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목숨 걸지 마라≫는 저명한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이 쓴 일종의 힐링서다. 칼슨은 앞서 출간된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사소한 일은 무시한다 해도, 큰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독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행복에…≫는 이런 궁금증들을 풀어주는 답변서다. 원제 ≪What about the big stuff?≫를 ≪행복에…≫로 번역한 출판사의 센스(?)에도 눈길이 간다.

  

 

 

집착하면 행복과 멀어진다

 

칼슨이 현대인의 ‘바둥대는 삶’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무엇이든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행복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되뇌고 실패, 스트레스, 갈등, 과욕 등 마음을 어둡게 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라는 것이 그의 충고다. 물론 세상에 말처럼 쉬운 건 없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지만 멀리서 바라봐도 비극인 삶은 많다. 이런 삶에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되뇌라는 것은 어쩜 지나치게 이기적인 강요다.

 

삶의 모습은 상상보다 다양하다. 같은 평수, 같은 디자인의 아파트지만 내부의 삶은 너무 다르다. 하지만 처한 상황이 어떻든 의식적으로라도 ‘이미 충분히 행복해’라고 읊조린다면 행복의 발치는 그만큼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 점에서 칼슨이 던진 메시지는 나름 의미가 있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중얼대다 스스로의 말에 취하면 평생을 ‘불행한 마음’으로 살 수도 있다. 육체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과신은 곤란하지만 스스로의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져야 건강관리할 마음도 더 생긴다. 그러니 세상사의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셈이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낳는다. 세상의 역사도 낙천주의자가 쓴다.

 

 

 

군자는 사물을 부린다

 

세상에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가끔 머리를 스쳐가는 질문이다. 돈에 목숨 걸고, 권력에 목숨 걸고, 명예에 목숨 걸고, 인기에 목숨 걸고, 사랑에 목숨 걸고…. 살다보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손에 쥐고 싶은 것들이 삶을 유혹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목숨 걸 만큼 가치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혹여 지나치게 부풀려진 가치에 삶이 질질 끌려가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던져볼만한 질문이다.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君子役物, 小人役於物).’ ≪순자≫ 수신편에 실린 글이다. 군자는 물질에 이끌려 스스로를 내던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세상엔 물질에 유혹돼 자신을 팽개치는 소인들이 너무 많다는 질책으로 읽힌다. 삶이 끌려다니는게 어디 명예·권력·물질뿐일까. 때로는 편견에, 때로는 고정관념에, 때로는 남의 시선에 스스로의 삶을 무력하게 내맡기는 건 아닐까. 그것도 ‘자아’라는 그럴 듯한 포장을 뒤짚어 쓴 채.

 

 

 

지나치게 안달하지 마라

 

지나치게 안달하는 삶, 과거에 매여있는 삶, 수시로 분노가 수위를 넘는 삶, 욕심이 만족을 모르는 삶….  모두 뭔가에 부림을 당하는 삶이다. 무념은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잡스런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고,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는 것이다. 돈과 권력, 욕심과 이기심, 시기·질투도 이치는 같다. 그 자체가 불필요한 게 아니라, 과하면 그것에 삶이 부림을 당하기 쉽다. 부림을 당하는 건 노예가 되는 것이다.

 

세상엔 돈의 노예, 권력의 노예로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모두 집착이 과한 탓이다. 허세, 칭찬, 게으름, 미련…. 사소하면서도 삶을 부리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그러니 여유라는 포장으로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칭찬에 매달려 자아가 희미해지는 것은 아닌지, 과시욕이 삶의 거품을 부풀린 건 아닌지, 미련이 길어져 미래를 보는 시야가 흐려진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당신을 부리는 리스트’를 한번쯤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얘기다. 마음이 주인으로 당당히 서면 육체의 건강은 저절로 따라온다. 그러니 마음과 육체는 언제나 같은 공간이자 같은 영역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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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걱정, 어디까지가 병인가?

몸이 아프다거나 전과 다른 신체감각이 생기면 누구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이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는 경고신호의 하나이며 지극히 건강한 반응이다.이런 걱정은 운동을 시작하거나, 식이요법, 체중 관리 등 자신의 생활 습관을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도움도 구하게 된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걱정도 지나치면‘건강염려증’이라는 정신과적 질환을 생각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불안증세로 정신적 고통이 더 커  

 

 A는(51세)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설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로 예민한 성격의 남성이다. 35세경에 늑막염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이후 1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복잡한 도시생활 때문이라는 생각에 시골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또 5년 전에는 변비로 내과 치료를 받던 중 변비가 잘 낫지 않자 소문난 병원을 찾아다니고 각종 검사와 치료를 받기도 했다.


