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일이다. 휴일을 보내고 아침 회사에 출근했다. 책상 위에 노란봉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크기가 적당한데다 포장도 세련됐다. 보낸이는 잘 알고 지내는 대기업 사장이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남녀 손수건과 함께 흰 봉투가 들어 있었다. 얼마 전 문상한 데 대한 답례였다. 작지만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우선 기분이 좋았다. 그 분의 인품도 다시 보였다.


 

 

 

상을 치르고 나면 보통 인사장을 돌린다. 조문과 조의에 대한 답례에서다. 정황이 없기에 먼저 서면으로나마 인사치레를 하는 것. 요즘은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기도 한다. 정말 편리한 세상이 됐다. 그러다보니 정도 메말라감을 느낀다. 전화조차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화와 인사장, 문자메시지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감동을 줄까. 전화일 게다. 목소리의 울림을 통해 서로의 정을 확인할 수 있다.

 

아예 답례를 하지 않는 이들도 본다. 먼길을 다녀왔는데도 인사가 없으면 솔직히 서운하다. 그런만큼 나부터 잘 챙겨야 한다. 나는 제대로 못하면서 남에게서 바란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자기는 한 치 앞도 못보는 것이 인간이다.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본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 봉투 속에 든 선물을 보면서 애경사의 예절을 거듭 되새겼던 일이 기억난다.


 

 

 

아내의 생일 이야기다. 그동안 아내에게 특별히 해준 것이 없다. 케이크나 하나 자르고, 외식하는 정도로 남편 노릇을 해왔다. 기념될만한 선물을 한 적도 없다. 값비싼 선물을 요구하지 않는 아내가 고맙기도 하다. 만약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면 안 사주기도 어려울 터.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서 그럴 게다.


무엇보다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어지럼증이 있긴 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내조만큼은 확실히 해주었다. 내가 손님을 아무리 많이 데리고 집으로 와도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귀가하기 전까지는 평상복 차림으로 있던 아내다. 내가 집에 들어와야 화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곤 했다. 오늘날까지 별 탈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내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작더라도 선물을 할 요량으로 물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했다. 돈으로 달란다. 생활비로 쓰지 않고 마음껏 쓰고 싶다고 했다. 큰 돈도 아니다. 수십만원. 부담이 안되는 액수다. 수백만원을 요구했더라면 난처했을텐데 다행이었다. 아들도 엄마에게 선물 대신 돈을 주었단다. 돈보다 더 좋은 게 없는가 보다. 돈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


남자에게 가장 흔한 선물이 술과 넥타이다. 자기가 먹거나 매지 않더라도 남에게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가 올라갈수록 늘어간다. 부하직원이나 지인들도 스스럼없이 건네고, 받는 이도 부담을 덜 갖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 역시 옷장에 넥타이가 많다. 100장은 족히 넘는다. 아직 뜯지 않은 것도 있다.


 

 

 

실제로 매는 넥타이는 5~6장에 불과하다. 주 5일제가 되면서 다섯 개면 충분하다. 매일 바꿔 매도 지루하지 않다. 그 중에서 빨간 넥타이를 제일 아낀다. 아들 녀석이 고등학교 때생일선물로 사준 것이다. 그러니까 10년도 넘었다. 동네 가게에서 2만원 안팎을 주고 샀단다. 그것을 매고 나가면 많은 이가 잘 어울린다며 칭찬한다.


그 때마다 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릴 적 형과 나는 용돈을 아껴 아버지께 라이터를 사드렸다. 당시 1000원쯤 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자랑을 하시며 돌아가실 때까지 그것을 애용하셨다. 빨간 넥타이도 영원히 맬 생각이다. 아들의 정성이 깃든 선물이기에. 아들 녀석에게서 최근 옷 선물을 받았다. 녀석이 준 상품권으로 티셔츠를 사 입은 것. 아내와 둘이 백화점에 들러 옷을 샀다. 사실 옷은 안 사도 된다. 지금 있는 옷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옷은 나름 의미가 있다. 결혼 28주년 기념 선물로 받은 것. 무엇보다 마음씨가 기특하다. 생일은 몰라도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주는 녀석.

