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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남자의 가을이 더 우울한 이유?


 

 보통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감정에 민감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어린 시절 학습의 영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와 달리 선천적으로 감정에 둔한 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남자는 여자보다 감정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이런 남자들이 감정의 변화를 비교적 크게 경험하는 계절이 왔다. 바로 가을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봄을 여자의 계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가을을 탄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평소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던 남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본인 스스로도 적잖게 당황한다.


 그렇다면 남자는 왜 가을을 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은 일조량의 감소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패턴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일조량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우울감을 많이 호소하는데, 이를 가리켜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이 남성에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기에 남자가 여자보다 가을을 타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이들은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도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자의 경우 가을에 오히려 남성 호르몬(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만드는)이 가장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동물과 달리 호르몬의 변화가 크지 않으며 그 영향도 미미하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생물학보다는 심리학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성취지향적인 남성의 당연한 결과

 

 여러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다. 그 중 한 가지를 꼽자면 남자는 성취(과제)지향적, 여자는 관계(정서)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남자는 여자의 투정에 공감을 해주기보다는 시시비비를 따지려 들고, 여자는 남자의 이야기에 공감과 위로를 제공한다.  공감을 바랐던 여자는 남자의 이런 태도에 기분 나빠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언을 원했던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약하게 본다고 생각해 자리를 피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취지향적인 남자의 성향이 가을을 타게 하는 주원인이라고들 말한다.

 가을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수확의 계절이라는 점에서 남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그 동안 무엇을 성취했는지 따져보게 된다.

 당연히 직장과 가정, 대인관계의 여러 측면에서 모두 완벽할 수 없는 만큼 성취감보다는 좌절감과 공허감, 허무를 느끼는 남성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으로 생겨난 착시 현상

 

 이와 더불어 남자가 가을을 타는 또 다른 이유로 고정관념을 들 수 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 이라는 고정관념의 영향 때문에, 가을이면 남자들이 평소처럼 느끼는 기분 저하를 더 크게 지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 우울을 잘 느끼지 않던 기운찬 남자들도 가을이 되면 왠지 많은 이들이 기대와 예상처럼 어느 정도는 우울해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력에 반응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이나 타인의 생각과 기대, 고정관념을 스스로 충족하려는 경향을 가리켜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여자라면 간단한 실험을 해봐도 좋다.

 주변 남자에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래. 그래서 많은 남자들이 우울하다던데 넌 어때?’ 라고 물어보라.

 그 순간 그 남자는 자신의 여러 감정 중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에 갑자기 집중하게 되면서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아. 나 얼마 전에 우울했거든. 나 가을타고 있나봐’ 라는 대답을 할 가능성이 많다.

 

 만약 한 번의 질문에 상대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여러 차례 질문을 해보라.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기분저하라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이유와 상관없이 가을을 즐기자

 

 남자, 특히 한국남자는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죽기 전까지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절대명제 하에서 살면서 감정 표출을 억압해 왔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이런 방식은 결코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하다.  적절한 순간, 적절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여러 모로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남자들이 가을을 핑계 삼아 평소 느끼지 못했거나 표현하지 못했던 여러 감정을 느껴보고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을 마음껏 즐겨보자.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감정을 마음껏 느껴보자.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뿐더러,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점검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을이 초래하는 감정이 공허와 우울처럼 부정적 감정인 경우가 많지만, 부정적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부정적 감정 역시 잘 인식하고 표현하면서 활용하기만 하면, 우리의 삶을 얼마든지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시 <낙엽>.

 우리나라에서는 개그우면 이경실씨가 TV에서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가’라고 낭송하면서 유명해 졌다.  그 후로 이 시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가을의 시가 되었다.

 

 만약 이 시에 어울리는 장면을 고르라면 어떤 것이 어울릴까?

 낙엽을 밟으면서 뛰어노는 아이들? 아니면 낙엽을 밟으면서 걷는 총각이나 아가씨? 중년 여성? 모두 아니다.

 가을과 낙엽에 어울리는 장면은 단연 가로수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쓸쓸히 걷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봄은 여성의 계절,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봄을 타는 여성은 소녀나 중년보다는 아가씨가 아닐까 싶고, 가을을 타는 남성은 소년이나 청년보다는 중년이 아닐까 싶다.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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