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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9 '실력있는 의사' vs '따뜻한 의사' (8)
  2. 2011.07.13 "이 죽일 놈의 의사"라고 하지만... (6)

 

  “열심히 연구해서 환자를 치료할 실력을 갖춘 의사보다 유별난 봉사 정신으로 환자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의사가 더

 훌륭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으니….”   이렇게 개탄하는 신경외과 의사 이강훈.

 그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의 의학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로 뇌과학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총 20부작 예정으로 현재 중반에 접어들었다.  

  월, 화요일의 동일한 시간대에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천년의 약속’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에서 뒤늦게 경쟁에

 나섰다. 대진운이 좋지 않은 셈이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오르고 있어서 ‘의학 드라마 불패 신화’를 재현할 지 주목되고 있다.

 

 

 

 

 드라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

 

 ‘브레인’의 주인공 이강훈은 실력이 출중하지만 차가운 성격으로 자신의 성공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2007년에 방영돼 화제를 모았던 MBC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연상시킨다.

 

 배우 김명민이 연기했던 장준혁은 대학병원 일반 외과의 부교수로서, 간담도계암 및 췌장이식 수술로 명성이 높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그는 늘 오만한 태도로 동료들을 대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기쁨을 느끼기보다는 새로운 질환을 발견해서 그것을 정복했다는 인정을 받는 것에 더 보람을 느낀다.

  그는 병원 내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와 가족들에 대한 연민과 애처로움이 자리하고 있다. 

 

 신하균이 연기하고 있는 ‘브레인’의 이강훈도 명문대인 모교의 병원에서 누구보다 수술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전임의 2년차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점에서 장준혁의 닮은꼴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 역시 성공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강훈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돈을 대주기는 하지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정을 주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헤쳐 온 그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강훈은 장준혁보다 더 냉정한 캐릭터인 셈이다.

 

 

 이강훈 역을 맡은 신하균은 영화 쪽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으나 드라마에는 드물게 출연해왔다.  그래서인지 ‘브레인’에서 감정의 발산이 과잉된 듯한 느낌을 준다. ‘하얀 거탑’의 김명민은 폭발적인 감정 표현을 하면서도 절제의 내공을 보여줬다. 
 신하균의 ‘오버’가 덜 어색한 것은 드라마 내 신경외과의 상황이 워낙 긴박하기 때문이다.

 민감한 1.4kg의 뇌를 다루는 의사들의 모습은 절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뇌를 접사 촬영한 ‘브레인’의 수술 장면은 그동안의 의학 드라마에서는 보지 못했던 생생함을 안겨준다.

 

 

 

 환자에게 따뜻한 의사 김상철...

 

 극중 이강훈은 동기이자 라이벌인 준석(조동혁)과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준석이 자신보다 실력이 아래라고 여겨서 늘 깔본다.

 그런 강훈도 김상철(정진영) 교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의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김 교수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돌보는 인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평소 새까만 후배 의사들에게도 깎듯이 존대를 하는 그는 그러나 후배들이 환자 치료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호통을 치는 카리스마도 갖췄다.

 김 교수 역을 맡고 있는 정진영은 연기에는 철저한 자세로 임하는 한편 일상적으로는 늘 온화한 태도를 지닌 배우다.

 그러한 모습이 극중 김 교수에게 잘 투영되고 있는 듯싶다.

 

 배우 정진영은 학벌이 좋은 덕분에 지적인 면이 부각되지만, 악기를 잘 다루고 노래를 즐겨 부르며 술을 좋아하는 로맨티스트의 면모도 강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술 한 잔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고 했다.

 정진영과 술자리를 한 사람들은 실제로 그가 아주 좋은 술벗이라고 말한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영화프로듀서를 하고 있는 임범 씨가 최근에 펴낸 책 ‘내가 만난 술꾼’에 따르면, 정진영은 크게 취해서도 몸이 흐트러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진정한 술꾼이다.  
 

 ‘브레인’의 김 교수는 늘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려 애쓴다.

 그는 뇌종양에 걸린 딸 때문에 절망에 빠진 엄마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양이란 녀석이 어려운 자리에 있지만, 엄마가 이렇게 간절한 마음이라면 우리 한 번 싸워볼까요.” 
 이강훈은 김 교수가 환자들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가식이라고 여긴다.

 김 교수도 자신처럼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인격자인양 굴기 위해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훈의 후배인 윤지혜(최정원)는 김 교수의 휴머니즘을 본받고 싶어 한다.

 

 지혜는 이른바 ‘나쁜 남자’의 매력을 풍기는 강훈을 이성으로 좋아하면서도 그의 의사로서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보호자를 위로하기 위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강훈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 저희 아빠가 병원에 여러 번 입원해봐서 알거든요. 그런 때 의사가 미안하다, 한 번 잘해보자,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힘이 되는데요.” 


 지혜의 말처럼 환자와 그 보호자들은 의사의 친절에 큰 위로를 받는다.

 그것을 의사들이 모를 까닭이 없는데 왜 그렇게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할까?

