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매력으로 다시 돌아온 '이영애'

 

배우 이영애가 지난 2009년 결혼을 할 때 대한민국 남자의 절반이 비탄에 잠겼다고 한다. 물론 당시 시중에 떠돈 우스개일 뿐이지만 그녀의 대중적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녀는 결혼 이후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쌍둥이 아이를 낳고 가사에만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멀리 이탈리아까지 가서 한식 홍보 대사 노릇을 하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그녀는 이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피렌체에서 연 한식 만찬에 공동 주최자로 참석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게스트와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이영애는 "200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피렌체에서 한식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다는 사실은 가슴 벅찬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인에게 밥을 나눠 먹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일”이라며 “한식으로 한국과 이탈리아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만찬의 준비과정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 설날특집 2부작 '이영애의 만찬'을 통해 내년 초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몇 년 동안 TV출연을 삼갔던 그녀가 이렇게 출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녀가 출연했던 한류 드라마 ‘대장금’ 10주년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을 듯싶다. 한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으니 한식 홍보대사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영화 혹은 드라마에 복귀하기 전의 워밍업 성격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년 초에 작품으로 팬들을 뵙겠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어느덧 42세가 된 여배우 이영애. 그녀가 복귀한다면 예전처럼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과거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없을지는 몰라도 연기자로서의 성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세월이 흐른 만큼 연륜도 쌓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40대에도 젊은 활력을 보이는 그를 지지할 팬덤이 충분히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산소 같은 여자’ '뱀파이어 피부’ …. 이런 별명에서 보여지듯 그녀는 깨끗하고 매끈한 피부를 자랑한다. 오랜 공백을 딛고 다시 대중 앞에 등장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맑고 투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미모 관리를 하기에 …? 이런 의문에 앞서 건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가을철 '건강 선물' 그리고 '건강 한식'

 

도무지 아프다는 것을 연상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녀가 불치의 병을 앓는 여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이 ‘선물’이다. 2001년 작품이니 드라마 ‘대장금’(2003~2004년) 보다 앞서 출연한 영화다.  

 

올 추석 연휴 기간에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을 한 것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여주인공인 이영애 외에 남자 주인공인 이정재의 ‘뽀송뽀송한’ 젊은 시절 모습을 다시 보는 재미가 새로웠다. 지금은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는 이문식, 공형진이 단역으로 나오는 게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영애와 함께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태희가 이 영화에서 이영애의 여고생 시절 역할을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2001년에 극장에서 봤을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당시에는 김태희가 초짜 배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선물’은 성공을 꿈꾸는 무명 개그맨 남편 용기(이정재 분)와 투병 중인 아내 정연(이영애 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정연은 남편의 재능을 인정하는 까닭에 누구보다도 그가 성공할 것을 바라고 믿지만, 겉으로는 데면데면하게 대한다. 이는 자신이 불치병(병명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용기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다. 용기는 우연히 아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지만 모른 체 하기로 한다. 대신에 아내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아내의 첫 사랑을 찾아주기로 한다. 

 

 

불치병을 앞에 둔 젊은 부부의 순애보는 흔한 ‘신파’로 여겨질 수 있겠다. 하지만, 이영애와 이정재의 진정성 있는 연기 덕분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자아낸다. 이 감동과는 별개로 과연 자신의 불치병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숨겨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깊은 아픔을 털어놓는 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한 진짜 사랑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물론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다. 과외로 얻는 메시지가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
 
 ‘선물’을 다시 보고난 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환절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햇살을 하루에 20분씩 쬘 것. 무엇보다 밤, 호박, 송이버섯 등 제철 과일과 야채를 골고루 먹을 것.

 

음식과 건강을 주제로 한 신문 기획물 ‘힐링 푸드’를 준비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얻어들은 풍월을 강조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귀담아들어줬다. 늘 듣는 잔소리이지만, 맞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우리네 전통 한식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이영애가 이탈리아에서 자랑스럽게 홍보했듯이 한식은 건강 음식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한식은 육류보다는 채소나 해산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열량 음식이다. 기름에 튀기기보다는 숙성시키고, 찌거나 삶는 ‘건강형’ 조리법이 특징이다. 또 김치, 장류 등의 발효 음식의 기능성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이 덕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선정해 소개했다. 

 

물론 한식이라고 해서 골고루 먹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편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한식의 장점을 홍보하는 이영애도 편식이 나쁘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단 음식을 찾아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편식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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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라마에 등장하는 자전거...