어느 날 A는 고교 동창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자신도 대장암에 걸린 것 같아 불안해 대학병원을 찾아다니며 같은 검사를 몇 번씩 받았고, 정신과 치료를 권유받기도 했다. 1년 전에는 신도시에서 주유소 사업을 시작한 후 새로 인수한 주유소에 문제가 생겨 몇 달간 영업을 시작하지 못하면서 일주일에 3~4일 밤을 꼬빡 새는 등 불면증이 악화되었다.

 

A는 모든 사업을 아내에게 맡기고 다시 시골로 이사를 했으나 불면증이 지속되자 수백만원 하는 건강검진을 하는가 하면, 체질을 개선하는 각종 한약도 복용하고 생체나이검사, 수면다원검사, MRI, 내시경 등을 하러 다녔다. A는 의사들이 정상이라고 설명해도, 더 불안해져 다른 검사를 하러 다녔고, 부인의 설득으로 정신과를 방문하였다. A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수시로 새로운 검사를 요구하고, 주치의의 설명에 일시적으로 이해한 듯 보이다가도 다음번 외래 방문 때는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사기록을 가져오거나 새로운 병에 대한 걱정을 반복했다.

 


 

지나친 건강염려로 의료쇼핑 수준까지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은 신체적 증상이나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부정확하게 인식해서 자신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집착과 공포를 가지게 된 상태로서 사회생활이나 직업 기능에 지장을 주는 정신과 질환이다.

 이 병은 신체적 질환이 없다는 확진을 받아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여러 의사를 찾아다니면서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전전긍긍한다. 그 어원인 hypochondrium이란 말은 갈비뼈 아래란 뜻으로 과거 많은 환자들이 복부 증상을 많이 호소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20~30대에 많이 발생하며 남녀 모두에게 같은 빈도로 나타나고,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4~6%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결혼상태, 사회경제적 계층이나 교육수준과는 상관없이 발생하고, 환자들 대부분은 일반의나 내과로 많이 찾아다니며 의료쇼핑을 한다.

 

 

 불안함과 우울증까지 동반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대체로 감각을 고통으로 감지하는 정도나 참을성이 낮고 신체감각에 과민한 편으로 보통사람들은 다소의 불편으로 느끼는 것도 환자는 심한 통증으로 느낀다.

 환자들은 과거에 상실, 배척, 실망을 경험한 수가 많고 죄책감도 많으며 자기비하도 심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낮은 자존감, 부적절감을 방어하기 위해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환자의 역할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이 질환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의 한 변형된 형태라는 의견도 있으며, 건강염려증 환자의 80%가 다른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


건강염려증을 가진 환자들은 특정한 신체기관에 질병이 있다고 주장하며 자기 나름대로 의학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타당성을 설명한다. 병이 들었다고 믿는 신체 장기와 관련된 것 같은 여러 가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예를 들면 기관지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환자의 경우 옆구리 쪽에 뭐가 걸린 것 같은 느낌, 발한, 심계항진, 현훈, 흉부동통, 늑골주의 이상 감각 등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의사가 설명하고 안심을 시켜도 이해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불안과 우울함이 합병되기 쉽다.

 

 


 스트레스 관리, 만성경과에 대응하는 기술을 교육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

 

건강염려증은 한번 생기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고, 특히 회복과 재발을 반복하며 만성화되는 경향이 많아서 대인관계의 장애, 능률의 저하, 이차적인 신체질환(지나친 의료행위로 인한, 약물의 남용 등)이 합병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경우, 동반된 우울감과 불안감에 대한 치료 반응이 좋은 경우, 발병과 관련된 뚜렷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 경우,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을때, 인격장애가 없을 때, 다른 신체질환이 없을 때는 비교적 치료 경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염려증은 치료가 어렵다. 지지적인 의사-환자 관계 그리고 정기적인 의사와의 접촉 또는 진찰 등이 환자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확실한 근거 없이 진단절차나 의학적 치료를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킨다. 건강염려 증세는 치료가 잘되지 않으나 다른 동반된 증상들, 즉 우울함이나 불안 그리고 관련된 신체증상들은 정신치료나 약물치료에 효과가 있다. 약물치료 및 적절한 정신치료를 겸하면서 스트레스관리, 만성경과에 대응하는 기술을 교육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 된다.