 

 ‘브레인’의 이강훈은 "환자에게 쓸 데 없는 희망을 주지 않는 것이 의사의 도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투가 냉정한 게 듣기 싫긴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겉으로 친절하게 구는 것보다 의술로 고치기 위해 애쓰는 게 의사의 진정한 자세라는 말도 맞다.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감정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보다 수술과 연구에 더 힘을 쏟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강훈은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에는 온 힘을 다한다. 수술을 한 환자의 곁을 밤새 지키며 쪽잠을 자기도 한다. 지혜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강훈의 본마음이 선량할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브레인’은 향후 강훈이 김 교수와 갈등을 일으키다가 그의 감화를 받아 따뜻한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고 한다.

 얼핏 들어서는 식상한 줄거리인데,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감동의 진폭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책 '나는 의사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책 ‘나는 의사다’를 읽으면서 ‘브레인’의 의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일대 의과대 교수인 셔원 B. 눌랜드가 쓴 이 책은 의사들의 경험을 흥미진진하면서도 가슴 먹먹하게 전하고 있다.

 특히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들어온 어린 아이 환자를 수술하면서 신경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울었다는 대목은 목울대를 뜨겁게 했다.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뇌를 다친 아이를 살리지 못하게 될 것 같자, 수술실은 비탄에 잠겼다고 한다. 

 

이 책은 번역자 조현욱 씨의 말처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병이 진행되는 것을 보아야 하는 의사의 무력감과 함께 불가사의한 치유 과정에 대한 놀라움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의사들에 대해 품었던 ‘적의(敵意)’가 많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들의 권위적인 태도 때문에 더 아픈 것 같은 경험을 할 때가 많았다. 환자로서 증상을 충분히 설명하고 싶지만, 의사가 서둘러 진료를 끝내고자 하기 때문에 진료실을 언제나 쫒기는 듯이 나와야 했다. 그런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 역시도 그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것을 ‘나는 의사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며칠 전 종합편성채널의 한 방송사가 ‘친절한 의사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해서 속으로 웃었다. 의사들의 불친절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많으면 제목이 친절을 달고 나왔을까.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국내 최고의 명의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시청자와 1대 1 전화 상담을 하고, 고급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의술로 몸의 병을 고칠 뿐 만 아니라 친절로 마음의 아픔까지 치유해주는 의사가 ‘명의’라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 보자면, 드라마 ‘브레인’의 이강훈은 과연 ‘친절한 의사들’에 출연할 수 있을까.

 김상철 교수를 멘토로 해서 그가 환자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는 의사다’라며 목에 잔뜩 힘을 주는 그에게 “그래요, 당신은 의사에요”라고 따뜻한 음성으로 말해주고 싶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그에게 그 정도 찬사쯤은 해 주면서 친절을 바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책  ‘나는 의사다’ 의 저자는 몸이 아팠을 때 환자로서 의사에게 좀 더 잘 응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의사의 처지를 이해하니 그의 태도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증상을 침착하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의사들이 환자에게 더 이해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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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1983년부터 만 10년간 방송된 KBS TV의 토크쇼 ‘사랑방 중계’는 당시 안방극장 의 맹주였다.

  오락과 교양을 적절히 아우른 이 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MC를 봤던 아나운서 원종배 씨도 각광을 받았다.
 한때 스타 MC의 대명사였던 원 씨가 공중파 방송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가 암에 걸려서 투병하고 있다는 풍문이 나돈 적이 있어서 더욱 궁금했다.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원 씨의 아내(김영빈 갤러리 ‘시몬’ 관장)에게 연락을 해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원 씨는 한 대학의 연기예술학과 겸임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라디오 방송도 하고 있는데, 토․일요일에만 나가는 것이라서 청취자들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올해 57세인 원 씨의 얼굴은 젊은 시절에 비해 투실해졌으나 선량해 보이는 특유의 미소는 여전했다. 그에게서 중병에 걸렸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가 없었지만, 그는 소문대로 지난 3년 동안 암 투병을 해 왔다고 말했다.

 2008년에 방광암을 발견했을 때 4기였다고 한다.

 의사가 그의 아내에게 ‘앞으로 2년 정도 살 거 같으니 준비하라’고 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암 치료 과정을 다 견뎌내고 완치 단계로 가고 있다. 

 

“지금도 병원을 계속 다니며 3개월에 한 번씩 검진을 받긴 하는데,  주치의가 자기가 그동안 봤던 임상 사례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해요.”

 

 그는 암을 이길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투병 생활을 세세히 전하는 그의 표정은 너무 담담하기만 해서 마치 수도자의 수행 이야기를 듣는 듯 했다.
 원 씨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그의 아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이야기도 할 필요가 있어요. 의사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오진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해야 해요.”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 원 씨의 얼굴을 쳐다보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이 이야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전제하면서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자신의 병이 의사의 오진 탓에 커졌다는 것이었다.   


