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새해 목표였지만 작심삼일 흐지부지됐다면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봄이 머지않은 이 계절은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기에 좋은 때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헬스 트레이너 등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구해 꾸준히 운동하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보도했다. 지키기 버거운 목표를 세웠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소개한다.






쉬지 않고 매일 운동한다고 해도 일주일 만에 직업 운동선수 같은 몸을 만들 수는 없다. 몸이 달라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시작부터 비현실적이고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할 뿐 장기전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매일 헬스클럽에 가고, 술을 끊고, 칼로리 높은 음식은 먹지 않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면 운동을 시작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엄두가 나지 않아 ‘내일부터 실천하겠다’며 미루기 십상이다. 운동 목표는 한 번에 하나씩, 쉬운 것으로 세우는 게 좋다. ‘오늘부터 몸을 더 많이 움직이도록 노력하겠다’ 정도면 충분하다.






이것은 운동을 내일로 미루고 싶은 유혹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스포츠 중계, 라디오 프로그램, 팟캐스트 등이 있다면 아껴뒀다가 운동할 때만 보거나 듣는다는 규칙을 세워라. 이렇게 습관을 들여놓으면 그 프로그램을 보거나 듣기 위해 운동하는 시간을 즐겁게 기다리게 된다.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지 정신력과 의지의 한계를 실험하는 게 아니다.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연구해보자.






운동복과 운동화를 가까운 곳에 두자. 자동차로 출퇴근한다면 차 안에, 직장인이라면 사무실에 운동복과 운동화를 갖다 놓는다. 운동화가 있다면 틈새 시간이 생겼을 때 하다못해 회사 주변이라도 한 바퀴 걷기 좋다. 아침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집 주변에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눈에 잘 띄는 곳에 운동복을 두도록 한다. 그래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저녁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피곤한 몸으로 자리에 앉거나 눕고 나면 다시 기운을 내서 운동하러 나가는 게 쉽지 않다. 운동복을 예쁘고 근사한 것으로 사두는 것도 운동 욕구를 자극하는 방법이다. 운동복을 잘 차려입으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즐겁다.






몸 상태와 상관없이 매번 숨이 찰 정도로 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 운동선수들도 컨디션이 저조한 날은 운동량을 줄이거나 훈련의 강도를 낮춘다. 에너지가 넘치는 날은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고 기운이 없는 날은 요가나 필라테스 등 정적인 운동을 하도록 한다.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서 근육을 풀어준다. 특히 40세 이상이라면 스트레칭은 필수다.






잠을 푹 자지 못하면 에너지가 부족해 다음날 운동 강도를 높이기 어렵고 피로 회복을 위해 단 음식을 찾아 먹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잠을 깊게 자려면 잠자리에 들기 적어도 30분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모바일 기기의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숙면을 방해한다.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차라리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는 게 낫다. 안대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대 착용이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으나 익숙해지면 깊은 잠을 오래 자는 데 도움이 된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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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한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마을의 모든 사람이 어떤 사람을 선하다고 하면 그 사람을 선하다고 믿으면 됩니까?” 공자가 답했다. “좀 생각해봐야지.” 제자가 또 물었다. “그럼, 마을의 모든 사람이 어떤 사람을 악하다고 하면 그는 악할 사람입니까?” 공자가 또 답했다. “그 또한 좀 생각해봐야지.” 그러면서 공자가 덧붙였다. “악한 사람들이 모두 어떤 사람을 악하다고 하고 선한 사람들이 모두 그 사람을 선하다고 하면, 그는 분명 선한 사람이다.”




성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성숙을 관용으로 대체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좀 관용스러운 것, 이게 바로 성숙이 아닐까 싶다. 나이 30이 넘어서도 여전히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하다면 우리는 여전히 ‘정신적 미숙아’다. 특히 누군가를 떼를 지어 따돌린다면 ‘집단적 미숙아’에 다름 아니다. 선한 사람, 성숙한 사람은 무리를 짖지 않는다. 더구나 남을 비난하는 무리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말이 곧 자신의 인격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직장은 인생 일정 구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삶의 공간이다. 일이 좀 버거워도 행복해야하는 직장인의 터전이다. 직장이 무너지면, 행복이 무너지고, 행복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진다. 그러니 직장은 서로 이해하고, 서로 보듬으며, 서로의 행복을 키워줘야 하는 삶의 무대다. 한데 안타깝게도 직장의 모습이 늘 그렇지만은 않다. ‘왕따 바이러스’가 대표적 악균이다. 만물의 영장, 합리적 동물이라는 인간에게는 묘한 심리가 있다. 누군가를 조직적으로 따돌리면서 그들 스스로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심리다. 그러면서 ‘저급의 우리’라는 패거리즘을 짖는다. 그들 스스로는 고상하다고 착각하면서. 그런 점에서 인간은 어쩌면 만물의 영장이 아닌 ‘자잘한 영혼들의 군집체’인지도 모른다.