 

 

 

 

 

글∙박상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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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당에서 지옥으로 확~ 경계성 인격장애

 

  무엇이든 확 좋아했다가 금방 싫어하기를 반복한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좋고 싫음이 뒤집혀
  전혀 종
잡을 수가 없다. 천당과 지옥을 수없이 오가는 것이다. 좋고 싫음에도 중간단계가 없어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한마디로 ‘모 아니면 도’ 다.

 

 


▲ 영화 '얼굴 없는 미녀'포스트

영화 ‘얼굴 없는 미녀’ 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경계성 성격을 갖고 있는 지수(김혜수 분)와 이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석원(김태우 분)의 위태로운 사랑과 헤어짐이 이야기의 축이다. 아내를 잃고 외롭게 지내던 석원은 지수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느껴 관계를 맺는다.

 

 지수는 어느 날 갑자기 짤막한 이별 통고만을 남기고 석원을 떠난다. “ 그동안 고마웠어요. 우린 좋은 친구였죠?” 사귄 지 며칠 안 된 그녀가 느닷없이 까닭 모를 이별을 선언한다. 지수는 자신이 버림받을 게 두려워 지레 먼저 관계를 끊는다.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면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 지수의 성격이다.

 

이성을 잃고 흥분하기도 하고, 자살을 시도해 다른 사람을 교묘하게 조정한다. 바로 경계성 성격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유능한 변호사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댄(마이클 더글러스 분)은 우연히 파티에서 출판사 편집장인 알렉스라는 여인을 만난다. 댄은 알렉스의 요염한 매력에 끌려 마음이 흔들린다. 며칠 후 아내가 친정에 간 사이 댄은 알렉스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다. 댄에게는 한순간의 성적 유희였을 뿐, 이것이 관계의 전부였다. 댄은 알렉스가 잠든 사이 메모를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알렉스에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한번 관계를 가졌을 뿐 전혀 알지 못하는 댄을 알렉스는 이상형으로 여기면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고 한다. 그와의 강렬한 관계를 꿈꾸던 알렉스는 막상 댄이 떠나자 집요하게 매달린다. 수없이 전화를 걸어 신랄한 독설을 퍼붓다가도 임신을 했다며 자신한테 돌아오길 애원한다.

 

 

 

사랑의 감정은 금세 분노로 바뀌어 알렉스는 자신을 헌신짝처럼 버린 댄을 향한 복수심을 불태운다. 급기야 댄의 집에 찾아가 그의 아내를 폭행하기도 한다. 이런 알렉스의 광적인 집착은 결국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위험한 정사’ 의 줄거리이다.


알렉스는 경계성 성격을 갖고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항상 자신의 공허함과 애정결핍을 채워 줄 상대방을 찾는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의 의도나 감정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해 자신을 구출해 줄 구세주로 여기게 된다. 자신을 사랑해줄 완벽한 존재로 굳게 믿고선 상대방에게 점점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관계가 일방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대방은 이런 강렬한 관계나 과도한 기대감이 부담스러워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이에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필사적으로 매달리거나 자살위협으로 상대방을 조정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떠나버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이들의 핵심 감정이다.

 

 


▲ 영화 '얼굴 없는 미녀' 중 한 장면

우리 기분은 시시각각 변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런데 이 진폭이 보통 사람보다 상당히 크고 하루에도 여러 번 기분이 변덕을 부린다면 문제가 된다. 과도하면 ‘경계성 성격장애’ 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하고, 변덕스럽다는 것이 특징이다.

 

누군가를 한없이 비행기를 태울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가도 사소한 실망으로 금세 저주를 퍼붓는다. 예컨대, 전적으로 의지하던 연인이라도 자신이 필요할 때 즉시 전화를 받지 못하면 ‘몹쓸 놈’ 취급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전적으로 좋거나 나쁜 상태의 중간, 그 어딘가에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중간을 보지 못하고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평가한다.

 

경계성 성격장애자는 다른 사람과의 경계를 파고드는 습성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워주면 채워줄수록 이들의 욕구는 더 커진다. 결코 상대방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경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 까지는 가능해도 그 이상은 절대 안 된다는 한계를 정해야한다.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고 해서 경계성 성격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다간 진퇴양난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밖에서 채워줄 수 없는 만큼 스스로 변해야 좋아질 수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돌보아 주던 엄마의 이미지가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음으로 해서 갖가지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깨닫고 이를 조금씩 복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전문적인 치료이다. 치료자를 조정하려고 하는 환자의 무의식적인 욕구와 자해, 자살시도 등으로 인해 치료관계가 손상되는 경우도 많다. ‘모 아니면 도’ 가 아닌 감정의 중간단계를 가질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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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험이 안 되면 제 인생은 끝장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절박한데도 책상에 앉으면 공부가 안 돼요.
  '이번에 떨어지면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 '괜히 잘 다니는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닌가?' 하며
  자꾸 후회가 되고 걱정만 돼요. 독하게 마음먹으면 안 될 것 같아 배수지을 쳤는데 그게 잘못인 것 같
  아요"

