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이 때쯤이면 어김없이 마음도 몸도 쳐져서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흔히 ‘가을 탄다’고 하죠. 고정관념에 따르자면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 초입에 생기는 우울감은 성별과 무관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우울감은 계절의 변화와 이로 인한 우리 신체의 반응의 변화 때문에 나타나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가을, 타지 않고 즐길 수 있을까요?




우울은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단어입니다. 끊임없는 경쟁과 반복되는 실패,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 우울은 ‘마음의 감기’로 비유할 정도로 일상적입니다. 물론 감기처럼 우울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에 자주 걸리면 몸 상태를 의심해야 하는 것처럼, 자주 우울하다면 마음 상태를 의심해야 합니다. 감기를 방치하다간 더 큰 병이 생길 수 있듯이, 우울도 더 심각한 정신장애나 자살 같은 끔찍한 결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울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요 우울증은 가장 심각하죠.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우울해 하고, 수면도 식사도 모두 정상적으로 하기가 어려워서 주변 사람들이 금세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은 아니지만 일주일 중에 우울한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고, 이런 기간이 2년이 넘는다면 전문가들은 만성 우울증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이런 우울증은 당장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개인이 적절하게 관리하면 벗어날 수 있는 우울증도 있습니다. 바로 계절성 우울증이죠.




계절성 우울증이란 가을과 겨울에 몸과 마음이 쳐지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우울증이라고는 부르지만, 정신장애의 진단 기준에는 들어가지 않죠. 이 말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우울증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히 우울할 만한 일이 없는데 우울감을 느낀다면, 특히 몸도 쳐진다면 계절설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신체 반응입니다. 몸이 쳐지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것인데요, 가을과 겨울은 봄과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적습니다. 적은 일조량은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몸과 마음을 쳐지게 만들죠. 봄과 여름이더라도 비가 오거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날도 몸과 마음이 쳐진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치죠.




어떻게 하면 계절성 우울증에서 벗어나 가을을 즐길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했던 주요 우울증이나 만성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와 함께 심리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계절성 우울증이라면 혼자서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가능한 햇볕을 쬐어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햇볕이 들지 않는 근무환경입니다. 햇볕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합니다. 햇볕을 통해서 우리의 신체리듬도 조정할 수 있고, 수면의 질도 높일 수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우울감을 감소시킵니다. 그렇다고 직장을 때려칠 수는 없으니, 점심시간이라도 20분 이상 실외에서 햇볕을 쬐어야 합니다. 부족한 일조량을 이렇게라도 늘려야죠.


둘째, 운동이 필요합니다. 날이 추워지면 평소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안하게 됩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은 뇌를 활성화시킬뿐더러, 우리의 기분도 좋게 만듭니다. 평일 저녁이든, 주말이든 꼭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솔직한 마음을 나누세요.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진솔한 대화가 끊어졌습니다. 대화하다가 싸우지만 않으면 다행일 정도로 마음을 나누기가 쉽지 않죠. 고립과 고독은 우리 마음을 더 힘들고 우울하게 만듭니다. 끝까지 마주 앉아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주기적으로 만나 마음의 무장을 모두 해제하고 함께 웃고 울어보세요. 만약 그럴 만한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심리학자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변하는 계절 탓에 몸과 마음이 처져서 우울해 하다가, 아름답게 변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가을, 타시겠습니까 즐기시겠습니까.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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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도 한 그릇 더 먹어 만 55세가 됐다.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데 직장을 정리할 나이다. 대부분의 직장이 만 55세를 전후로 퇴직한다. 올해는 나와 같은 60년생이 그 대상이다. 조금은 슬프게 느껴진다. 할 일이 더 있는데 나가라니. 그만큼 세월이 빠르다는 얘기다. 자식들도 채 여의지 못할 나이다.

