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3.05 정월대보름 음식, 무얼 먹을까?
  2. 2014.09.06 명절이 필요한 시간

    

 

 

 

 

 

 

 

내달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 절식(節食)이나 풍속 중엔 속신(俗信, 민간에서 전해지는 미신적인 신앙)에서 연유된 것이 많다. 귀밝이술(耳明酒) 과 부럼이 속신이 연루된 대보름 절식이다. 대보름 속신 중엔 "대보름날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가 튼튼해진다." "대보름에 곡식을 밖에 내어 놓으면 복()이 달아난다", "대보름에 개에게 밥을 주면 여름에 파리가 끼고 마른다" 등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들도 여럿 있다. 요즘은 속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도 있다. "달무리가 지면 다음날 비가 온다"거나 "노인이나 신경통 환자의 허리가 아프면 비가 온다" 등이다.



대보름 음식과 관련된 선인들의 여섯 가지 믿음들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을까?


 

 


첫째,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부럼은 호두, 잣, 밤, 은행, 땅콩 등 겉이 딱딱한 견과류를 뜻한다. 우리 선조는 처음 깨문 것을 밖으로 던지면서 '부럼이요' 라고 외치면 그해엔 부스럼,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영양 측면에서 부럼은 단백질, 불포화 지방,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런 성분은 건성 피부에 유익하고 피부를 튼튼하게 한다. 부럼을 섭취해 피부가 건강해지면 부스럼(종기)을 일으키는 화농성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 종기는 피부의 털구멍으로 화농성 세균이 들어가 생기는 염증이다. 

 

부럼엔 또 비타민 C, 비타민 E 등 피부 노화 억제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성 피부이거나 다이어트중인 사람에겐 권장되지 않는다. 부럼의 열량이 100g당 평균 500kcal(생밤은 162kcal)에 달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럼을 먹으면 치아가 튼튼해진다'고 봤다. 조상들은 대보름날 밤에 부럼을 단번에 깨물었다. '' 하는 소리에 놀라 잡귀가 달아날 뿐 아니라 이가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부럼이 '이 굳히기'(固齒之方)는 동의어였다. 과거엔 치아 상태가 곧 건강의 척도였다. 힘껏 악력을 가해 부럼을 깨물어 절단 내는 무리한 방법으로 치아와 몸의 건강 상태를 시험해본 것이다. 하지만 부럼을 힘껏 깨문다고 치아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 하고 깨물다 치아가 '' 하고 빠질 수도 있다. 대보름날 부럼 깨물다 이가 빠지면 우유에 담아 즉시 치과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셋째, "찬 술을 마시면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고 믿었다. 대보름 절주(節酒)'귀밝이술'이다. 대보름날 새벽에 이 술을 차게 해서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한 해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일 년 내내 즐거운 소식을 듣게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술이 청력 손상이나 귓병 치유를 돕는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포도주에 든 항산화 성분인 살리실산이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해 청력 손상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은 있다. 하지만 '귀밝이술'을 마셔 섭취하는 살리실산의 양이 극히 적은데다 알코올 성분과 함께 마시게 되므로 귓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볼 순 없다. 대보름날 찬 술을 나눠 마신 것은 정신 바짝 차려 농사 잘 짓자는 다짐으로 읽혀진다. 데우지 않은 술(특히 청주)은 쓴 맛이 없어 목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보름날 아침에 숙취를 호소하는 조상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넷째, "상원채를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상원(上元)은 대보름의 별칭이다. 따라서 상원채(上元菜)는 대보름 채소다. 조선 후기의 풍습을 다룬 '동국세시기'"나물을 가을에 말려두는 것을 진채(陳菜),정월대보름에 진채를 먹는 것을 상원채(上元菜)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상원채는 한 종류의 채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대개 호박고지, 박고지, 가지나물, 무고지, 버섯, 고사리 등을 등 아홉 가지 나물을 포함한다. 생 채소가 아니라 말린 채소란 것도 상원채의 특징이다. 가을에 말려 갈무리해 뒀던 묵은 산채를 대보름날 삶은 뒤 기름에 살짝 볶으면 상원채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상원채가 여름 더위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신체가 과도한 열을 받아 뇌의 체온조절중추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다. 겨울부터 상원채 섭취 등 식생활 관리를 꾸준히 하면 여름에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뜻으로, 선조들은 상원채와 더위를 연관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엔 푸른 잎채소가 나오지 않는 겨울에 상원채나 김장 김치라도 먹어야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마른 나물인 상원채엔 생채소보다 식이섬유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상원채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를 예방하는 채소로 보는 것은 그래서다. 한방에선 상원채를 몸의 기혈순환을 돕고 생기를 높여주는 채소로 분류한다. 조상들은 상원채를 먹지 않더라도 대보름날 아침에 '더위팔기'를 했다. 이 날 아침에 사람을 보면 급히 이름을 부른 뒤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한 거다.

