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간다. 그간 숨겨두었던 회귀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듯 말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고향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남녀노소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명절 역시 양면이 존재한다. 명절 때문에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명절이 끝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만나서 반가운 얼굴이 있지만, 만나면 괴로운 얼굴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은 사람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치우느라 힘든 사람도 있다. 명절에 대한 마음은 자신의 역할과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가운데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존재한다.

 

 

 

 

명절을 전후로 여기저기서 명절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원래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로 주부들이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이다. 즉 피로와 우울, 무력감,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을 들 수 있다. 명절 내내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의 다섯 가지 '고(苦)'에 시달리니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 이에 더해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눈치,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중요 원인이다. 
 
명절증후군은 본래 주부들에게만 해당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남편들도 겪는다고 한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와 명절 때 본가와 처가에 지출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 또 고부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다.

 

미혼 남녀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특히 취직이나 결혼을 하지 못했을 경우 극에 달한다. 여기에서도 성차가 나타나는데, 남자는 보통 직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직을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또래의 사촌들보다 변변치 못한 직장을 다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들 수 있다. 여자들은 직장보다는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어른들이야 덕담이라면서 결혼 이야기를 꺼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악담으로 다가온다. 결혼만 하면 달갑지 않은 관심이 끝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남편에 대한 내조,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새로운 악담거리가 생겨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인 경우가 많으며, 집안일도 고르게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명절만 되면 집안일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예전에는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하고, 여자는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기보다는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 열풍이 불 정도로 남자들에게도 가정과 자녀 양육이 중요해졌고, 여성들 역시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런데도 명절만 되면 남자는 가정이나 결혼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에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여자는 적정한 때에 잘 나가는 직장을 때려 치고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인식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명절을 이렇게 경험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명절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른들과 함께 지내기에,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문화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 돕는 것이 당연시 된다. 집에서는 남편이 부엌일을 도맡아 할지라도 말이다. 처가라고 다를까? 장모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사위가 아닌 딸이 들어간다. 물론 딸을 생각한 장모여서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사위가 대신 들어가서 부엌일을 하지는 않는다. 부엌일뿐이랴?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한 세기 전의 생활방식이 요구된다.

 

 

 

 

명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이때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여자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상대방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바란다. 만약 시어머니로부터 느꼈던 섭섭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대상으로 남편을 선택한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공감과 지지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경향이 있을뿐더러, 아내의 이야기를 '앞으로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거나 '시집이 싫어서 당신이랑 못살겠다'는 의미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관계를 끊으려는 생각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나 불만을 잘 늘어놓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무언가를 하면서(운동, 섹스 등) 풀려고 한다. 이는 여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 때문에, 남자 역시 여자에게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여자는 관계를 끊거나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려고 할 때에만 상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절이 정말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하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어른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기도 어려우니, 명절 이후에라도 남녀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좋겠다.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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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과 함께 오는 명절증후군 

 

어느 나라의 의학서적에도 등장하지 않으나 매년 두 차례씩 많은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질병 아닌 질병이 있으니 바로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로 가사를 담당하는 주부들이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이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피로와 부담, 우울, 무력감을,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 불량 등을 들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산업화 이후 진행된 핵가족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핵가족화가 심해지면서 주방의 일손만 줄고, 정작 주방일은 줄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연휴 내내 주부들은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의 다섯 가지 ‘고(苦)’에 시달린다.

 

 명절증후군의 원인이 신체적 노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더 주부들을 괴롭히는 것은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눈치,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일지도 모른다.

 

 명절증후군은 본래 주부들에게만 해당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남편과 자녀, 심지어 시어머니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남편은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 취업이나 결혼을 뒤로 미룬 성년 자녀들은 친척들의 불필요한 안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에는 며느리를 본지 얼마 안 된 시어머니들도 명절증후군을 호소한다고 한다.

 

 명절을 없앨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명절증후군을 잘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원인을 찾으라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명절증후군도 그렇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제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자는 기계 고장의 원인을 알아야 수리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의사는 환자 고통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현실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으로 구분 가능하다.

 

 현실적 측면이란 오랜 시간 동안 운전을 하거나 음식 장만하기 등 실제로 몸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고, 심리적 측면이란 주로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물론 두 측면을 항상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이 자신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다른 접근을 취해보자.

 

 

 

  현실적 고통에는 현실적 방법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은가? 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주부들은 명절 기간 동안 주방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과 자녀들에게 둔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를 풀면, 화도 잘 풀리지 않을뿐더러 다음에 종로에 가면 또 뺨 맞기 십상이다. 종로에서 어떻게 하면 뺨을 안 맞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장시간 운전 때문에 힘든 남편은 가족 중 운전 가능한 사람과 교대로 운전하거나 교통체증이 덜 심한 시간에 이동을 하면 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온갖 매체에서 고속도로가 언제 제일 막히는지 예보를 해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 되면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고속도로로 차를 가지고 나온다.

 주방 일로 힘들어 하는 주부들은 남편이나 자녀 등 가능한 사람에게 적극 도움을 요청해 보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자신이 일을 못하는 주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적극 도움을 요청해서, 가사 노동을 줄여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온 가족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지내는 것이다.

 명절 연휴 내내 집에서 식탁과 TV만을 배회하는 가족을 선동해 밖으로 나가자.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여행도 좋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외로운 이웃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만약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연휴 이후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편에게 얻어 내든지 아니면 평소 생활비를 아끼든지 자신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현실적인 보상을 하면서 연휴의 노고를 풀어주자. 돈 아깝다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돈이 들지도 모른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통제감으로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힘들어 하고, 취업이나 결혼을 못한 이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친척들 때문에 힘들어 한다.   그리고 새내기 시어머니는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해 힘들어 한다. 또한 예전의 자신과 너무나 다른 당당한 며느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역시 중요한 스트레스 이유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바로 통제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통제감 상실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심리학자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그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느낌을 갖으면 정신건강에 이롭고, 아무리 가벼운 고통이더라도 통제감이 없으면 심각한 정신장애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통제감은 중요하다.


 만약 통제감 상실 때문에 명절이 괴로우면 통제감 회복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주방에서 시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힘들다면 주방의 주도권을 가지는 주방장이 되면 된다.  

 당연히 시어머니를 조리사로 부릴 수는 없으니, 시어머니는 총 주방장으로 임명해 안방에 모셔다 드리고 중요한 순간(음식 간을 볼 때)에만 그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  그러면 시어머니도 기분 좋고, 며느리 역시 몸은 힘들어도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고 불편한 내색을 하지 말고, 여유 있게 웃어넘기면서 역으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고 안부를 물으면 된다.   만약 자녀를 둔 삼촌이 이런 안부를 묻는다면, “뭐 때가 되면 하겠죠”라면서 슬쩍 넘기면서 곧바로 삼촌이나 그 가정의 안부를 물어보라.   “그나저나 민수(삼촌의 아들, 사촌)는 요즘 공부 어때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자신이 아닌 사촌 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당한 며느리 때문에 명절이 괴로운 시어머니라면 며느리에게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선수를 쳐보자.

 요즘 며느리들은 예전과 달라서 시어머니가 하자는 음식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자거나 아니면 갑작스럽게 이번 명절에는 여행을 가자고 한다.   당연히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의 이런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예전 시어머니들처럼 시집살이를 고되게 시킬 수도 없어 은근히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럴 경우는 먼저 며느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통제감을 갖게 되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올 추석은 바로 그런 명절로 만들어 보자.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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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인배닷컴 2011.09.08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예전엔 명절 떄마다 심리적 요인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약간 낫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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