 

빡빡하게 살다보니 벌어놓은 여윳돈도 있을 리 없다. 집 한 채, 자동차 1대, 약간의 예금정도일 터. 국민연금도 7년 뒤에나 받는다. 그때까지 무엇을 하라는 얘기인가. 나는 그래도 나은 편. 계약직으로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따라서 정년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대신 그만두라고 하면 언제든지 나가야 한다. 그럴 준비는 항상 되어 있다. 신문사 논설위원도, 대학 초빙교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두 직장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잊지 않고 있다. 나에게 일터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일터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는 24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하루가 지나가면 내일이 온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선이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 없는 법.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 만큼 귀한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된다. 시간이 약인 셈이다. 시간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새벽이 가장 좋다. 보통 2~3시에 일어난다. 모두 잠잘 시간에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일찍 자기 때문에 이같은 생활 습관이 가능하다. 어쩌다 5시쯤 일어나면 늦잠을 잤다 싶다. 지난 5년간 8권의 에세이집을 낸것도 무관치 않다. 거의 날마다 이 시간에 글을 썼다. 이제는 몸에 완전히 뱄다.

 

 

 

 

꼭두새벽 나의 일터는 우리집 거실. 안방에서는 아내, 건너방에서는 장모님, 또 다른 방에서는 아들 녀석이 잔다.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거실 밖에 없다. 매일 마주치는 거실이지만 정겹다.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에 마시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이 기쁨을 영원히 누리고 싶다.

 

직장에 출근하면서 기분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몸도, 마음도 무거운 사람이 많을 게다. 스트레스가 많은 까닭이다. 과도한 업무량도 그렇고, 신명이 안난다.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경험하는 바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이 '무기력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솔직한 답변인 것 같다.

 

 

 

 

직장은 신바람나는 일터여야 한다. 그래야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갖게 된다. 무기력증을 느끼는 원인을 살펴봤다. 낮은 연봉과 열악한 복리후생(4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과도한 업무량(38.3%)이나 회사 내에서의 미미한 존재감(25.5%), 성과에 대한 불만족(21.3%)등을 거론했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더욱 더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

 

무기력증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우울증만큼이나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빨리 고칠수록 좋다. 회사 측도 신경을 써야 하지만, 어차피 개인이 극복할 수밖에 없다. 직장은 대부분 주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토, 일요일을 보람차게 보내면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할 수 있다. 집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면 피로감이 더 쌓인다. 운동이나 여행 등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라. 이틀 중 하루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하자. 무기력증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세상에 특별난 사람이 있을까. 없다고 본다. 한 번 태어났다가 죽는 것은 똑같다. 그럼에도 발버둥친다.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대접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의외로 '나'는 특별나니까, 차별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단다. 그런 심리가 나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와 남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몇해 전 어머님 수의를 맞추러 경북 안동에 갔을 때다. 토속음식인 헛제사밥을 먹으러 한 음식점에 들렀다. 대형 버스 2대가 도착한 뒤 70~80대 노인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모두 점퍼 등 평상복 차림이었다. 방 안에선 "위하여" "브라보" 등 구호가 터져 나왔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는 다짐일터. 음식점 주인이 말했다. "일행 중에 장관을 지내신 분도 2명 있대요." 

 

장관을 역임한 70대 후반의 고교 선배가 들려줬다. 매달 모이는 시골 초등학교 동기회에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모임을 갖는데 회비는 1만원. 매운탕에 소주 한 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단다. 대신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진 일을 해야 한다. 일터가 있고, 어울릴 친구가 있다면 최고 아닐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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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 땅에서 불과 35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했으니 말이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에 혀를 내둘렀다.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되었다. 1996년에는 OECD에 가입하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물론 1997년부터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지만 전 국민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4년 만에 전액 상환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엄청난 성과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밤과 낮,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또 일하는, 죽도록 일하는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에 주당 근무시간은 가장 높고, 수면시간은 가장 적은 나라라고 한다. 이 정도 했으면 좀 쉬어가만도 한데 현실은 다르다. 이제는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특히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국가도 기업도 모두 위기라고 말한다. 국가는 기업을, 기업은 국민의 고삐를 계속 죄고 더욱 박차를 가한다. 지금까지도 죽을힘을 달렸지만 또 다시 달려야 하다니! 국민은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이른바 번 아웃 신드롬이다.

