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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소주 먹고 음주단속현장을 경험해 보니... 학창시절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같이 다니면서 동성애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절친했던 고향의 죽마고우 녀석이 나이 40대에 이르러서야 결혼을 한 뒤 집들이를 한단다. 불알친구들이 저녁에 다 모였다. 상 다리가 휠 정도로 잘 차려진 음식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신나게 술을 마셨다. 몇 녀석이 거하게 취할 때 쯤 바로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내 어깨를 툭쳤다. “ 야 임마, 저 인간이 결혼해서 제일 기뻐할 놈이 너인데 왜 소주 한 잔 안하냐?” 며 농담스런 핀잔을 준다. 운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에이, 운전 안 해 본 놈 있냐? 까짓 거 한두 잔 어때. 이런 날 한 잔 해야지.”라며 부추겼다. 그러자 일제히 “야, 샌님 같은 놈아 한 .. 더보기
봄이 되면 내 이름이 사랑스러운 이유 여러 홍보문구를 새긴 현수막을 비롯해 아직 바람이 매서운 겨울부터 시작한 봄의 예찬은 여기저기서 넘쳐난다. 언제나 봄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그 문구가 내 눈을 사로잡는 순간부터 '나를 아는 사람들 중 저 광고를 보면서 과연 몇 명이나 나를 떠올릴까?' '이 만큼 생기가 흐르는 이름이 또 뭐가 더 있을까?' 나름의 나르시시즘에 빠져 한참을 아릇한 기분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정작 아무도 나를 떠올리지 않는데, 혼자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봄마다 흩뿌려져 있는 그런 문구들은 내 기분을 늘 좋게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봄보다 상큼한 새봄은 요즘 한창 빛을 발하고 있다. "새봄맞이 대축제" "새봄 - 그 설레는 시작" 그렇다고 여태껏 이름이 내게 늘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다. 198.. 더보기
작년 다이어리를 보며 눈물 흘렸던 사연   작년 초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조금만 쉰 후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제 뜻대로만 되지 않았죠. 3개월 동안 쉬었다가, 선배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데도 취직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그래 분명히 나를 알아주는 곳이 따로 있을 거야라면서 그냥 곧 있으면 바로 취업이 될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은 흘러 한해가 다 갔습니다. 거기에다가 경제도 어려워지면서, 나라 안팎으로 불안감도 가중되다 보니 이제, 이력서를 쓰는 것도 지쳐가고 취업이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작년 한 해, 이력서만 무려 100통을 넘게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했습니다. 12월 31일에는 정말 이제는 취업하는 .. 더보기
비좁고, 답답한 지하철 출근길이 우울하지 않는 이유 출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그날은 앞사람을 뒤에서 힘껏 밀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는 말도 있지만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일단 타기로 결정하고 앞 사람을 미는 순간 쇼핑백이 선로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아저씨, 가방 떨어졌어요.”한 아주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걱정을 했다. 가방 안에는 오늘 당장 제출해야 할 보고서와 애지중지 아끼는 수첩 그리고 안경이 있었기에 다음 열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역무실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했다. “저어, 가방이 선로 밑에 떨어졌는데요.” “어디예요. 어디.” 오히려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며 한 공익근무요원이 황급히 떨어진 장소로 갈 것을 재촉했다. 그 분은 위험을 무릅쓰고 .. 더보기
나누며 사는 것이 쉽다는 요양보호사를 따라가보니... 논 가운데 자리한 푸르른 소나무를 닮은 사람들이 사는 곳, 그 집 앞 개울가에 어느새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1년 전, 할머니가 중풍 후유증으로 오른팔과 다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치매까지 있어 할아버지가 대, 소변을 받아내며 살림을 하고 있었는데 집은 엉망이었다. 문을 열면 코를 찌르는 냄새와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옷가지, 지린내가 진동하던 화장실, 몇 날 며칠을 치우지 않아 겨우 할머니가 누울 정도의 잠자리. 할머니는 노인요양 2등급 수급자가 되어 시설 입소가 가능했지만, 그래도 함께 살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재가요양을 받게 되었다. 광시면에 위치한 조그만 재가요양센터, 사랑의 장기요양기관 소속인 오숙자 요양보호사가 할머니를 담당하면서 그 집은 변화되기 시작했다. 앉아 옮기기 어려웠.. 더보기