 



 

다섯째, "그릇에 복쌈을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 올린 뒤 먹으면 복과 풍년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대보름날 참취잎, 배춧잎, 곰취잎, 피마자잎 등 잎이 넓은 나물이나 김 등으로 밥을 싸 먹는 것이 복쌈이다. '복쌈'에서 '복'은 보(보자기)를 의미한다. 옛 사람에겐 보는 곧 복이었다. 밥을 싸는 것을 복을 싸는 것으로 봤다. 복쌈이 복을 부르는 음식이란 과학적인 근거는 찾기 힘들지만 건강에 이로운 식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섯째, "대보름 하루 전날인 음력 정월 14일 저녁엔 식사를 일찍 많이 하고, 대보름날 아침도 일찍 먹으면서 이는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하기위한 다짐" 으로 여겼다. 대보름에 농가에선 찹쌀, 차수수, ,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즐겨 먹었다. 여기엔 새해에도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오곡밥은 이웃과 서로 나눠 먹었다. 오곡밥의 별칭이 '백 집이 나눠 먹는 것이 좋다'는 뜻인 백가반(百家飯)인 것은 그래서다.

 

 


 

오곡밥이 서민의 절식이라면 상류층에선 약식(藥食), 즉 약밥을 지어 먹었다. 우리 선조에게 약밥은 약간 사치스런 음식이었다. 약식의유래는 농부월령가에 "보름달 약밥 제도 신라적 풍속이라..."라고 표현돼 있듯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엔 약식과 연관된 까마귀 얘기가 나온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보름날 천천정이란 곳에 있을 때 까마귀가 날아와 역모(逆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왕에게 알린다. 왕은 바로 궁으로 돌아가 역적을 소탕하고 화를 면한다. 왕은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까마귀에 제()를 지낸다. 바로 이 오기일 음식으로 약식이 등장한다. 까마귀의 몸 색깔을 닮아서인지 약식은 거무스름하다. 찹쌀에 대추, , , 참기름, , 진장을 버무려 쩌낸 찰밥이다. 우리 선조에게 꿀은 약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재료에 꿀이 들어가서 약밥 또는 약반(藥飯)이라 불렀을 것이다.

 

 

 

우리 조상은 대보름 절식을 드시면서 그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도 함께 빌었다. 대보름 음식은 요즘 기준으로봐도 훌륭한 웰빙식이다. 과거에도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대보름엔 절대 먹지 않는 금기 음식도 여럿 있었다. 대보름 아침밥을 물에 말아 먹거나 파래가 식탁에 오르면 자기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여겼다. 또 김치, 찬 물, 눌은 밥, 고춧가루를 먹으면 벌레에 쏘인다고 여겨 금기시했다. 생선 등 비린 음식도 멀리 했다. 농경사회인데다 한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날인 대보름에 이런 '부정 탈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보름엔 소에겐 한 끼를 더 제공한 반면 개에겐 음식을 주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것을 비유하는 '개 보름 쇠듯 하다'는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글 /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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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은 평소 각자의 현실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가족 친지들이 오랜 그리움의 공간인 고향에 모여 보고 싶던 사람들을 만나고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특별한 날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가 알던 명절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다함께 모여 조상에게 예를 다하던 기존과는 달리 명절은 그저 빨간 날이 되어 국내외로 여행을 가거나 업체를 통해 차례를 대신 지내는 날이 된 것. 달라지고 있는 명절 풍속 속에서 명절의 참 의미는 퇴색되어 가고 있다.

 

 

 

명절의 깊은 뜻

 

명절마다 만나는 형제와 친척들 사이에서, 우리는 오랜 친밀감을 다시 느낀다. 나와 네가 각기 다른 곳에서 살아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가깝고 사랑할 수 있는 사이임을 기억하게 된다. 모두 모인 공간에서는 서로의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 내 문제가 네 문제가 되고, 네 기쁨이 내 기쁨이 된다.