 

 

 

 

 

아웃이란 완전히 지쳐서 소진된 상태를 말한다. 번 아웃은 단순한 신체적 피로나 피곤과는 다르다. 몸이 지친다면 푹 자거나 쉬면 회복이 된다. 핸드폰 베터리가 방전이 되었을 때 충전기만 꽂고 기다리면 되듯이 말이다. 그러나 번 아웃은 더 이상 충전이 되지 않는, 즉 베터리의 수명이 다 된 상태다. 아무리 충전기를 꽂아도 소용없다.

 

번 아웃이 되면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많이 자더라도 회복되지 않는다. 몸이 지친것이 아니라 마음이 지쳤기 때문이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 일 생각이 떠나지 않아 괴롭고 불안하다. 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일이 끔찍하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불면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은데, 눈을 붙여도 잔 것 같지가 않다. 꿈에서도 무엇에 쫓기거나 조바심을 내는 일이 많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허기가 지는 것은 배가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번 아웃은 크게 심리적 증상과 신체적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피로감과 무기력, 우울이나 불안, 분노와 짜증이 있고, 신체적 증상으로는 불면증이나 폭식증, 대인기피나 출근(직무)거부가 있다. 번 아웃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이나 게임, 쇼핑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빈번하게 겪기에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자녀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을 수도 있다. 당연히 직장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극단의 고립감과 무기력, 자기비난에 빠져서 자살시도나 자해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수면과 섭식 문제와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신체적 질병에 취약해지기 쉽다.

 

 

 

 

 

어떻게 해야 번 아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번 아웃은 일종의 경고등이다. 자가용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수리를 하지 않고 무리하게 달린다면 폐차를 시켜야 할지 모른다. 번 아웃은 우리 삶의 방향이나 방식이 잘못 되었다고 알려주는 빨간불이다. 점검이 필요하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살기 위해 일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일하기 위해 살게 되지는 않았는지, 가족을 위해서 일한다지만 정작 일 때문에 가족이 고통 받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필요하다면 이직을 고려하거나 새로운 삶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만약 현재의 삶의 방식과 방향을 바꿀 수 없다면 되도록 일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직장에서 성공을 쫓아가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으니, 자신이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포기하는 것도 좋겠다. 어떻게 되었든 시간을 확보해 제대로 쉬는 것이 필요하다. 제대로 쉰다는 것은 몸이 아닌 마음의 휴식이 먼저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방법으로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이 좋다. 운동을 하면서 근육의 긴장감, 심박의 증가도 느끼고 운동 이후의 이완과 상쾌감을 느껴보자. 이와 더불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눈을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뿌리부터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현대 사회는 서로를 대상화시킨다.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헤어지며, 상대를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따라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번 아웃에서 회복될 수 있다.

 

글 /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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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나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경험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냈거나 친구들로부터 배척을 당한 경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외상경험, 어린 시절 부모로

       부터의 학대나 방임, 수치스러웠고 무기력했던 사건들까지 그 종류와 내용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이들의 하소연이다. “그 기억을 제 머리에서 지우고 싶어요.”

 

 

             

 

 

 

기억, 지울 수 있을까?