 

 

 

 

나 하나, 아내 하나씩 골랐다. 마냥 어린애 같은 녀석이 커서 부모님을 기쁘게 한다고 할까. 우리에겐 딸이 없다. 녀석이 딸 노릇도 톡톡히 한다.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것. 백화점도, 미장원도 같이 간다. 그런 녀석이 예쁘고, 고맙다. 결혼 기념일에 맞춰 나는 하루 휴가를 냈고, 녀석은 쉬는 날이라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시내 이태리 식당인 라칸티나를 예약했다. 나의 30년째 단골이다. 장모님도 함께 모시고 갈 참. 말하자면 네 식구 전체 회식을 하는 셈.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식구와 함께라면 무엇을 먹어도 좋다. 아들, 땡큐!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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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디지털 콘텐츠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엄민혜님의 "우리 남편의 금연일기" 입니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금연! 다 같이 읽어 보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글.그림 / 엄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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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매력으로 다시 돌아온 '이영애'

 

배우 이영애가 지난 2009년 결혼을 할 때 대한민국 남자의 절반이 비탄에 잠겼다고 한다. 물론 당시 시중에 떠돈 우스개일 뿐이지만 그녀의 대중적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녀는 결혼 이후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쌍둥이 아이를 낳고 가사에만 전념하는 모습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멀리 이탈리아까지 가서 한식 홍보 대사 노릇을 하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그녀는 이날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피렌체에서 연 한식 만찬에 공동 주최자로 참석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게스트와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이영애는 "200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피렌체에서 한식을 소개하고 함께 나눈다는 사실은 가슴 벅찬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인에게 밥을 나눠 먹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일”이라며 “한식으로 한국과 이탈리아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만찬의 준비과정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 설날특집 2부작 '이영애의 만찬'을 통해 내년 초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몇 년 동안 TV출연을 삼갔던 그녀가 이렇게 출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녀가 출연했던 한류 드라마 ‘대장금’ 10주년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을 듯싶다. 한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으니 한식 홍보대사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영화 혹은 드라마에 복귀하기 전의 워밍업 성격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년 초에 작품으로 팬들을 뵙겠다”고 말한 바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어느덧 42세가 된 여배우 이영애. 그녀가 복귀한다면 예전처럼 인기를 끌 수 있을까. 과거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없을지는 몰라도 연기자로서의 성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본다. 세월이 흐른 만큼 연륜도 쌓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건강이 아주 좋아 보인다는 것이 장점이다. 40대에도 젊은 활력을 보이는 그를 지지할 팬덤이 충분히 존재할 것으로 여겨진다.

 

'산소 같은 여자’ '뱀파이어 피부’ …. 이런 별명에서 보여지듯 그녀는 깨끗하고 매끈한 피부를 자랑한다. 오랜 공백을 딛고 다시 대중 앞에 등장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맑고 투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미모 관리를 하기에 …? 이런 의문에 앞서 건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가을철 '건강 선물' 그리고 '건강 한식'

 

도무지 아프다는 것을 연상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녀가 불치의 병을 앓는 여주인공으로 나온 작품이 ‘선물’이다. 2001년 작품이니 드라마 ‘대장금’(2003~2004년) 보다 앞서 출연한 영화다.  

 

올 추석 연휴 기간에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을 한 것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여주인공인 이영애 외에 남자 주인공인 이정재의 ‘뽀송뽀송한’ 젊은 시절 모습을 다시 보는 재미가 새로웠다. 지금은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는 이문식, 공형진이 단역으로 나오는 게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영애와 함께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태희가 이 영화에서 이영애의 여고생 시절 역할을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2001년에 극장에서 봤을 때는 주목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당시에는 김태희가 초짜 배우였기 때문일 것이다. 

 

‘선물’은 성공을 꿈꾸는 무명 개그맨 남편 용기(이정재 분)와 투병 중인 아내 정연(이영애 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정연은 남편의 재능을 인정하는 까닭에 누구보다도 그가 성공할 것을 바라고 믿지만, 겉으로는 데면데면하게 대한다. 이는 자신이 불치병(병명은 영화 속에서 드러나지 않는다)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용기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서다. 용기는 우연히 아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큰 충격을 받지만 모른 체 하기로 한다. 대신에 아내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아내의 첫 사랑을 찾아주기로 한다. 