 

K 씨(33세)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교 때 한 번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그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학 동기들에 비해 뒤쳐져 보이는 평범한 자신이 싫었다.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시험공부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집중이 되지 않고 초조하기만 하였다. 부인과 아이들에게 짜증내는 것이 부쩍 늘었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폈다. 얼마 전에 딸이 폐렴 증세로 입원했을 때조차 가족들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집중과 집착

마음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을 집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집중은 집착으로 이어지기 쉽다. 집중과 집착은 어떻게 다를까? 구분이 쉽지 않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에너지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즉 집중은 열정이 바탕이 되어 현재에 에너지가 향하지만 집착은 의무감이나 불안이 모여 있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나 과거로 에너지가 향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 씨의 경우처럼 ‘이번에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와 같은 초조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집착에 빠지면 우리의 시야가 극도로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목표만 보이고 목표와 관련 없는 것은 모두 방해물로 여겨지기 쉽다. K 씨의 경우도 최근 집에서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하더라도 화를 내곤 했다. 그리고 ‘내가 누구를 위해 지금 이 고생을 하는데!’ 라며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수시로 들었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아픈 것까지도 자신의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과연 시험에 합격하면 그는 잃어가고 있는 것을 모두 회복할 수 있을까?


터널 비전

'공에서 눈을 떼지 마라!' 흔히 구기 종목의 스포츠에서 많이 등장하는 구호이다. 공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물론 훌륭한 선수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과도하게 의식하게 되면 오히려 긴장감이 지나쳐 공을 잡기도 전에 던지는 것과 같은 실수가 이어지기 쉽다.

무릇 최고의 수행이란 긴장은 하되 과도한 힘은 들어가지 않고, 집중은 하되 집착하거나 불안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표를 꼭 이루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면 우리는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고 역효과가 나타나기 쉽다. 특히 마음에 거대한 맹점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종의 ‘터널 비전(tunnel vision)’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두운 터널 속에서 오직 빛이 있는 터널의 끝부분만을 바라보고 가느라 상하좌우 주변상황을 미처 살필 수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끝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기에 바로 앞의 웅덩이도 살필 수 없고 상황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목표를 가지고 나서 오히려 전보다 장애물에 부딪히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면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집착하고 있음을 스스로 의심해보아야 한다.
 


오늘이 기쁘지 않으면 내일의 영광은 없다.

우리는 흔히 내일의 영광을 위해서는 오늘은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단기성장이나 단기목표는 목표의식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장기적 성장은 목적의식에 바탕을 둔 끈기와 열정이 중요하다. 오늘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일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우리는 주저앉기 쉽다.

머나먼 길의 연료는 그 여정에서 재생산되어야 하지 처음부터 모두 준비해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만족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주저앉기 마련이다. 의지로 의지를 끌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어렵사리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기쁨의 순간은 잠깐이고 오랜 시간 허탈감과 무의미함에 빠져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성공 우울증’이라 부른다. '어! 성공했는데 어떻게 우울할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드물지 않는 일이다. 정신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정작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나니 정말 이것이 자신이 원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고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막막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일본의 심리상담가인 히라모토 아키오는 이 점에 착안하여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공한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했고, 80% 가량은 자신의 내적 만족감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심리적 만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친 이분법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K 씨는 상담을 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대학때 시험을 준비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 좋은 국가정책을 세움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혼자 가장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 아내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였다. 아내 역시 결혼 전에는 영어강사로 일 했기에 이번에 안 된다면 자신이 일을 해서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그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는 예전보다 더 가정에 신경을 쓰면서도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부가 끝나고 집에 갈 때는 가슴 뿌듯한 느낌을 가질 수가 있었다.

 

     성공(목표) 강박증을 의심해 볼 경우

 1. 목표가 생기고 나서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부딪히고 갈등이 많아졌다.
 2.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3. 목표보다 더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목표추구 행동을 미루거나 멈출 수 없다.
 4. 목표들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5. 목표를 향한 마음이 '~을 하고 싶다'라는 열정보다는 '~을 해야만 해'라는 의무에 가깝게 여겨진다.
 6. 목표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 비전을 느끼고 있다.
 7.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게 된다.


문요한/ 더 나은 삶 정신과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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