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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0 병아리와 딸아이의 짧디 짧은 만남과 이별 (2)

"삐약, 삐약…."

6학년인 딸아이가 가져온 하얀 봉투 속에 학교 앞에서 샀다는 병아리 두 마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엄마, 나 병아리 키워도 돼?"  하도 애처롭게 애원을 해서 "그래라, 근데 아빠가 허락해 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온 걸 어떻게 하겠니."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쓰레기 재활용통으로 가더니 큼직한 종이상자를 가지고 와서는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병아리를 살짝 내려놓더니 계란을 달라고 합니다.


"왜?" 딸아이 하는 말이 외할아버지가 병아리 키울  때 그렇게 하셨다고 하는 거에요. 매년 방학이면 체험교육 삼아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내다 오는데 병아리 키우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나 봅니다.

 

  '세상에!' 조금 있다가는 내 아끼던 토끼털 외투로 종이상자를 덥어주고 보일러를 더 올리라고 난리인
  것 있지요? 병아리는 따뜻해야 한다며 행여나 어찌될까 자기가 보고 익힌 방법을 최대한 응용하고 있
  는 것 같았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말린 시래기를 잘게 쪼개서 계란에 비벼주질 않나, 딸기 먹여도 되냐며 물어도 보고 냉장고를 이곳저곳 뒤지고….

조금 있으니 삐약하는 소리가 약해지고 간혹마다 소리를 내어서 깜짝 놀라 어떻게 되었냐며 걱정스러운 맘으로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엄만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았으면서 그것도 몰라요?" 하는 겁니다.   

  병아리가 안정을 찾고 따뜻해지니까 울음소리가 줄어든 것이라며, 열심히 맘마를 먹는다고 말하는 딸아
  이가 그렇게 기특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아빠의 퇴근시간이 되자 딸아이는 못내 걱정스러워하더군요. 분명 아파트에서는 병아리를 키우지 못하게 하실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허락을 받아달라며 엄마에게 아양을 부리고, 집안청소도 깨끗이 해놓고, 아빠의 신발을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 닦고….

결국은, 하루이틀만 키우고 주말에 외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자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튿날, 외출해서 돌아와 보니 친구들에게서 얻었다며 아홉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종이상자에 넣어놓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더군요. 집에서 허락을 받지 못해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낸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준 모양입니다.


주말이 되어 아쉬워하는 딸아이와 함께 병아리를 갖다주러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습니다. 외할어버지 농장의 햇볕 좋은 키위밭 안에는 이제 갓 부화한 예쁜 병아리가 백 마리도 넘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기러기, 오리, 거위까지 잘 자라고 있어서 딸아이의 울먹하는 맘도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엄마, 친구들이 생기니까 더 잘 논다."

"그래, 사람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야 화목하고 더 정답게 잘 살아지는 거란다."

이렇게 해서 딸아이의 짧디 짧은 봄맞이는 막을 내렸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습니다.

주말에는 딸아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외할아버지의 농장으로 향해야겠습니다.

 

오영석/ 전남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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