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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23 추운 겨울에도 즐겨 먹는 냉면에 대한 철학

 

 

코끝이 차가워지는 계절이 돌아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투박한 껍질 안에 샛노란 살이 참으로 달콤한 군고구마, 꼬리부터 먹느냐 머리부터 먹느냐 늘 논란을 일으키는 붕어빵,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한 호빵까지.

 

겨울을 대표하는 이 음식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김이 모락모락 날 때 먹어야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하긴, 뜨거워서 호호 불어먹어야 하는 이 음식들을 더운 여름에 먹으라고 하면 그야말로 고역일 것이다. 아마도 추운 겨울에 따듯하게 먹을 수 있어 ‘겨울 대표 음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 수식어의 의미가 무색할 만큼 추운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겨울 음식이 있다. 바로 ‘냉면’이다. 차가운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냉면은 보통 더운 여름에 많이 찾곤 하지만, 사실은 겨울 제철음식으로 긴 역사가 시작되었다.

 

함흥냉면, 평양냉면 등 이름만 봐도 유추할 수 있듯이 냉면은 북쪽 지방에서 주로 먹었던 음식이었다. 함흥, 평양 지역에서 감자와 메밀이 많이 수확되었는데 이 작물들은 주로 겨울에 수확하기 때문에 겨울철에 면으로 뽑아 냉면을 먹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혹독하리만치 추운 겨울에 감자와 메밀 외에는 별다른 식재료를 구하기가 불가능했다. 밀가루가 없는 면 반죽은 탄력도 없고 뜨거운 국물에 넣으면 면이 다 풀어져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추운 날씨에도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게 되었는데, 어찌나 추웠던지 이가 덜덜 떨렸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냉면을 ‘덜덜이 냉면’ 또는 ‘덜덜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추운 겨울에 차가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가슴 아픈 냉면의 유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냉면은 유독 마니아가 많다. 특히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의 평양냉면은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이 섬세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은 그 애정이 남다를 정도이다. 이런 냉면 마니아들은 자신만의 ‘냉면 철학’을 하나쯤은 갖고 있다. 어떻게 먹어야 가장 최상의 상태로 냉면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비법 같은 것이다.

 

 

첫 번째 냉면 철학은 바로 ‘면을 가위로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다. 예전에는 가게에서 냉면을 줄 때 아예 면을 4등분으로 잘라서 내오는 곳도 많았다. 하지만 ‘냉면은 이빨로 끊어 먹어야 제맛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최근에는 가위를 함께 내오면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게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요리 전문가들은 면을 자르지 않고 그냥 먹어야 면발의 특성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원료로 하여 면발이 굵고 부드러워 끊어내기 쉽다. 이로 끊어 먹을 때 메밀의 구수한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반면에 함흥냉면은 고구마와 감자 전문으로 면발을 만든다. 탄력이 있어 쫄깃쫄깃 하지만 질기고 가늘어 끊기가 쉽지 않다. 이에 냉면 마니아들과 미식가들은 끊기가 어렵다면 몇 가닥만 집어서 면발이 다 빨려가도록 한입에 넣어야 냉면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위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여전히 개인의 냉면 철학에 따른 선택의 영역이다.

 

 

두 번째 냉면 철학은 겨자와 식초에 대한 것이다. 냉면 가게에 가면 어김없이 테이블 위에는 겨자와 식초가 놓여있다. 어떤 사람은 아예 이 기호품을 투명 물건처럼 여기며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반면에 음식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테이블에서 꺼내는 것처럼, 당연하게 냉면에 겨자와 식초를 넣는 사람도 있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사실 음식에 있어서 옳다, 틀리다의 개념은 없다. 건강상 위험하지 않는다면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다만 겨자와 식초가 주는 장점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겨자는 따듯한 성질을 지닌 식품이다. 차가운 냉면을 먹을 때 속에 탈이 나는 것을 막아주고 몸을 보호해준다. 식초에는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는 누적된 피로 제거에 좋으며, 영양분을 에너지로 전환시켜준다. 게다가 살균력이 있어 더운 여름에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의 위험을 줄여준다.

 

이렇게 유익한 효과 때문에 겨자와 식초를 기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냉면에 소량씩 첨가하여 먹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냉면 고유의 깔끔하고 깊은 육수 맛을 옹호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렇게 음식 하나에 많은 철학이 반영될 정도로 냉면은 매력적인 메뉴임이 틀림없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냉면의 유래, 지역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다채로운 맛, 거기다 삶은 계란으로 단백질까지 추가해 영양의 균형도 고려한 선조들의 지혜가 냉면 한 그릇에 담겨 있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에만 즐겨 먹기에는 아까운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계절 내내 그것도 평양, 함흥냉면 할 것 없이 그 깊은 맛을 즐겨야 할 것 같다. , 이렇게 냉면 마니아가 한 명 더 추가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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