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대신 방공이 조나라에 인질로 가는 태자를 수행하게 되었다. 방공이 떠나면서 왕에게 물었다. “한 사람이 달려와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임금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당연히 믿지 않지.” 방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함께 나타나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믿지 않지.” 방공이 또 물었다. “그럼 다시 세 사람이 와서 이구동성으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그래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이 답했다. “그렇다면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자 방공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음은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세 사람이 한 목소리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호랑이는 나타난 것입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가 유래한 고사로, ≪한비자≫에 나오는 얘기다. 방공이 떠나자 왕의 측근들은 한목소리로 방공을 비방했고, 그는 결국 조정에 복귀하지 못했다.





말로 입은 상처는 칼로 입은 상처보다 깊고 오래간다. 말을 흉기로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불의에 의기투합하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지으면서도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그룹인지를 이 말에 맞춰보면 대충 어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를 악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세상에 적다. 보통은 자신이 중간쯤은 된다고 믿고 산다. 그럼 몇 가지를 물어보자. 당신은 누구를 칭찬하는가, 아니면 험집을 들춰내는가. 공(功)을 공평히 나누는가, 아니면 공은 독차지하고 과(過)는 누군가에게 떠넘기는가. 타인의 잘못에 합당한 꾸지람을 하는가, 아니면 화풀이 차원의 비난으로 상처를 주는가. 이(利)와 의(義)가 엇갈리는 지점에서 고민하는가, 아니면 냉큼 이익만을 거머쥐는가. 당신이 주로 만나는 사람은 어떤가. 누군가를 칭찬하며 모임의 온기를 데우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집단으로 헐뜯으며 ‘악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가. 그러면서 혹여 ‘우리는 한편’이라고 어줍잖은 착각을 하는 건 아닌가.





공자는 인(仁)의 본질을 추기급인(推己及人)으로 봤다. 자기의 마음으로 미뤄 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얘기다. ‘네가 원하는 않는 것을 남에게 요구하지 마라’는 성경의 말씀과 뜻이 하나다. 누구나 마음이 하나일 수는 없다. 누구는 낙관적이고, 누구는 비관적이다. 누구는 말이 많고, 누구는 말이 적다. 세상에는 무수한 ‘다름’이 있다. 그걸 마음으로 푸근히 받아주는 게 지성이고 품격이다. 때로는 부모를 생각하고, 때로는 자식을 생각하고, 때로는 형제, 때로는 친구를 생각해라. 당신의 행동, 당신의 말을 누군가가 그대로 당신의 부모 자식 형제 친구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해봐라. 세상은 돌고돈다. 주는 대로 돌려 받는 게 인생이다. 또 하나. 남의 흠을 들춰내는 것은 당신의 단점으로 남의 단점을 공격하는 일이다. 정신이 무너진 육체만의 건강은 ‘절름발이 건강’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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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숨이 막히던 폭염이 물러가고 야외에서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찾아왔다. 밀려드는 업무와 야근으로 바쁜 직장인들은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적잖은 직장인들이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한다. 운동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침저녁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이 정말로 운동이 될까? 영국 런던 보건대(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연구진은 ‘그렇다’고 말한다. 연구 결과 자전거로 출퇴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것)의 차이가 있었다.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란셋: 당뇨와 내분비학’에 발표된 이 연구는 런던 보건대 연구진이 2006~2010년 ‘바이오뱅크’에 수집·등록된 40~69세 영국 성인 남녀 약 15만 명의 출퇴근 교통수단과 체질량지수를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바이오뱅크는 질환 연구를 위해 영국인 50만 명의 인체 자원과 정보 등을 축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다.


