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여름이다. 이맘때 서양인은 차거나 시원한 음식을 즐긴다. 오이ㆍ버섯 등 채소가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서구의 피서(避暑)음식으론 토마토 가스파초ㆍ구은 마늘 플랑ㆍ표고버섯 소스에 버무린 감자 뇨키 등이 있다.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여름에 즐겨 먹는 차가운 수프가 가스파초(gazpacho)다. 플랑(flan)은 계란찜ㆍ커스터드와 비슷한 음식이다. 플랑엔 계란 외에 웰빙 식품인 마늘과 휘핑크림 등이 들어간다. 


뇨키(gnocchi)는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이다. 감자를 주재료로 사용한 것은 감자가 열을 내려준다고 봐서다. 화상 입은 사람에게 감자 팩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양인은 여름엔 차고, 겨울엔 뜨거운 음식을 즐긴다. 한국인의 대표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의 프랑스 버전인 포터 퍼(Pot au feu)는 겨울 음식이다. 여기서 ‘Pot’는 큰 솥, ‘feu’는 불을 뜻한다. 불 위에 큰 솥을 걸어놓고 쇠고기나 닭고기(닭 1마리)를 한 시간가량 삶아 조리한 음식이다. 


일본인도 여름엔 고열량 음식을 피한다. 여름에 즐기는 고열량 음식은 우나기(장어요리) 정도다. 



한국인은 여름에 되레 뜨거운 음식을 찾는다. 삼계탕ㆍ닭 칼국수ㆍ우럭매운탕ㆍ닭볶음탕 등 열기 가득한 보양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효과를 기대해서다.


‘동의보감’엔 “하절(여름)엔 천기(天氣)가 서열(暑熱)해 땀이 항상 많으므로 인체의 양기(陽氣)가 기표(肌表)와 피모(皮毛)로 들떠서 흩어지므로 복부 중의 양기가 허약해진다”고 기술돼 있다. 이것이 한더위에 이열치열 음식을 권하는 이유다. 한방에선 더울 때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배탈ㆍ설사가 나므로 따뜻한 음식을 즐길 것을 권장한다. 


여름은 연중 양기가 가장 성(盛)한 계절이고 인체의 양기도 가장 왕성해져 양기의 활동영역이 피부 표면까지 넓어지지만 몸 안은 오히려 양기가 허(虛)해져(음기 잠복) 속이 차가워지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 땀과 함께 기운이 소진돼 더위를 먹게 된다는 이유로 과도한 땀 배출을 막아주는 음식을 추천한다. 



우리 음식 중에도 여름에 시원하게 즐기는 것이 더러 있다. 콩국수ㆍ수박화채ㆍ제호탕ㆍ깻국수 등이다. 


한방에서 더위 극복 음식으로 자주 꼽는 것은 파전ㆍ동치미ㆍ콩국수ㆍ메밀국수ㆍ깻국수 등이다. 파전은 속이 찬 사람에게 이로운 파와 성질이 차가운 녹두ㆍ굴ㆍ오징어 등이 주재료인 음식이다. ‘서민의 음식’인 콩국수는 입맛이 없고, 땀이 많은 여름철 별미다. 여름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콩국수의 주재료인 콩은 저지방ㆍ고단백질 식품이다. 콩은 음식의 소화ㆍ흡수를 원활하게 하고, 몸속의 습한 기운도 없애준다. 국수 재료인 밀을 한방에선 소맥이라 부른다. 소맥은 성질이 차면서 번열(煩熱, 열이 나고 답답한 증상)ㆍ갈증을 없애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도록 하는 약성을 지녔다.  



메밀국수의 메밀도 성질이 차고 소화를 돕는다.  


깻국수, 즉 임자수탕은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의 여름 별식이었다. 임자는 참깨를 가리킨다. 차게 식힌 닭 육수에 참깨를 갈아 넣고 잘게 찢은 닭고기와 채소를 넣어 먹는 음식이다. 깻국수는 깨의 고소함과 닭 국물이 잘 어우러져 맛이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입맛을 살리고 단백질도 보충해준다.


오이ㆍ참외ㆍ수박도 효과적인 더위 탈출 식품이다. 오이는 열을 식혀주고 수분대사를 조절한다. 수분과 당분이 풍부한 참외는 갈증을 멎게 하고 이뇨 효과가 있다. 


오이와 불린 미역으로 만든 냉채도 기억할 만한 더위 추방 음식이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찾는 김치론 동치미만 한 것이 없다. 배추ㆍ무ㆍ얼갈이ㆍ열무 등으로 물김치를 만들어 잘 익힌 뒤 차게 해서 먹으면 좋다. 물김치의 맛은 국물이 좌우한다. 배ㆍ사과ㆍ양파ㆍ무 등을 잘 갈아서 얻은 즙을 국물에 넣으면 시원하고 상큼한 물김치가 된다.



수박의 당분인 과당ㆍ포도당은 몸 안에서 금방 흡수돼 갈증ㆍ피로를 풀어준다. 이뇨작용이 있어 열도 식혀준다. 수박은 알코올의 해독ㆍ배설 효과가 있어 과음한 다음날 먹으면 좋다. 장관의 연동 작용을 도와 변비환자에게도 이롭다.