 

가끔 신문에 보면 최근 연구결과를 이용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곤 한다.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기사이겠지만, 기사를 꼼꼼히 읽다보면 시쳇말로 낚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사는 대부분 어떤 과학자가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혹은 세포)을 발견했다는 것이고 이런 연구가 앞으로 계속 된다면 ‘언젠가는 원치 않은 기억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뇌와 기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중에는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못을 박는다. 기억이란 뇌의 특정 부분에만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뇌를 완전히 교체하지 않고서는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와 드라마 속 기억상실

 

2003년 K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아내>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은 상태에서 만난 여성과 예전의 아내 사이에서 겪는 일을 그렸다. 이 드라마로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당하면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모두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의 기억상실증과는 사뭇 다르다. 기억상실증은 크게 뇌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organic)과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심인성(psychogenic)로 나눌 수 있는데, 위의 예는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선 뇌 손상이 없었으니 기질성도 아니다. 그리고 과거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심인성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기질성 기억상실은 교통사고나 뇌졸중,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간질 등으로 인한 실제적인 뇌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해마(hippocampus)가 손상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기억상실로,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의 주인공 루시(드류 베리모어 분)가 바로 이런 예였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의 창고로 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마가 손상되면 된 이후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도 이미 기억의 창고로 들어간 과거의 사건은 사라지지 않는다.

 

심인성 기억상실은 다른 말로 해리성 기억상실이라고 한다. 교통사고나 폭행 같은 끔찍한 사건을 당했을 때, 해당 사건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성을 비롯해 모든 과거를 잊는 일은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 이 증상은 과거의 기억을 잊었다기보다는 잠시 억압해 둔 것이다. 마음이 사건과 경험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마음 저편에 두었을 뿐이지, 기억이 지워진 것은 아니다.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억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우성과 손예진이 출연했던 영화 <내 머릿 속의 지우개>는 기억상실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치매에 대한 영화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듯이 알츠하이머 치매는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세포가 죽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이 때문에 기억상실이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지만, 기억에만 문제가 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 조절과 인지, 행동까지 문제가 오는 종합적인 뇌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한 기억을 위해

 

우리를 고통에 빠져들게 하는 기억만을 선별적으로 없애는 마법 따위는 없다. 우울이나 불안을 통제할 수 있는 약물은 있으나,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약물 또한 없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평생 지고 가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와 아니다, 둘 다 가능하다.

 

먼저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만을 보았을 때는 ‘그렇다’이다. 너무하다 싶겠지만 이것이 사실이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기억은 시간에 지나면 희미해지지만, 강렬한 사건에 대한 기억은 평생 지고가야 한다. 몸의 상처가 심하게 나면 흉터가 가시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억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는 ‘아니다’라는 답도 가능하다. 기억 용량 자체는 무한대로 크지만, 우리가 순간 기억할 수 있는 내용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고통스러운 기억보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더 많이 만든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에 덜 시달릴 수 있다.

 

긍정심리학자들은 ‘우울’을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행복과 감사’를 더 많이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우울’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애려하기보다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만들자. 어느 순간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라 행복한 기억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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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불안이나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 중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간관계가 중요하니 웬만하면 참고 살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이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지 않 아도 어려운 사회생활에서 마음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덫이 있으니 바로 뒷담화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뒷담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싶다.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 뒷담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또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뒷담화를 하는 이유

 

사람들이 뒷담화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정서적 지지 때문이다. 누군가 때문에 힘들거나 억울할 때 뒷담화를 통해 위로와 지지를 받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신은 옳고(정상이고) 그 사람은 틀렸다(이상하다)는 식의 논리가 뒷담화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과 친해지기 위해서다. 서먹한 사람과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면 친해지게 된다. 공통의 관심사란 드라마나 스포츠, 연예인일 수도 있지만 직장이라면 직장 내의 누군가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통제에 대한 욕구도 뒷담화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뒷담화는 “그 사람 어떤 사람이야?”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과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아주 강하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게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뒷담화를 통해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뒷담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수집과 판단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과의 브루어(W. Brewer)와 동료들은 실험을 위해 피험자들을 모집한 후, 교수연구실에서 대기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 후 실험실로 인도받은 그들에게 종이 한 장이 주면서 방금 전 대기하던 곳에서 보았던 물건을 기록하라고 말했다. 대부분은 교수연구실에 있을 법한 물건(책과 노트 등)을 적었지만, 이것들은 연구자가 미리 치워놓았다. 반면 연구자들이 가져다 놓았던 농구공이나 벽돌을 적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이 아닌 보았다고 ‘생각’한 것을 적은 셈이다.

