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시달리다가 소진되거나 탈진했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을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업무 스트레스가 쌓여 번아웃 증후군으로 악화되면 본인은 무기력감과 고립감이 들어 괴롭고, 이런 감정을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가까운 사람에게 터뜨리게 돼 대인관계마저 해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오기 전에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증상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번아웃 증후군을 불러올 수 있는 업무 스트레스 요인은 다양하다. 업무 처리 과정의 변화,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도입, 지나치게 촉박한 마감, 계획에 없었던 돌발 일정, 자주 변경되는 스케줄, 직장 동료나 고객을 대하면서 겪는 감정노동 등이 모두 업무 스트레스 요인에 해당된다. 이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직장 동료나 가족에게 화내는 일이 잦아지거나, 식욕이 사라지기도 하고, 평상시 좋아했던 취미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1970년대부터 번아웃 증후군을 연구한 크리스티나 매슬랙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명예교수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번아웃 증상의 일반적인 징후를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 징후는 정신적·감정적으로 완전히 탈진한 느낌과 함께 메스꺼움, 불면, 감기 같은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외감이다. 일터에서 동료 또는 상사와 관계가 멀어지거나 그들에게 배척당하는 기분이 들고 업무를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감정을 느낀다. 세 번째 징후는 일을 해도 최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열심히 일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는 것이다. 번아웃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출근을 극도로 기피해 실제로 결근하는 날이 생기고, 업무 실수도 늘어난다. 화를 잘 내고 공격성을 표출해 직장 내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려워진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감당하기 힘든 업무에 압도당해 스트레스가 증가한 상황이라면 업무를 빈틈없이 완벽하게 끝내겠다는 부담감부터 내려놓는다. 목표를 가능한 한 잘게 세분해 리스트를 만들고, 목표 하나를 달성한 뒤에 다음 목표로 넘어간다. 단계별로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 일을 진척시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는 또 다른 요령은 하루 중 업무를 완전히 잊고 오롯이 휴식할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평상시 가고 싶었던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거나, 혼자 조용히 커피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업무 중 휴식시간의 빈도를 늘리는 것도 좋다. 1시간마다 10분씩 반드시 쉬거나, 1시간을 버티는 것이 힘들면 30분마다 5분씩 쉬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릴 요령을 찾아본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날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다. 매슬랙 명예교수는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 삶의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돼 있을 때 더 나아진다”며 “내가 타인을 위해 존재하고 타인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 우리가 서로의 등 뒤를 든든하게 지켜준다는 것은 은행 잔고와 같은, 매우 귀중한 자원”이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 일터건강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제이슨 랭도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덜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운동과 식단관리, 충분한 수면 외에 우리 몸의 질병과 스트레스, 번아웃 증상을 완화시켜줄 가장 효과적인 약은 웃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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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 땅에서 불과 35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했으니 말이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에 혀를 내둘렀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되었다. 1996년에는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물론 1997년부터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지만 전 국민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4년 만에 전액 상환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엄청난 성과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밤과 낮,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하는, 죽도록 일하는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에 주당 근무시간은 가장 높고, 수면시간은 가장 적은 나라라고 한다. 이 정도 했으면 좀 쉬어가만도 한데 현실은 다르다. 이제는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특히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국가도 기업도 모두 위기라고 말한다. 국가는 기업을, 기업은 국민의 고삐를 계속 죄고 더욱 박차를 가한다. 지금까지도 죽을힘을 달렸지만 또 다시 달려야 하다니! 국민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이른바 번 아웃 신드롬이다.

 

 

 

 

 

아웃이란 완전히 지쳐서 소진된 상태를 말한다. 번 아웃은 단순한 신체적 피로나 피곤과는 다르다. 몸이 지친다면 푹 자거나 쉬면 회복이 된다. 핸드폰 베터리가 방전이 되었을 때 충전기만 꽂고 기다리면 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번 아웃은 더 이상 충전이 되지 않는, 즉 베터리의 수명이 다 된 상태다. 아무리 충전기를 꽂아도 소용없다.

 

번 아웃이 되면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많이 자더라도 회복되지 않는다. 몸이 지친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일 생각이 떠나지 않아 괴롭고 불안하다. 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이 끔찍하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불면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은데, 눈을 붙여도 잔 것 같지가 않다. 꿈에서도 무엇에 쫓기거나 조바심을 내는 일이 많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허기가 지는 것은 배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번 아웃은 크게 심리적 증상과 신체적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피로감과 무기력, 우울이나 불안, 분노와 짜증이 있고, 신체적 증상으로는 불면증이나 폭식증, 대인기피나 출근(직무)거부가 있다. 번 아웃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이나 게임, 쇼핑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빈번하게 겪기에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을 수도 있다. 당연히 직장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극단의 고립감과 무기력, 자기비난에 빠져서 자살시도나 자해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수면과 섭식 문제와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신체적 질병에 취약해지기 쉽다.

 

 

 

 

 

어떻게 해야 번 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번 아웃은 일종의 경고등이다. 자가용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수리를 하지 않고 무리하게 달린다면 폐차를 시켜야 할지 모른다. 번 아웃은 우리 삶의 방향이나 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알려주는 빨간불이다. 점검이 필요하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일하기 위해 살게 되지는 않았는지,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지만 정작 일 때문에 가족이 고통 받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필요하다면 이직을 고려하거나 새로운 삶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만약 현재의 삶의 방식과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면 되도록 일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직장에서 성공을 쫓아가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 자신이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포기하는 것도 좋겠다. 어떻게 되었든 시간을 확보해 제대로 쉬는 것이 필요하다. 제대로 쉰다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의 휴식이 먼저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방법으로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이 좋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의 긴장감, 심박의 증가도 느끼고 운동 이후의 이완과 상쾌감을 느껴보자. 이와 더불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뿌리부터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서로를 대상화시킨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헤어지며, 상대를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따라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번 아웃에서 회복될 수 있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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