 “암 발견 3년여 전쯤 소변 상태가 좋지 않아 어느 대학병원을 찾았더니 전립선 비대 때문이라며 그 치료만 했습니다.

  3년 여 간 전혀 차도도 없었어요. 제가 생활이 불편하니 수술을 하자고 했지요.

  담당의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크기라고 했지만 결국 전립선 비대에 따른 수술을 하게 됐죠.......

 

  그런데 마취에서 깨자마자 의사가 암이 발견됐다며 CT를 찍어서 결과를 본 후에 또다시 수술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다행히 악성 종양이 임파선까지는 발전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시의 당혹감이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의사의 소견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 씨는 그 병원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자료를 다 받아서 지금 치료받고 있는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재검진 결과, 임파선에서도 큰 종양이 발견됐고 수술보다는 항암치료가 더 먼저라고 해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그전 병원의 의사 오진 때문에 4년 동안 암을 키워 온 것이지요. 그때 임파선에 종양이 없다고 생각해 바로 수술부터 했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지요. 4기가 되기 1년 전에만 발견했어도 훨씬 가벼웠을 텐데….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았더라도 2, 3차 검진을 더 받아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 씨처럼 의사의 오진 탓에 병을 키웠다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측에선 “이 죽일 놈의 의사가…”라는 막말을 쉽게 내뱉는다. 
 오진이 아니라도 환자들이 의사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가 심드렁해서 도무지 자신의 병을 정성껏 치료해주지 않는 듯싶다는 것이 그 불만의 고갱이다.  

 

 이런 불만을 지닌 사람들은 의사와 환자의 오진 시비가 붙었을 때 아무래도 의사 쪽을 불신한다.

 의사들이 환자를 대하는 정성이 부족한 탓에 병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의사의 오진과 불성실에 대한 불만은 의료 현장의 소통이 미흡한 탓이다.

 의과학이 첨단으로 발전해가고 있는데 왜 환자와 의사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불신이 늘어나는 것일까?

 

 

 정도언 서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실 교수는 최근 출가된 책 ‘의사들의 편지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태학사 발행)를 통해 그 원인을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첨단 진료법이나 전자의무기록 등이 환자와 의사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의사가 새로운 기기를 이용한 첨단 진료법을 활용하면서 환자에게 자세하게 질문을 하던 문진(問診)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전자의무기록의 도입과 함께 환자와 의사가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하며 의사가 환자에게 공감하고 정서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시간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을 피한 채 ‘방어진료’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송을 두려워하는 탓이다.  질병에 대한 정보를 의사 뿐 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공유하는 세상이 되다보니까 환자들은 의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 뿐 만 아니라 환자가 의사를 틀린 진단이나 잘못된 치료로 고소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의사가 환자를 두려워해서 원활하게 소통을 하지 못하고, 결국은 이것이 환자에게 해가 되는 의료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의사는 환자를 돕는 교육과 훈련을 여러 해 동안 받은 사람으로서 환자를 선의로 도와야 한다는 의료현장의 진리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에 200회 특집을 한 EBS 메디컬 다큐멘터리 ‘명의’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의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비친 의사들의 모습이 모두 그들의 실체라고는 할 수 없다.

 시청자들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당위로 꾸며진 이야기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가리거나 다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의사들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새삼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의 작가인 안선효 씨는 가까이에서 지켜 본 ‘명의’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본 명의의 모습은 때론 냉철했고, 때론 따뜻했습니다. 큰 수술 앞에서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떠난 보낸 환자를 걱정하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환자들을 만나면 걱정스런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하고 완고한 마치 ‘한국의 아버지들’ 같았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명의’는 단순히 병을 잘 고쳐서 이름난 의사일 뿐 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 대한 소명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성심(誠心)을 지닌 사람이다. 이름이 나서 명예를 누리고 그것을 돈벌이에 활용하겠다는 얄팍한 셈을 하는 이가 진정한 명의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다. 의사들 중에 진정한 명의가 되겠다는 이가 많을수록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불만이 줄어들 것임은 틀림없다.
 
 앞에 언급한 책에서 정도언 교수는 “의사는 환자를 위해 말을 하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한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의료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의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말과 글을 절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의사들의 이런 고충을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주문일 것이다.  아픈 사람이 의사의 사정을 신경 쓸 여력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더라도 의사를 무조건 불신하기만 한다면 자신이 손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나쁜 의사가 아니라고 판단이 된다면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환자 자신에게 좋다는 것은 수많은 임상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에 바탕을 둔 원활한 소통이 의료 현장의 희망을 낳는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의사의 오진이 자신의 병을 키웠다고 믿는 방송인 원종배 씨는 암 말기를 극복해가는 으뜸 비결로 “의사가 하자는 대로 전적으로 따랐다”는 것을 들었다. 원 씨의 경험으로만 보면, 모든 의사들을 불신할 법도 하건만 그는 새로 만난 의사가 하자는 대로 항암 치료에 임하고 수술을 받았다.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에 의사의 성심을 보태서 암을 극복해가는 희망을 일군 것이다.

 

 

장재선 /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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