 

뒷담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그대로’ 옮긴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이 들었다고 ‘생각’한 것을 옮기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결국 없는 정보도 생기게 되고 있는 정보도 없어지게 되며, 작은 정보가 커지기도 하고 큰 정보는 작아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잘못된 정보들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집단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주변 사람이 누군가에 대해 험담을 하면서 동의를 구하기에 금세 동조하게 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뒷담화에 열성을 올리는 사람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착한(친사회적) 사람이라고 한다. 문제가 되는 구성원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전파하는 것이다.

 

 

 

뒷담화에서 조금은 자유롭기

 

뒷담화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그 폐해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뒷담화의 확산을 직접 막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다수의 압력에 소수가 동조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도 가능함을 증명하였다.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는 개인(소수)이 자신의 주장을 확신 있게 하고, 지속적으로 하며, 일관되게 하다 보면 다수가 개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누군가에 대해 부당한 뒷담화를 한다면 다른 의견을 제시해 보자. 확신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주장하면 침묵을 지키던 누군가는 당신의 의견에 찬성하게 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바뀔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뒷담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언젠가는 뒷담화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의 힘이 작용할 여지는 더 많다.

 

두 번째는 자신이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다. 뒷담화란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라서 해명할 기회도 없고, 해명을 들어줄 사람도 없다. 이럴 경우엔 뒤집어서 생각을 해보자.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어쨌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증거나 아니던가! 연예인들도 한참 잘 나갈 때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지, 인기가 식으면 악플도 없는 법이다. 만약 자신에게 잘못이나 부족함이 있다면 고쳐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뒷담화의 대상이 된다면 아마 시기와 질투, 혹은 오해 때문일 수 있다. 어느 집단이든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반대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뒷담화만 하면서 어중이떠중이로 살기보다는, 그 대상이 되는 리더로 살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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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언어가 아니다. 

       언어를 통한 자기표현이다.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언어 못지 않게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고 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 바로 비언어적 단서다. 얼굴표정이나

       눈짓, 손짓과 몸의 자세, 시선을 들 수 있다. 이런 비언어적 단서를 잘 읽는 것은 정신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눈치와 비언어적 의사소통

 

개인보다는 전체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마음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서양 사람들은 마음이 불편할 때 “불안해”, “우울해”라면서 직접 표현하지만, 동양 사람들은 “몸이 안좋아”, “머리가 아파”라면서 마음이 아닌 몸의 증상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비언어적 단서도 이런 간접 표현 방식의 하나다. 화가 났을 경우 말로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문을 쾅 닫는다던지, 인상을 찌푸린다던지 한다. 구구절절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꺼려하여, 자신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고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1989년 TV전파를 탔던 ○○파이 CF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걸”

 

혹자는 어떻게 말하지 않아도 아느냐고 따지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문화에서는 타인의 비언어적 단서를 제대로 읽고 반응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자 덕목이다. 이런 사람은 소위 눈치있는 사람, 그래서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문화심리학자 최상진은 한국의 문화를 눈치문화라고 분석하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눈치가 발달한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눈치는 서양에는 없는 개념이라 영어로도 nunchi라고 표현한다.