연구진은 분석 대상자인 남성 7만2999명과 여성 8만3667명을 출퇴근 교통수단에 따라 ‘자동차만 이용’, ‘자동차와 대중교통 이용’, ‘대중교통만 이용’, ‘자동차와 다른 모든 수단 이용’, ‘대중교통과 걷기·자전거 등 능동적 수단’, ‘걷기’, ‘자전거 타기’,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8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 결과 분석 대상자 3명 중 2명은 자동차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64%, 여성의 61%가 자동차로 출퇴근했다. 걷기나 자전거만으로 출퇴근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 사람은 4명 중 1명(남성의 23%, 여성의 24%) 꼴이었다.


이어 연구진은 8개 그룹 중 ‘자동차만 이용’한다는 그룹의 체질량지수를 나머지 7개 그룹과 비교했다. 체질량지수 차이가 가장 컸던 그룹은 자전거만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진은 소득, 음주량, 흡연, 여가활동 등 체질량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변수를 보정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자전거 출퇴근자의 체질량지수가 자동차 출퇴근자보다 1.71㎏/㎡ 적었고 여성은 1.65㎏/㎡ 적었다. 분석 대상이었던 남성의 평균(나이 53세, 신장 176㎝, 체중 86㎏)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체질량지수 1.71㎏/㎡는 체중 5㎏과 맞먹는 수치다. 체지방률도 자전거 출퇴근자가 자동차 출퇴근자보다 낮았다. 남성은 2.75% 더 낮았고, 여성은 3.26% 낮았다.


연구진은 ‘자동차만 이용’하는 그룹과 나머지 7개 그룹의 체질량지수를 비교했을 때, ‘자동차와 대중교통으로 출근’한다는 그룹을 제외한 6개 그룹은 ‘자동차만 이용’하는 그룹보다 체질량지수가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전거만으로 출퇴근할 때가 체질량지수와 체지방률이 가장 낮긴 하지만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대중교통 이용과 병행해도 어느 정도의 운동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만 이 연구는 특정한 교통수단의 이용이 체질량지수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체질량지수가 낮은 자전거 출퇴근 남성들의 평균 연령이 53세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년 남성들의 체중 관리에 자전거 출퇴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전거 출퇴근이 체중 관리에 좋다고 해서 자동차의 편리함을 하루아침에 포기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선택하게 만드는 동기와 유인,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환경의 조성 등이 수반돼야 한다. 연구진은 “중년의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걷기, 자전거 타기 등 능동적인 출퇴근을 촉진할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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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스타는 지중해 연안과 남미 국가의 오랜 낮잠 관습이다. 스페인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기업과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최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이 시에스타 폐지와 근무시간 2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긴 했지만 낮잠이 주는 효용을 설명하는데 시에스타는 좋은 사례다.





한국인은 더 피곤하다. 경쟁이 체화된 사회에서 근면 성실은 필수다. 아침형 인간이 미덕으로 여겨지면서 승진을 넘어 학원 새벽반이 유행하는 지금이다. 새벽에 출근해 늦은 밤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는 한국 직장인에게 은 항상 부족하다. 상사 눈치에 맘 놓고 쉬지 못하는 이들은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회사 주변의 쉴 만한 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17명을 조사한 결과 97%근무시간 중 졸음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90%근무하는 회사에 시에스타가 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피곤하게 살고 있고, 그 피로를 풀어줄 시설과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래 지친 직장인의 도피처는 사우나였다. 서울 강남과 여의도 사우나는 점심시간마다 4050 넥타이 부대로 가득 찼다. 그러나 최근 2030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5∼10만원대 영양주사가 유행하고 있다. 강남 광화문 여의도 일대 피부과·내과를 찾아 주사를 맞으며 잠을 청하는 것이다. 낮 시간 여의도 일대 유흥주점 10여곳은 커피 등 음료를 주문하면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룸을 제공하고 있다. 1시간여 쉬고 갈 수 있는 수면 카페도 강남과 여의도 일대에서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여의도의 한 영화관은 1만원에 1시간동안 잘 수 있도록 상영관을 대여해주고 있다.





