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 삐약…."

6학년인 딸아이가 가져온 하얀 봉투 속에 학교 앞에서 샀다는 병아리 두 마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엄마, 나 병아리 키워도 돼?"  하도 애처롭게 애원을 해서 "그래라, 근데 아빠가 허락해 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온 걸 어떻게 하겠니."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쓰레기 재활용통으로 가더니 큼직한 종이상자를 가지고 와서는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병아리를 살짝 내려놓더니 계란을 달라고 합니다.


"왜?" 딸아이 하는 말이 외할아버지가 병아리 키울  때 그렇게 하셨다고 하는 거에요. 매년 방학이면 체험교육 삼아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내다 오는데 병아리 키우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나 봅니다.

 

  '세상에!' 조금 있다가는 내 아끼던 토끼털 외투로 종이상자를 덥어주고 보일러를 더 올리라고 난리인
  것 있지요? 병아리는 따뜻해야 한다며 행여나 어찌될까 자기가 보고 익힌 방법을 최대한 응용하고 있
  는 것 같았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말린 시래기를 잘게 쪼개서 계란에 비벼주질 않나, 딸기 먹여도 되냐며 물어도 보고 냉장고를 이곳저곳 뒤지고….

조금 있으니 삐약하는 소리가 약해지고 간혹마다 소리를 내어서 깜짝 놀라 어떻게 되었냐며 걱정스러운 맘으로 딸아이에게 물었더니
 

  "엄만 외할아버지 집에서 살았으면서 그것도 몰라요?" 하는 겁니다.   

  병아리가 안정을 찾고 따뜻해지니까 울음소리가 줄어든 것이라며, 열심히 맘마를 먹는다고 말하는 딸아
  이가 그렇게 기특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아빠의 퇴근시간이 되자 딸아이는 못내 걱정스러워하더군요. 분명 아파트에서는 병아리를 키우지 못하게 하실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허락을 받아달라며 엄마에게 아양을 부리고, 집안청소도 깨끗이 해놓고, 아빠의 신발을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 닦고….

결국은, 하루이틀만 키우고 주말에 외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자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튿날, 외출해서 돌아와 보니 친구들에게서 얻었다며 아홉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종이상자에 넣어놓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더군요. 집에서 허락을 받지 못해 외할아버지 집으로 보낸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준 모양입니다.


주말이 되어 아쉬워하는 딸아이와 함께 병아리를 갖다주러 외할아버지 댁으로 향했습니다. 외할어버지 농장의 햇볕 좋은 키위밭 안에는 이제 갓 부화한 예쁜 병아리가 백 마리도 넘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기러기, 오리, 거위까지 잘 자라고 있어서 딸아이의 울먹하는 맘도 없어진 것 같았습니다.


"엄마, 친구들이 생기니까 더 잘 논다."

"그래, 사람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야 화목하고 더 정답게 잘 살아지는 거란다."

이렇게 해서 딸아이의 짧디 짧은 봄맞이는 막을 내렸지만 그래도 딸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을 기쁘게 했습니다.

주말에는 딸아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외할아버지의 농장으로 향해야겠습니다.

 

오영석/ 전남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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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라새 2010.06.21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에 병아리를 애지중지 키웠다가 아버지가 잡수셔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는 아침운동을 한 지 십여 년이 넘었다.  
   겨울에만 추워서 잠시 중단할 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는 집 근처 공원으로
   아침
운동을 나간다.

 

구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생활체육교실이 공원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집과 조금 떨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간다. 공
원을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사이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곳에서 매일 만나는 노부부가 있다.

 어김없이 여섯시면 만나게 되는 노부부는 아파트 사이 길을 오가며 걷는 운동을 한다. 그곳은 길 양옆으로 꽃과 나무가
 많아
걷기에 좋다.

래서 날씨가 푸근해지면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노부부는 3월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 같았다. 노부부를 볼 때마다 나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늘 한결같은 데다 얼굴이 온화해 보이는 탓도 있지만 두 분의 다정한 모습 때문이다.


이틀 전이던가. 그날도 그분들은 다정하게 서로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다리를 삐끗했는
중심을 잡지 못 하고 넘어지려 했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부축하려다 그만 두 분이 함께 넘어
지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자전거에서 내려 그분들에게 다가갔다. 두 분을 부축해서 일으켜 드리고  "괜찮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아이고, 고마워요. 애기 엄마가 우리 양반보다 낫수.” 하며 웃으셨다.

다행이 두 분 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았다. 두 분은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다시 사이좋게 걷기 시작했다.

내가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할머니가 할아버지 바지에 묻은 흙을 터는지 구부정하게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
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날씨가 추운 아침에는 서로 옷을 여며주는 모습을 본 적도 많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할머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도 많이 봤다. 그래서인지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되기
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게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그분들에게서 나는 참사랑이란 단어를 떠
올리곤 했다.

 

   부부라는 묘한 관계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일 수 있다. 그만큼 서로 화합하기가 쉽지 않
  다. 그
런 면에서 노부부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
  들의 마음까지 따뜻하
게 채워주기도 하지만 한번쯤 자신을 되돌아보게도 한다. 그래서일까. 노부부
  를 보고 오는 날이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
워져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아침이라는 배경 또한 두 분의 모습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아침은 희망과
활기를 가져다주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장미숙 / 서울시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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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hoebe Chung 2010.05.31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부부도 나이들어 저런 모습이면 좋겠어요. 이야기만 들어도 흐믓하네요.^^*

    • 국민건강보험공단 2010.05.31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이를 먹지 않고싶지만 불가항력적인 문제겠죠? ㅎㅎ
      남의 시선을 신경쓰는게 아니라
      제가 제 자신이 부럽지 않도록 늙어갔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날 되세요 피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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