 

 

불치병을 앞에 둔 젊은 부부의 순애보는 흔한 ‘신파’로 여겨질 수 있겠다. 하지만, 이영애와 이정재의 진정성 있는 연기 덕분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자아낸다. 이 감동과는 별개로 과연 자신의 불치병을 사랑하는 가족에게 숨겨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깊은 아픔을 털어놓는 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에 대한 진짜 사랑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물론 죽음을 넘어선 사랑이다. 과외로 얻는 메시지가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
 
 ‘선물’을 다시 보고난 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환절기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햇살을 하루에 20분씩 쬘 것. 무엇보다 밤, 호박, 송이버섯 등 제철 과일과 야채를 골고루 먹을 것.

 

음식과 건강을 주제로 한 신문 기획물 ‘힐링 푸드’를 준비하면서 전문가들로부터 얻어들은 풍월을 강조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귀담아들어줬다. 늘 듣는 잔소리이지만, 맞는 말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우리네 전통 한식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이영애가 이탈리아에서 자랑스럽게 홍보했듯이 한식은 건강 음식으로서의 자격을 갖췄다. 

 

한식은 육류보다는 채소나 해산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열량 음식이다. 기름에 튀기기보다는 숙성시키고, 찌거나 삶는 ‘건강형’ 조리법이 특징이다. 또 김치, 장류 등의 발효 음식의 기능성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이미 유명하다. 이 덕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한식을 영양학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선정해 소개했다. 

 

물론 한식이라고 해서 골고루 먹지 않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편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한식의 장점을 홍보하는 이영애도 편식이 나쁘다는 것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아이들에게 골고루 먹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아이들이 단 음식을 찾아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편식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협박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글 /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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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아버지는 참 말수가 없으십니다. 저희 어머니가 하루 일들에 대해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있노라면,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계시다
가  "  그렇구만  " 하고 한마디만 하시는 게 전부입니다. 아버지의 조용하
  고 무뚝뚝한 성격은 아마도 모진세상 속에서 안으로만 참고 견디는 버릇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어릴 적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 중학교를 겨우 마치시고, 닥치는 대로 거친 일을 하신 아버지. 가정을 이루고 제가 태어난 후에도 단칸방에서 가족이 간신히 몸을 누이고 생활했습니다. 새벽부터 낡은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자꾸만 작아지고 약해지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무뚜뚝한 성격 탓에 다정한 말을 건네신 적도 거의 없지만, 말없이 챙겨주고 생각해 주셨다는걸 저도 이제 잘 압니다. 가족들 외에도 주위 분들께 늘 착하다는 말을 들으며, 어찌 보면 답답할 정도로 선하게만 살아오신 아버지. 한때는 그런 아버지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존경스럽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을 힘들게 일 해오신 탓에 아버지의 몸은 너무나 지치셨나 봅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 잘 안하셨는데, 점점 힘이 사그라지나 봅니다. 고된 일을 많이 한 탓에 허리 디스크가 생겨, 몇년 전에 수술을 하셨습니다. 요즘도 허리통증을 자주 호소하시며, 앉았다 일어나시는 것조차 힘들어 하실 때가 많아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어릴 때처럼 아버지와 등산도 가고, 자전거도 타고 싶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그리고 젊었을 적부터 당뇨가 있으셔서 오랫동
안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당뇨 때문에 더 쉽게 지치시고 힘들어 하시는데, 연세 탓인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아프실까요?


나에게‘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버지’께서 얼마 전, 날씨도 추운데 따뜻한 옷이나 사 입으라며 용돈을 주시려는 아버지. 아버지의 점퍼는 낡고 오래 되었는데도 저 부터 챙기십니다. 늘 그러셨습니다. 아버지에게는 항상 본인을 위한 날은 없었습니다. 늘 가족이나
친지 등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달려오셨지요.


곧 아버지의 생신이 다가옵니다. 분명 생일이 뭐 별거냐며 손사래를 치시겠지만 꼭 기쁘게 해드리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자꾸만 쭈글쭈글 주름이 늘어가고, 이제는 머리숱도 거의 없으신 아버지. 자식들을 위해서 아낌없이 다주시고, 이제는 앙상한 마른나무 가지처럼 빠짝 마르신 당신. 그리고 저는 아버지의 양분을 먹고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마른나무 가지처럼 축 늘어진 채 "나는 괜찮다고" 하시는 아버지께 푸른 잎사귀를 한가득 내어드리고 싶습니다.