이미 외국 기업은 관련 제도를 정착시켜놨다. 일본 IT업체 휴고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전 직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낮잠 자는 시간으로 운영한다. 또 다른 일본 IT업체 오쿠타는 업무 중 20분간 낮잠 자는 파워 낮잠 제도를 도입한 뒤 업무상 실수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거쳐 온 한국 문화의 특성상 휴식을 안 좋게 보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피곤에 지친 직장인에게 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을 도와주는 낮잠 관련 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번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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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음주와 폭식의 나날을 보내며 이렇게 살다가는 정말 큰일날 것 같은 위기감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온갖 조언이 쏟아졌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운동은 하되 식단을 조절하라고 했다. 탄수화물 대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했다. 팔랑귀인 나는 오랜만에 퇴근하는 길에 잠시 마트에 들렀다. 소매를 살짝 걷고 새로 산 시계를 치렁거리며 자기 관리에 매진하는 젊은 직장인처럼 당당히 과일 코너를 물었다.





오우, 과일이 이렇게 귀하신 몸이었다니. 거봉 포도 2묶음이 14000원이다. 칠레산 레몬은 3개에 10000원, 쥐콩만한 사과도 몇 개 고르니 12000원을 달란다. 몇 개 꾸역꾸역 들고 파리바게뜨 문을 열었는데 샐러드 하나에 5000원이다. 오늘 쓴 30000원은 짜장면을 7번, 치킨을 2번, 피자를 1번 정도 시킬 수 있는 돈이다. 불현듯 얼마전 몽롱한 상태에서  썼던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사 생각이 났다. 잘 살수록 건강하다는 그 지극히 평범한 명제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수습기자 시절 알게 된 한 변리사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전날 술자리가 있었지만 오후 11시쯤엔 무조건 집에 온다. 1시간여 새벽 수영을 즐긴 뒤 바로 개인 사무실로 출근해 아내가 싸준 샐러드와 빵을 먹는다. 점심은 항상 약속이 있는데 밥을 반만 먹는다. 일주일에 2번은 대학원 동기들과 스쿼시를 치고 주말엔 골프, 시간이 가끔 날 땐 등산도 종종 한다. 그와 갔던 강남의 한 음식점은 1인당 10만원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풀 쪼가리 몇 개랑 달착지근한 고기 몇 접시 나왔는데 그 정도다.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또래와 다르게 배도 거의 안 나왔다”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했었다. 뽈록 튀어나온 배를 가방으로 가리며 나는 그저 “아, 예예”하고 씨익 웃고 말았다.





강서의 한 고시원에 사는 그 아저씨도 그쯤 만났다. 역시 수습기자 시절 우연히 변사사건 하나를 들었는데 돌아가신 분이랑 같이 노가다를 뛰는 사람이었다. 대낮부터 약간 술에 취해있었는데 기구한 인생 역정을 듣다보니 정말 힘들게 살아온 것 같아 좀 짠했다. 매일 7시간 넘게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들이 붓는데 놀랍게도 매우 뚱뚱했다. 6월이라 아직 여름이라 하기도 애매한데 땀을 뻘뻘 흘렸다. 일을 마치면 너무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온다고 했다. 취재는 잘 안됐고 결국 기사도 킬돼서 밥이나 한 끼 사려 했더니 그 아저씨는 “싸고 양 많은 게 좋다”며 근처 돼지국밥집에 가자고 했다. 국밥 2그릇에 순대 1접시, 소주까지 시켜서 먹더니 살 것 같다고 좋아했다. 4만원 정도 나왔던 거 같다. 통닭도 하나 사주자 고맙다며 연신 사람 좋게 웃던 아저씨가 생각난다.





참 악순환이다. 잘사는 사람은 양질의 음식을 먹고 운동도 하고 관리도 받고 해서 계속 건강하고 못사는 사람은 그 반대의 이유로 병에 더 자주 걸린다. 병원비가 더해지고 이게 그 자식에게로 대물림 된다. 휴가 갈 때 비즈니스석 내 앞에 앉았던 꼬맹이 하나가 빵이랑 고기는 안 먹고 샐러드랑 과일만 더 달라해서 먹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태어날 때부터 유기농 분유를 먹는 아이들과,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은 평생의 건강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장경제라지만, 정부에서 이런 먹거리 양극화를 혁파할 방안 몇개쯤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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