했다.
어쨌거나 미국 소아과학회는 24개월 미만 유아에게 화상 채팅을 제외하고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정 및 권고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을 주도한 시애틀 아동병원의 디미트리 크리스타키스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스마트 기기로 얻은2차원적 지식은 3차원 지식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즉, 앱으로 블록 쌓기를 익힌 아이들에게 실제 레고를주면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야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유아들은 청소년보다 스마트 기기 중독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CBS에 말했다. 스마트 기기에 중독성이 있는 것은 자명하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뇌를 촬영하면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도파민은 갈망과 욕구의 핵심 물질로 도박이나 게임 등 중독 메커니즘의 결정적인 매개체다.
사실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기 전에는 연구자들이 TV나 폭력적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수많은 연구를 했다. TV도 한때 ‘바보상자’로 불리며 청소년들에게 금지해야 할 대상으로 꼽혔고, 폭력적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비행과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서도 확실한 한가지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TV를 많이 보더라도 보는 방식(가족과 함께대화하며 보는지 등)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는 연구도 있고, 폭력적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폭력적 성향이 발견되기는했지만 둘 중 무엇이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는 연구도 있다.
스마트 기기가 과연 지식과 인간관계의 폭을 넓혀주는 기술의 총아인지, 청소년 사용을 제한해야 할 대상인지 알기 위해선 ABCD 연구의 진행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그 결론은 “적절히 이용하라”는 예상 가능한 수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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