장성웅/ 경기도 남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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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기치 않은 지병으로 저는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 몸 어딘가에 저도 모르는 돌멩
  이 하나가 숨어있었나 봅니다. 1.5cm밖에 안 되는 그 작은 돌멩이 하나에 쓰러진 저는 307호실이라는 새
  로운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가려 했던 것이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전 이곳에서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차마 그 고마움을 몰랐던 인연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HD40인치 TV는 아니지만 저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오래된 TV라는 친구, 가끔씩 소화불량이 있는지 ‘쿵’ 하며 소리를 내는 낡은 냉장고 아주머니, 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 방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넉넉한 의자 아저씨, 모든 것을 잊고 잠시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침대 부인…. 이들과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들과 제가 은혜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하느라 사람에 시달기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정말로 소중한 것을 망각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 제일 미안한 인연은 제 아내였습니다. 결혼을 한 동반자라는 이유로 저는 아내에게 너무나 많은 요구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집안 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처가 일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면서도 제 부모님께는 잘해주기를 은근히 원했고, 제가 일이 바쁘면 아무 말 없이 스스로 잘 살아주기를 바랬으며, 제가 힘들거나 지치면 무조건 제 편이 되어 위로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저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눈이 멀어 오늘도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실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녁 먹는 것을 보고, 속옷을 챙긴 후 병실을 나서는 아내를 배웅하고 들어와 보니 아내가 놓고 간 편지가 보입니다.

  ‘  잠시 쉼을 선택한 당신에게! 바지런한 꽃들은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모습을 다 드러냅니다. 봄 햇살 한 줌만 있어
     도 이렇듯 자연은 겨우내 잉태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네요. 여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서서 자
     신이 온 길을 한동안 바라본다고 해요.


    너무 빨리 달려서 미처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기다리는 중이라는군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영혼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지닌 인디언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것도 걱정 마시고 푹 쉬었다가 오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철없는 아내가.  ’


해가 지고 뜨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 아내와 저의 만남도 우주의 질서인 것 같습니다. 비록 남들처럼 호사를 누리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제 마음은 항상 아내 곁에서 함께 할것을 약속합니다. 아내를 비롯한 모든 인연들과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게 해 준 돌멩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전하는 밤입니다.

조일국/ 전북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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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쇼핑백을 거실에 내려놓더니“엄마 너무 죄송해요”하며 울
  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누구와 싸우기라도 했냐고 묻자 아이는 한참을 훌쩍이다 어렵
  사리 말을 꺼냈다.
 

아이는 옷가게 앞을 지나다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윈도에서 보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구경만 하겠다는 심사로 의류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견물생심이 동했는지 아이는 그만 엉뚱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무릎 위로 적당하게 실밥이 뜯어지고, 색깔도 부드럽게 바랜 청바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순식간에 청바지를 가방에 쑤셔 넣은 것이다.

잽싸게 집어넣었지만 그 결정적 순간은 옷가게 사징님에게 목격이 되고 말았다.


“어이, 학생…, 너… 뭐하냐?”


처음엔 학생이라 불렀다가 이내 너로 바뀌고 ‘뭐하냐’는 목소리에 담긴 호통에 아이는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학생 놈이… 너 어느 학교야? 전화번호 대!” 라는 노여운 목소리에 그만 질려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석고처럼 굳어 있는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던 사장님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청바지를 쇼핑백에 담아주며 좀 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아이를 타일렀다.

 

 

  “담부턴 그러지 마라. 아저씨는 청바지 하나 손해 보면 그만이지만 너는 그렇지 않지 않니! 넌 아직 학생
  이잖니.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거야. 이건 아저씨가 주는 거야. 아저씨도 너만 한 아들이 있거든.”  하며
  옷을 싸주더라는 것이다.


아이는 그 옷을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안 가져가면 학교로 전화를 하겠다는 아저씨의 협박(?)에 못 이겨 받아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 가게에서 그간 잃어버린 물건까지 싸잡아 손해배상을 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고, 경찰서에 끌고 간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옷까지 주시며 용서해 주셨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 고맙고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이 모든 게 무능한 부모 탓이려니 싶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 깊은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청바지 값을 들고 찾아갔다.


그러나 사장님은“학생 얼굴을 보니 그런짓 할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아이니 그럴 수 있죠. 그리고 그건 제 선물이니 그냥 두세요.”라며 돈 받기를 한사코 거절하셨다. 다음에 옷을 사기로 약속하고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 나오고 말았다.