 

 

최근에 끝난 드라마 '여인의 향기'를 보다가 극의 내용과 상관없는 걱정을 한 적이 있다 극중 연인인 지욱(이동욱)과 연재(김선아)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서였다.

 두 사람은 바닷가 길을 한 대의 자전거에 타고 달리는 중이었다.  

지욱이 앞을 바라보며 운전하고 있고, 연재는 탑튜브에 앉아서 지욱을 바라보는 자세로 등을 운전대에 기대고 있다. 

 

 두 사람은 얼굴에 웃음을 잔뜩 깨물고 있는데, 보는 이로서는 참 위태롭게 느껴졌다.  저렇게 계속 가다간 지욱의 시야가 가려져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연재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쳐 다칠 위험이 있는데…. 

 물론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욱과 연재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애틋한 사랑을 느끼는 대목에서 그렇게 잔인한 에피소드를 집어넣을 작가와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생각을 해보니,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9년작)에도 위험천만한 장면이 있었다.

 극중 주인공 남자가 자전거를 운전하면서 자기 앞의 탑튜브에 아내를 태우고 그 앞의 받침대에 어린 아들을 앉힌 모습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보는 자세였다. 

 이런 모습으로 자전거를 달린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곡예와 같은 일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그 장면은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전거는 이들 세 사람의 행복한 미소와 함께 쌩쌩 달릴 뿐이었다.

 

 이들 작품 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등장한다. 

 국내 작품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동수단인 자전거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와 ‘궁’(2006)에서 여주인공 역을 한 김태희와 윤은혜는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다. ‘연애시대’(2006)의 손예진은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탔다. 여기서 자전거는 극중 인물들의 로맨스에 낭만을 부여하는 도구다.  


 영화 ‘첫사랑’(1993)‘편지’(1997) ‘박하사탕’(1999)‘인어공주’(2004) 등에도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비중 있게 나온다. 이들 영화에서의 자전거는 주인공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매개로써 역할을 한다. 

 

 이처럼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자전거는 대체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나온다. 과거에 주요한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를 통해 옛 추억들을 감미롭게 되새겨보고자 하는 관객의 욕구에 부응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자전거의 모습이 더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가 이동수단으로써 뿐 만 아니라 건강을 위한 운동 기구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등의 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때도 환경 보호의 의미가 덧붙여지면서 자전거가 생명력있는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이다.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진 연예인이 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 '달인' 시리즈로 유면한 개그만 김병만은 자전거 운동의 전도사다.  

 최근에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 를 책을 펴낼 정도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여배우 배두나, 김규리도 자전거로 건강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여줬던 한효주는 한 자전거 회사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변에서 라이딩을 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포착되며 유난한 자전거 사랑이 드러나기도 했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최강희, 박진희의 경우는 건강 이외에 환경 운동의 의미가 크다. 

  가능하면 자동차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지구가 건강한 숨을 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다.  그것을 말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두꺼워진다구?...

 

 여배우들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모습은 한 가지 사실을 자연스럽게 증명한다.  자전거를 타면 다리가 두꺼워진다는 것은 낭설임을.    실제로 다리가 씨름선수들처럼 두꺼워진다면,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몸매를 가꾸고 싶어 하는 여배우들이 저렇게 앞 다퉈 자전거를 예찬하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륜 선수들처럼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며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리가 두꺼워지는 것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 타기는 오히려 허벅지의 체지방을 분해해서 예쁜 다리 라인을 만들어준다. 몸을 균형 있게 만드는 데 자전거 운동이 좋다는 것이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

 ‘달인’ 김병만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체중이 10kg이나 줄었다고 했다. 자전거는 허리, 복부, 힙, 허벅지, 종아리 근육을 골고루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걷기 운동보다 칼로리 소비가 무려 1.6배가 많다. 

 

 자전거를 통해 몸매를 가꾸려면 단 한 번 페달을 움직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회전이 충분하게 되도록 밟아야 한다.  그리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꾸준하게 돌려야 한다. 지방이 연소하기까지는 최소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1분에 45~60회 페달을 돌리는 속도(시속 20km 정도)로 1시간 이상 타면 약 500kcal 가까이 소비된다.  단, 체지방이 연소할 때 단백질도 함께 손실되기 때문에 그것을 보충해 줄 음식물을 섭취해줘야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초보자들은 한꺼번에 오랜 시간을 타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처음에 20분 달렸으면 잠시 쉬어서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달리는 방법이 좋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도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할 나위가 없다. 


