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도 한 그릇 더 먹어 만 55세가 됐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데 직장을 정리할 나이다. 대부분의 직장이 만 55세를 전후로 퇴직한다. 올해는 나와 같은 60년생이 그 대상이다. 조금은 슬프게 느껴진다. 할 일이 더 있는데 나가라니. 그만큼 세월이 빠르다는 얘기다. 자식들도 채 여의지 못할 나이다.

 

빡빡하게 살다보니 벌어놓은 여윳돈도 있을 리 없다. 집 한 채, 자동차 1대, 약간의 예금정도일 터. 국민연금도 7년 뒤에나 받는다. 그때까지 무엇을 하라는 얘기인가. 나는 그래도 나은 편. 계약직으로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따라서 정년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대신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지 나가야 한다. 그럴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 신문사 논설위원도, 대학 초빙교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두 직장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잊지 않고 있다. 나에게 일터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일터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는 24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하루가 지나가면 내일이 온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이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는 법.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 만큼 귀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된다. 시간이 약인 셈이다. 시간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새벽이 가장 좋다. 보통 2~3시에 일어난다. 모두 잠잘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일찍 자기 때문에 이같은 생활 습관이 가능하다. 어쩌다 5시쯤 일어나면 늦잠을 잤다 싶다. 지난 5년간 8권의 에세이집을 낸것도 무관치 않다. 거의 날마다 이 시간에 글을 썼다. 이제는 몸에 완전히 뱄다.

 

 

 

 

꼭두새벽 나의 일터는 우리집 거실. 안방에서는 아내, 건너방에서는 장모님, 또 다른 방에서는 아들 녀석이 잔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거실 밖에 없다. 매일 마주치는 거실이지만 정겹다.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 마시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 기쁨을 영원히 누리고 싶다.

 

직장에 출근하면서 기분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몸도, 마음도 무거운 사람이 많을 게다. 스트레스가 많은 까닭이다. 과도한 업무량도 그렇고, 신명이 안난다.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경험하는 바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이 '무기력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솔직한 답변인 것 같다.

 

 

 

 

직장은 신바람나는 일터여야 한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갖게 된다. 무기력증을 느끼는 원인을 살펴봤다. 낮은 연봉과 열악한 복리후생(4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과도한 업무량(38.3%)이나 회사 내에서의 미미한 존재감(25.5%), 성과에 대한 불만족(21.3%)등을 거론했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더욱 더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

 

무기력증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빨리 고칠수록 좋다. 회사 측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어차피 개인이 극복할 수밖에 없다. 직장은 대부분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토, 일요일을 보람차게 보내면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다. 집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면 피로감이 더 쌓인다.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라. 이틀 중 하루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세상에 특별난 사람이 있을까. 없다고 본다. 한 번 태어났다가 죽는 것은 똑같다. 그럼에도 발버둥친다.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대접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의외로 '나'는 특별나니까, 차별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단다. 그런 심리가 나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와 남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몇해 전 어머님 수의를 맞추러 경북 안동에 갔을 때다. 토속음식인 헛제사밥을 먹으러 한 음식점에 들렀다. 대형 버스 2대가 도착한 뒤 70~80대 노인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모두 점퍼 등 평상복 차림이었다. 방 안에선 "위하여" "브라보" 등 구호가 터져 나왔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는 다짐일터. 음식점 주인이 말했다. "일행 중에 장관을 지내신 분도 2명 있대요." 

 

장관을 역임한 70대 후반의 고교 선배가 들려줬다. 매달 모이는 시골 초등학교 동기회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모임을 갖는데 회비는 1만원. 매운탕에 소주 한 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대신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진 일을 해야 한다. 일터가 있고, 어울릴 친구가 있다면 최고 아닐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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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사생활을 노출시키는 것 아닙니까" 페이스북을 하면서 자주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미주알, 고주알 다 올린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관점이 달라서 그럴게다. 사실 나는 거의 있는 그대로를 옮긴다. 내가 말하는 삶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외계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을 그만 두어야 할까. 가식이 섞인 글이라면 단연코 반대한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가식이란 있을 수 없다. 내가 정직하지 못하다면 그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는가. 페이스북 역시 마이웨이다. 앞으로도 지금과 달라질 바 없다.

 

 

 

 

페이스북의 장점은 적지 않다. 특히 나에게 페북은 은인과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일 자리를 구해줬고, 글을 쓸 수 있는 동기도 제공해주었다. 무슨 말이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게다. 잠시 백수생활을 하고 있을 때 지인이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지금 신문사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 분이 입사를 주선했던 셈이다.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에세이집 6~8권은 페북에 올렸던 글이 모태가 됐다. 요 몇 년은 나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북의 최고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소통에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다.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이 혼자 살 수는 없다.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싫으면 친구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나도 지금까지 페북을 하면서 몇 명과는 친구를 끊었다. 아주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 분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끊으면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내가 사는 방식이 싫은 사람도 있을 터. 그 분들도 나와 친구 관계를 끊었을 것이다. 결국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릴 수밖에 없다.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끼리 뭉치면 된다.

 

 

 

 

밖에 페친들도 종종 만난다. 한 달 전쯤 약속을 했다. 내가 먼저 페이스북에 친구 초대의 글을 올렸다. 딱 다섯 분을 모시겠다고 했다.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었다. 왜 하필 다섯 명이냐구. 그러나 여섯 명만 넘어가도 대화가 분산돼 그렇게 했다. 모두 네 분이 초대에 응해주었다. 나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이 저녁을 한다. 여자 둘에 남자 셋이다. 서로 얼굴들은 모른다. 카카오톡을 통해 인사는 나눴다. 음식점도 같이 결정했다. "식당 추천 받습니다. 한 곳은 라칸티나(이태리 식당), 또 한 곳은 태진(삼겹살과 생태찌개 유명). 두 곳 모두 30년 가까이 된 저의 단골집입니다. 폭탄주도 한 잔 했으면 합니다." 내가 제안했다. 역시 한국사람들. 태진으로 결정했다. 시간도 의견을 반영해 저녁 6시 30분으로 정했다. 민주주의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고 할까.
마지막으로 참석을 확인하는 메시지도 보냈다. 모두 ok. "혹시 늦으면 구박하시겠죠?" "처음 자리지만 편안한 복장으로 가서 뵙겠습니다." 단호(?)한 나의 모습을 전해드렸다. "시간엄수, 복장 자유" "아~~" 한탄이 나온다. 페친 모임은 이렇게 최종 조율했다. 한 달 동안 기다려온 만남이다. 가을쯤 또 한 차례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 원정 만남이 될 지도 모르겠다. 대전에서도 페친들과 모임을 하잔다. 온라인도 나름 의미있지만, 오프라인은 더욱 설레게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페친을 사귀었다. 2014년에만 두 배 가량 는 것 같다. 이 가운데 얼굴을 아는 친구는 대략 몇 명쯤 될까.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00명은 넘지 않을 듯 싶다. 자주 소통하는 페친도 나중에 사귄 친구들이다. 페북이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었다. 이제 150명 이상은 더 사귈 수 없다. 5,000명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3,000번째 ,3,333번째, 4,444번째 페친과 작은 이벤트를 했다. 5,000번째 페친과도 같은 행사를 할 계획이다. 3월 안에 5,000번째 페친이 탄생할 것 같다. 앞으로 더 소통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금처럼…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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