아직도 세상에는 누군가의 잘못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분들이 계시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푸근해짐을 느꼈다. 나도 그렇게 살며,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쳐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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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천사'절친' 이벤트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조그만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그런 서툰 시작에도 용기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건강천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당첨되신 분들은 비밀 댓글로 이벤트 선물 도착지 주소 및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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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도 날이 있지마는 낫처럼 들을 까닭이 없습니다.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어머님같이 나를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더 말씀하지 마시오 사람들이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분이 없도다.
                                                                                   - 고려속요 사모곡(思母曲)


매년 추석과 설날에 어머니는 식구들에게 양말을 한 켤레씩 선물하신다. 처음 시집오던 해부터 받았으니 어언 십 년이 넘게 이어져온 선물의 역사다. 몸이 편찮으시거나 아무리 바쁜 일이 있을 때도 어머니는 어김없이 장으로 가셔서 식구들 수만큼의 양말을 사오셨다.


사실 처음엔 어머니의 양말선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여느 어머니들 또한 명절이 되면 으레 자식들의 명절빔이나 양말 한 켤레 정도 준비하시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작년 설 때의 일이다. 당시 어머니는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 해 가을 고추를 수확하던 어머니는 부주의로 손수레와 함께 개울로 곤두박질쳤고 허리와 다리를 많이 다치셨다. 안 그래도 오랜 지병인 관절염 탓에 고생을 하시던 터였다.

명절을 앞두고 시댁에 내려가니 어머니는 그때까지 지팡이 없이는 운신조차 힘든 상태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성치 않은 몸으로 읍내까지 가셔서 양말을 사 오셨다는 것이다. 길도 미끄럽고 지팡이 없이 걷는 것도 여의치 않아 떡이랑 제수거리들은 아버님께 부탁을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그만 자식들에게 줄 양말을 사오라는 걸 깜박하신 모양이었다. 아버님은 까짓 양말 한 켤레가 대수냐고 말리셨지만 어머니는 기어이 읍내에 나가는 차를 빌려 타고 양말을 사 오신 것이다.

차례를 모신 뒤 부모님께 세배를 마치고 나자 아버님은 쌈지를 열어 세뱃돈을 건네시고 어머니는 자식들마다 고루 양말 한 켤레씩을 선물로 주셨다. 자식들은 이구동성으로 편찮으신 와중에 읍내까지 가셔서 양말을 사 오실 게 뭐냐고 지청구를 해댔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지만 늘 하던 걸 안 하려니 서운하고 맘이 허전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냥 이 어미 마음이려니 하고 신거라.”  고 하셨다.

그런 어머니를 뵈니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릴 때 설날이 되어도 설빔을 얻어 입은 기억이 없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들은 많으니 가래떡이나마 뽑아 조상들께 떡국 한 그릇씩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을 살림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설날이 되면 자식들 몫으로 양말 한 켤레씩은 꼭 잊지 않고 준비하셨다. 별 무늬도 없이 밋밋한 빨간색 양말을 서로 신겠다고 다투던 세 자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명절을 앞둔 대목장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어머니는 양말을 고르셨을 것이다. 자식들이 열한 명에 배우자와 손자들 몫까지 챙기느라 몇번씩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며 숫자를 헤아렸을 당신이다. 한 켤레에 얼마 안 하는 양말이지만 자식들 수가 만만치 않으니 양말 값도 무시 못할 액수였겠다. 또한 손자들 성별이며 연령대까지 배려하느라 양말 한 켤레 고르는 데도 그만큼 품이 들었을 터이다.

분홍색에 귀여운 토끼 캐릭터가 들어간 양말은 유일한 손녀인 딸애 몫, 파랑색에 곰돌이 캐릭터가 들어간 것은 딸애와 나이가 같은 외손자 몫, 길이가 짧고 맵시 있는 건 막 멋을 부리기 시작한 중학생 조카의 몫… 각자의 개성만큼 모양도 빛깔도 다른 양말들이다.

무릇 선물이란 값어치를 떠나 주는 이의 정성이 으뜸이 아니겠는가. 새 양말을 신고 날아갈 듯 집 안팎을 오가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봄 햇살만큼이나 자애롭다.

                                                                                                                           (조현미 경기 일산 서구 대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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