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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7 [명절증후군] 남자와 여자, 다른 명절을 맞이하다

   

 

 

 

 

 

 

 

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간다. 그간 숨겨두었던 회귀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듯 말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고향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남녀노소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명절 역시 양면이 존재한다. 명절 때문에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명절이 끝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만나서 반가운 얼굴이 있지만, 만나면 괴로운 얼굴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은 사람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치우느라 힘든 사람도 있다. 명절에 대한 마음은 자신의 역할과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가운데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존재한다.

 

 

 

 

명절을 전후로 여기저기서 명절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원래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로 주부들이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이다. 즉 피로와 우울, 무력감,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을 들 수 있다. 명절 내내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의 다섯 가지 '고(苦)'에 시달리니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 이에 더해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눈치,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중요 원인이다. 
 
명절증후군은 본래 주부들에게만 해당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남편들도 겪는다고 한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와 명절 때 본가와 처가에 지출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 또 고부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다.

 

미혼 남녀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특히 취직이나 결혼을 하지 못했을 경우 극에 달한다. 여기에서도 성차가 나타나는데, 남자는 보통 직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직을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또래의 사촌들보다 변변치 못한 직장을 다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들 수 있다. 여자들은 직장보다는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어른들이야 덕담이라면서 결혼 이야기를 꺼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악담으로 다가온다. 결혼만 하면 달갑지 않은 관심이 끝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남편에 대한 내조,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새로운 악담거리가 생겨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인 경우가 많으며, 집안일도 고르게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명절만 되면 집안일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예전에는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하고, 여자는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기보다는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 열풍이 불 정도로 남자들에게도 가정과 자녀 양육이 중요해졌고, 여성들 역시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런데도 명절만 되면 남자는 가정이나 결혼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에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여자는 적정한 때에 잘 나가는 직장을 때려 치고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인식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명절을 이렇게 경험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명절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른들과 함께 지내기에,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문화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 돕는 것이 당연시 된다. 집에서는 남편이 부엌일을 도맡아 할지라도 말이다. 처가라고 다를까? 장모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사위가 아닌 딸이 들어간다. 물론 딸을 생각한 장모여서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사위가 대신 들어가서 부엌일을 하지는 않는다. 부엌일뿐이랴?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한 세기 전의 생활방식이 요구된다.

 

 

 

 

명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이때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여자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상대방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바란다. 만약 시어머니로부터 느꼈던 섭섭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대상으로 남편을 선택한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공감과 지지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경향이 있을뿐더러, 아내의 이야기를 '앞으로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거나 '시집이 싫어서 당신이랑 못살겠다'는 의미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관계를 끊으려는 생각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나 불만을 잘 늘어놓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무언가를 하면서(운동, 섹스 등) 풀려고 한다. 이는 여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 때문에, 남자 역시 여자에게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여자는 관계를 끊거나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려고 할 때에만 상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절이 정말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하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어른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기도 어려우니, 명절 이후에라도 남녀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좋겠다.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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