 남자들이 자전거를 즐기면 전립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달인 김병만은 책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 에서 그런 말 역시 낭설이라고 일소에 부친다. 

 

 물론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기는 않는다. 라이딩을 하는 도중에 가끔씩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어주는 등의 기술적 방법으로 신체에 오는 압박감을 해소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립선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남성이라면, 그 부분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안장을 준비하면 된다. 라이딩 패션인 쫄바지에는 엉덩이 패드가 있어서 충격을 흡수해준다고 한다. 

 

 

 

 

  자전거타기, 운동 이상의 즐거움이 있다...

 

 달인처럼 마니아는 못 되지만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주말에 라이딩을 위해 한강변에 자주 나간다. 잠수교에 난 자전거 길을 통해 강북과 강남을 왕래하며 땀에 흠뻑 젖곤 한다.   한강변에 나가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라인스케이팅을 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대신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자전거 길도 예전에 비해 무척 잘 닦여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강북 쪽의 길에서 라이딩을 하다보면 자주 만나는 분들이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다.   그런데 강남 쪽에서는 젊은 남녀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흔히 목격한다. 젊은이들은 무리를 짓기 보다는 혼자서 가벼운 배낭을 메고 여유 있게 달리는 게 대종을 이룬다.

 

  그런데 중년 이후의 사람들은 라이딩 복장을 다 차려입고 무리를 지어 달리며 혹시 앞에서 누가 방해가 되면 큰 소리로 주의를 주며 휙 달려 나간다. 그렇게 주의를 받으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쁘기도 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니 고맙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예찬한 것처럼, 자전거 타기는 기계와 인간이 함께 즐거움을 준다.  무생명인 자전거의 페달로부터 신체의 근육으로 전해져오는 힘을 느끼는 쾌감이 중독적일만큼 강렬하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때 곳곳에서 나무와 풀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라이딩을 하며 땀이 몸에 배일 무렵,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 라는 다소 과장된 감격을 느끼기도 한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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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히 봄기운이 드는 낮에 꾸벅꾸벅 조는 김 대리, 춘곤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병이었
  다. 낮의 문제가 아니었다. 김 대리의 상습적인 춘곤증은 밤잠의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춘곤증은 우리 몸이 계절 변화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해가 길어지는 자연현상에 따라 생체시계도 변화하게 된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겨우내 추운 날씨로 굳어 있던 근육이 처지고 혈관이 팽창하면서 나른함과 졸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오는 것이 '춘곤증'이다.


하지만 낮에 참을 수 없는 졸음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면 춘곤증의 범주를 넘어선다.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여 낮에 졸림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름 하여 만성 수면 장애다.

 

<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 >

 

배우 김태희가 대낮에 침대 매장에서 전시된 침대에 누워 달콤한 잠에 빠지는 장면의 광고가 있었다. 낮잠을 자고 난 김태희는 눈을 반짝 뜨며 “잘 잤다”는 멘트를 날리며, 그 침대를 사겠다고 카드를 내민다. 현명한 구매를 한다는 한 카드회사 TV 광고다. 그런데 김태희가 실제로 그렇게 잠을 잤다면 ‘김태희’도 만성 수면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대낮에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쉽게 푹 잘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야간 수면에 문제가 있어 낮에 졸리니, 시도 때도 없이 낮잠에 빠지는 것이다. 보통 아침 기상 후 8시간 정도가 지나면 낮에도 졸음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래도 밤 수면의 양과 질이 좋다면 ‘픽’ 쓰러져 잠들 정도는 안 된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거꾸로 야간 수면을 조사해 봐야 한다.

 

 

인간의 평균 수면시간은 대개 7~9시간이다. 물론 사람마다 체질마다 다르다. 낮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6시간 미만의 수면 시간도 괜찮다. 문제는 얼마나 수면을 취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숙면을 취했느냐이다. 잠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낮잠을 즐기는 농부 >

밤잠의 질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수면 질환은 ‘ 코골이 ’ 다. 최대 80 데시벨 (㏈)대에 이르는 소음이 나오는 코골이는 특이한 수면습관이 아니다. 질병이다. 이들은 대개 낮잠을 잘 때도 코를 곤다. 누가 옆에서 코를 골면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 다들 “얼마나 곤하게 자면 코까지 고냐”고 그러는데 의학적으로는 “얼마나 잠을 못 자면, 코까지 고냐”고 하는 것이 맞다.


