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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퇴.계.의 만병통치약 주화탕과 화기환 비법

  놀랍게도 세상에는 만병통치약이 존재했다. 30가지 약재를 넣어 달인 중화탕과 위급상황에 즉효인 화기환
  이 그것. 이것은 약장수의 허풍이 아니다. 퇴계 선생이 <활인심방>이란 의학서에 친히 남긴 명약이다. 중화
  탕과 화기환의 특효와 <활인심방>에 담긴 건강비법을 살펴본다.

 


퇴계 선생의 만병통치약


이 세상엔 두 가지 만병통치약이 있다. 하나는 의사가 포기한 병도 이 약만 달여먹으면 완치된다는 이름하여 ‘중화탕’, 다른 하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불에 타듯 열이 날 때 효험을 내는 ‘화기환’이 그것이다. 이 명약들은 퇴계 이황이 쓴 의학서적 <활인심방>에 나오는 것이다.

 


“원인은 스트레스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진단을 받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의사들도 특별한 처방이 없으면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곤 하지 않는가. 실제로 종합병원 환자 70~80%의 병명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이 편안하면 누군들 무병장수하리란 걸 모르는가. 당장 오늘부터 야근을 해도 해결이 될지 말지고, 다음 달은 은행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퇴계 선생은 어릴 적부터 잦은 병치레 때문에 건강법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레 의학서적에 몰두하게 되었다. 직접 쓴 묘비명에도 자라면서 몸이 자주 아팠다고 남겼을 만큼 병약했는데 <활인심방> 덕분에 건강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활인심방>의 내용은 하나로 압축할 수 있다.

 

“병을 얻은 다음에 손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가다듬고 수양을 쌓아야 한다. 모든 병은 마음가짐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했는데도 질병에 걸리면 그때는 별 수 없이 약을 먹고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즉,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을 다스리면 무병장수 할 수 있다는 것. 쉽게 생각해 보라. 사람이 불을 오래 생각하면 몸이 더워지고, 얼음을 오래 생각하면 차진다. 무서우면 머리카락이 꼿꼿해지고 크게 놀라면 진땀이 난다. 몸의 작은 변화 하나 하나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니, 당연히 건강도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자, 이제 앞서 말한 만병통치약의 비밀을 밝힐 때가 되었다. 중화탕이란 30가지의 약재를 넣고 다리는 한약이다. 그런데 이 약재가 기가 막히다.“ 사악한 일을 생각하지 말 것, 좋은 일만 할 것, 스스로 마음을 속이지 말 것, 자기 분수를 지킬 것, 샘을 내거나 시기하지 말 것, 겸손하고 상냥할 것, 욕심 부리지 말 것, 검소하고 절제할 것, 함부로 성내지 말 것”, 지켜야 할 마음가짐 30가지를 가루 낸 뒤 느긋하게 달여 때를 가리지 말고 수시로 복용하라”고 썼다. 참으로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처방이다.

 

화기환 또한 놀라운 약이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침으로 참을‘인(忍)’자를 녹여 천천히 씹어 삼키는 약이다. 욕심이 생기고, 분할 때 특효인데 이 약을 먹고 나면‘내가 잘 참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섣부른 사람은 이 무슨 사기냐며 불평하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불멸의 만병통치약이 존재할 줄 알았는가!

 

 <활인심방>에 나오는 중화탕의 30가지 약재를 항시 마음에 품고 살면, 그것이 바로 무병장수의 비법인 것이다. 누구는 몰라서 못하냐 겠지만 노자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나의 말이 알기쉽고  행하기도 쉬운데 사람들이 이를 행하지 않는다”라고.

 

 

눈이 맑아지고 귀가 밝아지는 법

<활인심방>의 키포인트는 마음가짐이지만 몸으로 하는 실천 방안도 있다. 즉 운동법과 식사법, 호흡법 등이 담겨 있다. 머리를 자주 빗질하면 풍이 없어지고 눈이 밝아지며, 잘 때 죽은 사람처럼 똑바로 누워 자면 건강에 해로우니 몸을 구부리고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 외에도‘퇴계 선생의 실내 체조법’은 좁은 실내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밖에서 뛰거나 놀 수 없는 유학자에게 이런 실내 체조법은 적격이었을 것이다). 양 손바닥을 마주 비벼 열이 날 때 두 눈을 지그시 눌러주는 동작을 27번 반복하면 풍을 막아주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양쪽 콧등을 20~30번 문지르면 폐에 좋다고 한다.

 

퇴계 선생은 채식 위주의 검소한 식단을 즐겼다. 이는 일명‘활인정식’이라 하여 안동지역의 식당에서는 손쉽게 맛 볼 수 있는 메뉴다. 안마, 씀바귀, 당귀, 두부 등 안동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제철 식재료와 발효식으로 구성된 상차림으로 그 맛이 담백하고 깊이가 있다. 몇 년 전 북한에서는 <활인심방>을 얇은 책자로 편집해 인민들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의료체계가 허술한 북한의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지만, 그만큼 현대인에게도 유용한 의학서인 것.

퇴계 선생이 친히 알려준 올바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체조법과 식사법을 지킨다면 기력이 쇠할 일은 없을 것이다.

 

 

   퇴계 선생의 초가을 건강 비법
  가을이 코앞. <활인심방>의건강비책으로 여름이 남아있는 초가을을 건강하게 시작해 보자.

  1. 무덥더라도 모든 음식은 끓이거나 데워 먹는다. 그래야 찬바람이 도는 가을이 돼도 뱃속이 따뜻하며, 혈기가 왕성해 질병
     을 예방한다.

  2. 덥다고 찬물로 몸을 씻으면 열기와 냉기가 맞부딪쳐 오장이 메마르며,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시력이 상한다.
  3. 특히 노인들은 파나 마늘처럼 자극성 있는 채소류를 많이 먹지 말 것. 이런 채소는 기를 다스려 주기는 하나 여름에 많이
     먹으면 눈과 귀에 안좋다.

  4. 은 자리나 누운 자리에 바람이 통할 때 그냥 견디면 안 된다(에어컨 바람이 그러하다). 처음엔 못 느끼나 결국 몸을 해치
     게 되며, 특히 노인은 풍이 들기 쉽다.

  5. 엇보다 몸가짐을 바로 하라. 조급해 말고, 말과 태도는 조용히 하며, 성내지 말고, 욕망은 절제하고 식사는 검소하게 해
      야 건강하게 가을을 맞을 수 있다

 

글_ 김나랑<Elle> 기자,

자문_ 이윤희퇴계학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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