 

 

 

대인관계, 불안과 우울

 

‘눈치 있으면 절간에서도 새우젓 얻어먹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비언어적 단서를 잘 읽는 것은 중요하다.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러나 비언어적 단서를 틀리게 읽는다면 불난 집에 휘발유를 뿌리는 결과가 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호감의 웃음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이거나, 이와 반대로 비웃음을 호감의 웃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멀리하게 되고,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쓸 것이다. 당연히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타인의 눈치를 계속 보게 되고, 불안과 우울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타인으로부터 ‘눈치가 없다’는 비난을 듣게 된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는 이유는 비언어적 단서에 주의를 기울이기는 하지만,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환경에 오랜 시간 처해 있던 사람들이 종종 이런 경험을 한다.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올바른 해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눈치를 제대로 보기 위해

 

비언어적 단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할까? 가까운 사이라면 직접 물어보는 것이 제일 좋다. 가족이나 친구, 애인이나 허물없이 지내는 직장동료 사이라면 가능하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따지듯이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너 지금 그게 무슨 표정이니!”라고 표독스럽게 물으면 상대방은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내가 무슨 표정을 짓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화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널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데, 지금 나한테 어떤 마음이야? 불편하더라도 이야기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면 전혀 다른 반응이 돌아올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는데 누가 외면하겠는가?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기가 어렵다. 직장 상사나 거래처 사람에게 표정의 의미를 물어볼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럴 경우는 상대방의 비언어적 단서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보류하고, 더 많은 증거를 찾아보자. 상대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면 다른 면에서도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과 언사를 더 많이 할 것이고, 호감의 웃음이라면 이와 반대의 증거를 얻을 것이다. 상사가 자신의 실수 때문에 화가 나 있다면 자신에게 계속 짜증을 내겠지만, 자기 집안 일 때문이라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짜증을 내거나 조퇴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섣불리 판단하지만 않고 더 많은 정보를 모아도 비교적 정확하게 비언어적 단서를 읽을 수 있게 된다.

 

혹자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에 사는 이상 우리의 삶을 풍성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눈치, 절간에서 새우젓을 얻어먹을 수 있는 눈치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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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의미하는 자존감(self-esteem)은 심리학자들의 주요 연구주제였다.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주요 연구주제라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자존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존감, 자존심, 자만심

 

자아존중감이라고도 하는 자존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이와 많이 혼동되는 자존심, 자만심과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자존감, 자존심, 자만심은 모두 자신을 좋게 평가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자존심이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성공할 때 경험할 수 있는 느낌이라면 자존감은 타인과 무관하게 자신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긍정하는 느낌이다. 당연히 타인과의 경쟁에서 실패한다면 자존심은 곤두박질치지만, 자존감은 그렇지 않다.

 

또한 자신을 스스로 존중할 수 있는 자존감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번져나가지만, 자만심은 자신만 귀하다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상태로 타인을 무시하는 교만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지만, 자만심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못할 수밖에 없다.

 

 

 

자존감의 영향

 

심리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자존감이 얼마나 중요한 심리적 기제인지를 밝혀냈다. 정말 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그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존감은 우울이나 불안, 분노(화)와 공포(두려움) 같은 부정적 마음과 부적 상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자존감이 높을수록 이런 부정적 마음은 적게 나타나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었다. 객관적으로 더 잘나고 예뻐서가 아니었다. 이보다는 자신의 외모와 신체적 특징에 대해 주관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존감은 학업 성적이나 또래관계와 정적 상관이 있었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성적이 좋고, 또래와의 관계도 좋았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비해서 공감능력도 뛰어났고, 당연히 리더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 외에도 자존감의 중요한 삶의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행복의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자존감이 높기를 바라고, 모든 상담자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가 자존감이 높아져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어떻게 해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까? 심리학의 기초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 윌리엄 제임스라는 심리학자의 설명을 참고해보자. 그는 자존감을 다음의 공식으로 설명했다. 

 

  

 

 

설명하자면 자신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에 비해 자신의 실제 능력이 얼마나 큰지가 자존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기대했는데, 막상 잘 해내지 못했다면 자존감은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자존감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서 자신의 잠재력보다 조금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것이다.

 

심리상담의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를 현실감 있게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능력 이상의 기대는 떨쳐버리고, 또 이후 성장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경험으로 갖게 된 지나친 자기비하도 떨쳐버리게 한다. 그래서 현실감 있게 자신을 알고,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글 / 강현식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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