50세 아들 머리 깎아준다는 팔순 노모의 사연 '애비야 머리 깎자' 팔순이 가까운 엄니께서 이발도구를 챙겨 놓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2월 달력 장을 떼어 냈다고는 하나 아직 바람이 찬 3월 첫날, 엄니는 예외 없이 양지쪽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아두고 50세가 다 된 아들을 향해 소리치십니다. "애비야 머리 깎게 어여 나와." "더 있다 깎아도 되겠구만유." "아녀. 나이 들수록 머리카락이 길면 사람이 초라해 보인다니께." 매 달 초하루만 되면 엄니와 똑같은 대화가 반복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습니다. 5년 전 아버님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해도 울 엄니는 아버님의 전용 이발사셨습니다. 우리 삼형제 역시 어려서부터 엄니께서 머리를 직접 깎아 주셔서 분가해 살기 전까지는 이발소에 가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이 작고하신 뒤부터 이발 기계.. 더보기
다 큰 딸에게 '똥이나 싸'라는 아빠의 문자 아빠는 따스한 미소와 자상함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런데 사업을 하시던 중 동업자분 이 큰 빚을 졌고, 졸지에 사기 공범으로 몰려 빚쟁이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일로 경찰서까지 갔으나 아빠는 무죄방면되셨다. 그후 아빠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 폭행의 악몽 때문에 잠꼬대까지 하시던 아빠는 점점 변하셨다. 말수가 확 줄며 성격도 무뚝뚝해지고 벙어리가 되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다니던 기획회사는 전시와 이벤트 대행 전문 회사였는데 그날 마침 야외 작업 중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무슨 일인가 싶어 열어봤더니 ‘긴급대출 OOOO번’이라는 내용 아닌가.‘ 젠장’하면서 닫아버렸다. 그런데 잠시 후 5분 만에 진동. 이번에는“8282 대리운전, 언.. 더보기
갑자기 사라진 마사지사의 이유 동네 목욕탕에 갈 때마다 자신이‘백말 띠’라며 띠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마사지사 언니가 있다. 동네사람들이 애용하는 목욕탕인데 우리가 그냥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는 백말 띠로 인해 팔자가 드셀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 때밀이가 직업이 된 것 같다며 재미있는 수다를 떠 는 마사지사다. 그녀는 그 목욕탕 4명의 마사지사 중 대장 격이었다. 나이가 가장 위이기도 했지만 곱상한 얼굴에다 항상 웃는 모습으로 분위기 조성을 잘했다. 그 목욕탕에서만 7년 차라고 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인기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이유는 딴데 있었다. 그녀의 착한 심성 탓이었다. 우리네 젊은 아줌마들의 때를 밀 때는 당연히 돈을 받지만 혼자 오신 할머니 손님이 계시면 반드시 모셔다가 때밀이 무료 .. 더보기
우리 딸 물텀벙이처럼 태어날 뻔한 사연 나는 결혼을 늦게 한 데다 2년이 지나서 임신을 했는데 입덧은 다른 사람보다 유별났다. 온종일, 아니 잠을 자도 눈앞에 먹는 것만 보였다. 입의 변덕이 죽 끓듯해서 금방 먹고 싶다가도 얼마 뒤면 그 음식 떠올리기가 싫고 그러다가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나른한 상태로 TV를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비몽사몽간인데 언제 퇴근했는지 남편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손질하고 있는 재료는 해물이었다. ‘물텀벙'이라고 부르는, 워낙 봐줄 것 없이 생겨먹은 꼴에다가 살도 붙질 않아서 생선 축에도 못 끼던 고기다. 평소엔 징그럽게 느껴지더니만 오늘은 아직 날 것인 채 손질을 하는 중인데도 내 입에 군침이 도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낙 .. 더보기
울진대게축제 현장에서 대게가 사람 잡다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단비가 촉촉이 내렸다. 비가 내린 끝자락 저만치서 봄은 꿈틀거린다. 을 씨년스런 날씨도 춤추는 대게 앞에 한발 물러섰다. 2010국제울진대게축제가 후포항 한마음 광장 에 2010년 2월 26일부터 2월 28일까지 사흘간 성황리에 열렸다. 음력설을 전후해서 가장 맛있다는 대게, 그 대게를 찾아 전국 각지의 손님이 찾아 들었다. 하나의 예술 작품에 가까운 대게요리 작품전 대게의, 대게에 의한, 대게를 위한 국제울진대게축제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울진 대게 요리 시연, 대게 요리 작품전에는 음식이라기 보다 하나의 예술 작품에 먹기 아까운 대게를 주제로 한 게살 푸딩, 대게 단 호박죽, 대게 어묵전골 등 대게를 소재로 한 형형색색의 각종 요리가 관광객의 시선을 끌어 연방 플래시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