코를 골면 수면 시 산소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되어 뇌가 ‘ 반(半) 각성 ’ 상태가 된다. 대개 하룻밤에 1~3회는 꼭 깨어났다가 다시 잠든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되는데 뇌가 아무 생각 없이 잘 수는 없다. 코골이가 있으면 수면 중 숨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수면의 질은 더욱 나빠져 ‘ 낮잠 사태 ’ 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코골이는 깊은 수면 단계로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몸과 뇌의 기능을 회복하는 호르몬 분비에도 이상이 초래된다. 따라서 아무리 8시간을 잤다고 해도 코를 곤 경우라면 거의 ‘날 밤’을 샌 거나 다름없다. 만성 수면 부족과 피로 상태가 되니, 환한 대낮에 아무 데서나 천연덕스럽게 자게 된다. 그런 사람 중에는  “ 내가 그래도 낮에는 잠을 잘 잔다 ” 고 말하는 이가 있다. 실제는 밤에 못 자서 낮에 자는 것이다.

 


수면 무호흡증도 문제가 된다. 이는 잠자는 동안 20~30초가량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5번 이상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숙면은 그른 상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오랜 시간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면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낮 동안 계속해서 졸림과 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김지현 교수는  " 수면 무호흡증은 잠 자는 동안 뇌에 저산소증을 초래할 수 있다 " 며  " 지속하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고 말했다.

 

 

수면 중 ‘하지 불안증후군’도 밤잠을 방해하는 복병이다. 잠자려고 누우면 무릎과 발목 사이에 벌레가 기듯 스멀스멀하거나,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의 90%는 하지 경련증을 동반한다. 일어나 발을 구르거나 다리를 긁으면 이상한 느낌이 사라지지만 오래지 않아 반복된다. 특히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철분 부족, 당뇨병, 신장병 등이 원인일 수 있어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질병이 없는데도 낮에 너무 졸리면, 밤 수면의 절대량이 부족한 경우일 수 있다. 사람마다 정해진 개인의 적정 수면 양은 선택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낮에 최상의 뇌기능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수면 시간은 최대 1시간 정도이다. 8시간을 자야 집중력과 기억력이 유지되는 사람이 매일 6시간만 잔다면 낮 동안에 전날 취하지 못한 2시간의 수면을 벌충하느라 발버둥치게 된다.

 

이런 사람은 낮에 졸음 참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낮의 피로와 늘어지는 잠은 밤잠의 질을 보여주는 징표다. 낮잠에 계속 지나치게 빠진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쾌면을 방해하는 질병이 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드물게는 낮잠에 기절하듯 빠지는 병이 있다. 기면병이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견디기 어려운 증상이다. 스스로 졸음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인지ㆍ운동기능장애로만 나타날 수도 있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운전 중이나 작업 중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로 청소년~청년기에 잘 생긴다. 유전적 경향이 매우 강하다. 국내 환자는 3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사회생활에 지장이 많을 뿐 아니라, 사고위험이 크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수면 중 나타나는 간질로 생각해 간질 약을 처방하기도 했지만 최근 잠이 덜 오게 하는 각성제나 기운이 빠지지 않는 항우울제로 치료한다.

 


화가 피카소는 매일 독특한 낮잠을 즐겼다. 누워 있는 침대 옆에 양철 판을 놓고 붓을 쥔 손을 침대 밖으로 내놓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잠이 들어 손에 든 붓을 놓치게 붓이 양철 판에 떨어져 나는 ‘굉음’에 깨도록 한 것이다. 즉, 그가 낮잠에 투자한 시간은 불과 몇 초. 그것만으로도 낮잠의 상쾌함은 충분했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결국 밤잠이 좋았다는 의미다.

 

 

  Tip_ 낮을 위한 밤잠 관리학.

  1. 침실에 벽시계를 치워라 - 소음과 잠에 대한 강박감을 없애준다

  2. 침실에서 일하거나 책을 읽지 않는다 - 잠도 만들어가는 습관이다

  3. 낮잠은 15분을 넘기지 마라 - 긴 낮잠은 밤잠을 방해한다

  4. 따뜻한 물로 목욕한다 - 수면은 우리의 체온이 천천히 떨어질 때 잘 이뤄진다

  5. 자기 전에 우유를 마신다 - 트립토판이란 천연 수면제가 들어 있다

  6. 밤 운동은 금물 - 자율신경이 흥분돼 각성상태가 유지된다

  7. 불면증이 심하면 수면제를 활용한다 - 수면 진입용으로 짧게 약효를 내는 약이 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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