저혈압이 심하거나 평소 몸이 차서 찬 음식만 먹으면 설사나 위ㆍ장관의 경련을 일으키는 체질이라면 수박의 과다 섭취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냉한 체질인 사람이 수박을 먹을 때 찬 성질을 중화시켜주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함께 먹으면 배탈을 피할 수 있다. 


성질이 따뜻한 오미자는 맛이 시면서 상큼해 여름에 수박과 함께 먹으면 맛이 어울리고 배탈도 막아준다. 우리 조상이 더위가 심할 때 수박ㆍ오미자 화채를 만들어 드신 것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의 지혜다. 


무더위에 피부가 벌겋게 익어 화끈거리거나 물집이 잡히면 수박의 흰 속껍질(얇게 베어내거나 저며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혀놓은 것)이 ‘특효약’이다. 수박 속껍질을 피부에 골고루 펼쳐 팩을 하면 열감도 내려주고 피부에 필요한 비타민도 공급된다. 




더위가 심할 때 이로운 약차론 맥문동차ㆍ생맥산ㆍ제호탕이 있다. 맥문동은 성질이 차서 열을 식히고 갈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물 1ℓ에 맥문동을 8g가량 넣고 2시간 정도 달여서 식힌 후 차게 해서 수시로 마신다. 


맥문동ㆍ인삼ㆍ오미자를 2 대 1 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든 것이 생맥산(生脈散)이다. 맥문동 70g과 인삼ㆍ오미자 각각 35g을 용기에 넣은 뒤 물(3배가량)을 붓고 은근한 불에 3시간 정도 끓이면 완성된다. 아침ㆍ저녁으로 하루 2번씩 마시면 더위에 지친 몸의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


제호탕은 여름에 탄산음료를 대신할 수 있는 약차다. 조선시대 단옷날 왕이 즐겨 마셔서 ‘제왕의 음료’라고도 불린다.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할 때 찬물에 타서 마시면 생기가 나고 더위를 이길 수 있다.


주재료는 매실을 그슬리고 말려서 얻은 오매(烏梅)다. 굵게 간 오매(600g)와 곱게 간 초과(38g)ㆍ백단향(19g)ㆍ사인(19g)을 꿀(2㎏)에 버무린 뒤 중탕해 걸쭉하게(연고 상태) 끓이면 제호탕이 완성된다.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냉수에 타 마시면 여름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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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 흐드러지게 핀 봉평의 메밀꽃 밭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봉평과 대화를 떠도는 장돌뱅이 허생원과 동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학창시절 문학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일겁니다.

 

 

 

 

메밀꽃은 9월 초순에 개화해서 9월 중순에 만개합니다. 2015년 끝자락에 다녀온 봉평에서는 소금을 뿌린 듯이 핀 메밀꽃은 보지 못했지만, 메밀꽃 진 무렵에 다녀온 봉평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봉평 효석문화 메밀마을은 2015년 우수 외식업지구 대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우수 외식업지구는 지역별로 특색 있고 수준 높은 외식문화 조성을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을 시ㆍ도지사가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봉평은 메밀 생산자와 연계해 국산 메밀의 사용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15년 최우수 외식업지구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적 향수를 고즈넉하게 느끼고 다양한 메밀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봉평. 메밀부침과 메밀전병, 메밀막국수, 메밀묵, 메밀 새싹 무침, 메밀 막걸리, 메밀차 등 메밀의 본고장답게 메밀로 만든 음식들을 봉평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의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 메밀이 특산품이 된 것은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병충해도 적어 황무지에서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메밀에는 약 70%의 녹말이 들어 있어 가루를 내기 용이했고 메밀가루는 다양한 식재료로 쓰여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메밀에는 항산화 물질인 루틴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좁아진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관벽의 저항력을 향상시켜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능이 있습니다. 루틴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 궤양성 질환, 동상, 감기 치료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밀국수를 많이 먹는 일본 나가노현의 가라사와 마을은 대표적 장수마을로 꼽히는데 메밀에 항산화 물질인 루틴 함량이 높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메밀에 포함된 루틴 함량을 높이기 위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혈압과 당뇨, 뇌졸중에 도움을 주는 메밀의 기능성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메밀은 비만 예방과 피부 미용, 고혈압 예방, 이뇨작용 촉진, 간세포 재생의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라이신, 트립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과 쌀보다 3배 이상 많은 비타민B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밀은 탄수화물 함량이 적어 저칼로리 식품으로 100그램 당 열량이 370kcal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무엇보다 당 지수가 낮아 인슐린을 적게 분비시키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빵이나 밥에 비해 살이 덜 찐다고 합니다. 메밀에는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보충하기 제격입니다.

 

다만 메밀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평소 몸이 냉하거나 저혈압, 위장이 약한 사람, 찬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메밀이 맞지 않는다고 하니 주의하세요.

 

 

 

 

메밀은 과거 춥고 배고팠던 시절, 식량이 부족할 때 먹는 구황식품이었지만, 현재는 건강식 별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심심한 것은 무엇인가. 시인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빌려 그것은 바로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메밀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건강식품 메밀과 함께 건강한 겨울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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