 

뿐만 아니라, 명절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가 한 사회를 이루며 함께 살고 있다는 유대감은 가족과 친척간의 공감과 친밀감에서 시작된다. 특히 명 절은 우리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한 공동체 의 구성원임을 느끼게 한다. 오랜 세월 휴식과 화해의 시간이었던 명절에 이루어지는 전통 음식, 놀이, 예식 등을 누리는 것은 그 자체로 가족과 친지를 넘어 이 전통에 속 한 모든 이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공자(孔子)는 명절(제사)의 의미를 단순히 죽은 조상(귀신)을 섬기는게 아니라 (未能事人 焉能事鬼), 친족들간의 유대라는 사회적 기능으로 파악했다. 명절은 그렇게 가족으로부터 시작된 사랑과 유대가 뻗어나가 사회와 국가를 이롭게 한다는 원리 (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내포하고 있다.

 

한 사회에서 서로 연결된 마음의 힘을 현대적 용어로는 ‘사회적 자본’이라 부른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의 연대감, 상호 신뢰, 사회적 연계망, 호혜적 규범, 협력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사회적 자본이 강할수록 그 사회는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명절은 한 개인이나 사회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화기애애한 명절을 보낼 수 있는 이들은 개인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풍속도

 

그러나 근래에 명절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하룻밤 이상을 함께 보내며, 웃음꽃을 피우고 전통 놀이와 음식을 즐기던 명절의 풍 속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명절이면 먼 길을 달려 고향에 가지만, 그저 형식적으로 얼굴만 보고 몇 시간 되지 않아 금방 떠나곤 한다. 많은 이들은 일가친척이 모인 자리를 불편해 하기도 하고, 그냥 집에서 쉬는 걸 더 선호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 명절 기간에는 대규모 해외여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미리부터 해외여행을 예약하고, 연휴가 시작되기 무섭게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난다. 자신이 사는 곳이나 살던 곳에 더 이상 진정한 휴식이 없다 고 믿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명절의 풍속도는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현상이 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강한 유대감은 사라지고, 남들로부터 분리되어 자기만의 삶을 누리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과거와 같은 집단주의적 문화를 멀리하는 대신, 개인주의 문화를 선호하며, 서로 강하게 연계된 ‘소속의 삶’ 보다는 ‘자립의 삶’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한탄할 일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강한 유대’의 집단주의 문화는 장점만큼이나 부작용 역시 심각했다. 사람들은 각각 고유한 개인으로 존중 받기 보다는, 집단주의적 역할과 불합리한 위계질서에 일방적으로 복종하고, 집단이 만들어낸 편견에 시달려야 했다. 또 개인들은 각자의 삶을 존중 받기 보다는,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하나의 편견에 따라 평가 받고 규정되는 일에 굴욕과 모욕을 느껴왔다. 친척이 모인 곳에서, 자신이 선택한 싱글라이프는 시집 못간 노처녀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프리랜서는 출세 못한 백수로, 남들보다 천천히 가며 행복을 중시하는 삶은 남에게 뒤처지는 인생으로 취급 받아 왔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문화가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합리한 악습을 재생산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새로운 명절 문화를 위하여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구성원 상호 간의 연대감과 상호신뢰의 회복은 긴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갈 존재라고 믿기 보다는, 경쟁자나 적이라고 여겨 시기 질투하고 증오하는 현상이 이미 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웃간의 교류가 단절되고, 가족 친척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은 사회에서 ‘명절의 복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모든 문제 해결이 그렇듯이 단순히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명절 문화, 새로운 유대감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아무리 가족이나 친지라 할지라도, 상대방을 한 명의 개인으로 존중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나이가 많다고 혹은 가족이라고 상대에게 무조건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공감의 태도 가 필요하다.

 

명절을 맞아 우리는 사로잡혀 있는 편견으로 부터 벗어나고, 나와 남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사람들 이 모인 자리에서 일어나는 악습들, 즉 남과 나를 비교하고, 시기 질투하며,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는 자기 과시 행위 등은 모두 ‘특정한 기준’이라는 편견으로부터 나온다. 돈, 사회적 명예, 출세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인 가족과 친지를 대할때 만큼은, 그런 속물적 기준에서 벗어나 인간대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 그렇게 인간적인 소통과 관계가 가족과 친척에서 부터 자라난다면, 다시 우리에게 화목한 명절이 돌아오고,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더 아름답게 변해갈 것이다.


글 / 정지우(인문학 칼럼니스트)

출처 / 사보 '건강보험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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