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MBTI, 얼마나 믿을 만한가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성격 지표가 있다. 바로 ‘MBTI’다. MBTI(Myers Briggs Type Indicator)란 1900년대 미국의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 두 모녀가 스위스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하 융)의 ‘성격유형론’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연구, 개발해 온 선호지표다. 한국에선 지난해부터 MBTI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각종 미디어와 웹상에서 MBTI가 유행하면서 10, 20대의 인사법처럼 통용되고 있다.
MBTI는 네 가지 지표를 설정한다. 에너지의 방향, 인식 유형, 판단 기능, 생활양식 등이다. 이후 지표마다 상반된 두 가지 성향을 알파벳으로 표현하게 된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등이다. 결국 나올 수 있는 조합은 총 16가지다.
예컨대 ‘수완 좋은 활동가형’으로 분석되는 ESTP는 외향형·감각형·사고형·인식형의 조합을 뜻한다. 이 밖에도 조합에 따라 ISTJ(세상의 소금형), INTP(논리적인 사색가형), ENTP(변론가형) 등 16가지 유형마다 서로 다른 별명이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ISTJ 세상의 소금형 / ISFJ 임금 뒤편의 권력형 / INFJ 예언자형 / INTJ 과학자형 / ISTP 백과사전형 / ISFP 성인군자형 / INFP 잔다르크형 / INTP 아이디어 뱅크형 / ESTP 수완 좋은 활동가형 / ESFP 사교적인 유형 / ENFP 스파크형 / ENTP 발명가형 / ESTJ 사업가형 / ESFJ 친선도모형 / ENFJ 언변능숙형 / ENTJ 지도자형 등이다.
한국MBTI연구소에 따르면 MBTI 테스트는 1990년에 국내에 도입돼 기업의 채용이나 학생들의 진로 파악에 주로 쓰여왔다고 한다.
MBTI가 인기를 끌면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MBTI를 과도하게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MBTI 맹신자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유형을 물은 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상대방을 비교하며 쉽게 예단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MBTI는 혈액형이나 별자리 등보다는 그나마 과학적이라는 평가다.
MBTI를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전문가를 통해 정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흔히 돌아다니는 무료 성격 유형 검사는 대부분 가짜라고 한다. 인터넷에 퍼져 있는 전형적인 MBTI 검사는 7가지 척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검사는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결국 MBTI 유형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선 MBTI 유형이 맞지 않는다며 소개팅을 거절하거나 팀원의 MBTI 유형으로 업무 능력을 미리 예단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연인 간 MBTI 궁합이나 상사와의 적합도는 재미로만 보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MBTI 과몰입이 포러 효과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버트럼 포러가 심리학 입문 강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점성술책을 참고해 만든 가짜 심리검사를 했다. 가짜라는 사실을 모르고 응한 학생들의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게 나왔다.
성격 유형 검사에서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을 개인적인 특성으로 여기며 너무 의존하고 신뢰하게 된다는 게 포러 효과다.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라도 MBTI는 가벼운 재미 정도로만 즐기고, 나와 남의 관계나 제삼자의 성격이나 인상을 파악하는 도구로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