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을 바라보는 느낌은 동양과 서양이 약간 다르다. 동양은 속세와 묘지의 분리 개념이 강하고 서양은 속세와 묘가 좀더 친화적이다. 동양은 묘가 산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서양은 묘가 삶에 가까이 붙어있다. 공동묘지는 아이들이 뛰노는 동네 공원이다. 하기야 요즘엔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공동묘지가 생활 속으로 많아 들어와 있다. 이름도 공동묘지가 아닌 (추모)공원이다.

 

 

 

죽음을 보는 엇갈리는 느낌들

 

 

 

공동묘지에 서면 여러 생각이 묘하게 중첩된다. 죽음, 허무, 세월, 이별이란 아련함이 가슴에 스미지만  한편에선 평화, 고요, 해탈처럼 왠지 모를 포근한 느낌이 아린 가슴을 달랜다. 공동묘지는 삶과 죽음이 마주하는 곳이다. 세상으로 등을 돌리면 분주한 삶이 보이고, 무덤으로 등을 돌리는 순간 적막한 죽음이 들어온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노라마처럼 스쳐보기엔 공동묘지만한 장소도 없다. 어쩌면 그 곳은 삶의 철학이 촘촘히 응집된 ‘인생의 가르침 터’ 인지도 모른다.

 

칠십 평생 세상의 이치를 설파한 공자는 죽음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공자의 훈계로 입문해 헌신적으로 공자를 섬긴 ‘공자학당’의 맏형 자로(子路)가 죽음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느날 그가 공자에게 ‘죽음이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의 대답이 걸작이다. “삶도 모르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미지생 언지사·未知生 焉知死)!” 평소 배움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한 자로에게 죽음보다는 먼저 삶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따끔한 질책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공자 스스로 죽음을 모른 것은 아닐까.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럴듯한 포장으로 죽음을 설파했지만 과연 그 안에 정답은 있을까.

 

 

 

그래도 여전히 슬픈 이별

 

 

 

종교는 이후의 세계가 미지인 죽음에 위로를 준다. 기독교는 천국으로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고, 지옥으로 현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훈계한다. 불교는 과거-현재-미래가 하나의 커다란 둥근고리라고 말한다. 윤회라는 고리로 죽음이 종지부가 아님을, 오늘이 과거의 환생임을, 내세가 현생의 탈바꿈임을 강조한다. 그래도 죽음은, 이별은 여전히 슬프다. 천국으로, 삶의 윤회로 위로를 한다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생각이 얼마나 바뀔까.

 

공포, 두려움, 고통, 이별, 망각은 죽음이 연상시키는 단어들이다. 누군가에게 죽음은 이별의 아픔이고, 누군가에겐 고통의 두려움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는 서글픔이다. 이 모든 것이 죽음이 두려운 이유다. 하지만 ‘죽음이란 무엇일까’라는 태고적부터의 질문에 어느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죽음이 철학의 씨앗이 되고, 사유의 토대가 되는 이유다. 죽음은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시각이 엇갈리는 교차점이기도 하다.

 

 

 

명약은 '현세의 바른 삶'

 

 

 

하지만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그 수명을 다한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삶이 시작되었 듯,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삶이 마무리된다. 그건 우주의 필연이다. 필연은 순응해야 한다. 그 게 바로 성숙이다. 노년의 인생이 죽음에 지나친 공포를 느낀다면 정신적 성숙이 나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그처럼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생전의 생활이 사악했다는 증거’라고 설파했다. 올바른 삶이 죽음의 공포를 덜어준다는 얘기를 역으로 표현한 셈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삶은 죽음에서 생긴다. 보리가 싹트기 위해선 씨앗이 반드시 죽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맞는 말이다. 씨앗이 썩어야 새싹이 움을 트는 법이다. 이 이치는 사람이나 식물이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순리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오래 살고 싶으면 잘 살으라’고 강조했다. 어리석음과 사악함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바른 삶, 순리에 맞는 삶을 살다보면 더 오래 살고 죽음의 두려움도 덜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장수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은 안정감과 평온함이다. 그만큼 인생을 바르게 살아온 결과다.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느냐’는 공자의 말씀 역시 죽음을 궁금해하기보다 삶에 더 충실하라는 따끔한 충고다. 지금 사는 삶에도 더 배워야 할 것, 더 깨우쳐야 할 것, 더 실천해야 할 것, 더 꿈꿔야 할 것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아침에 도(道)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이승에서 더 깨우칠수록 죽음이 그만큼 덜 두려워진다는 삶의 이치를 함의한다. 현세를 바르게 사는 것, 그 게 바로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는 명약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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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인요양병원에 두 달 반째 입원해 계시던 친정어머니께서 결국 통증과 투병을 이기지 못한 채 끝내 여든 여섯으로 목숨을 거두었다. 내가 다섯 살 때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아버지를 여의고 오빠 두 분과 딸인 나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과 설움을 극복하면서 악착같이 살아오신 엄마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부모를 다 잃은 고아가 된 셈이다.

 작년 12월 새벽에 홀로 사시던 방에서 소변을 보러 일어났는데 평소에 잘 가던 화장실 방향을 잘못 
 알아 창문이 있는 문갑 쪽으로 일어서자마자 텔레비전에 부딪쳐 넘어지면서 엉치등뼈와 넓적다리가
 연결되는 고관절을 다쳤다.


연세가 고령이어서 수술해도 완치는 힘들며 혹시 마취했을 때 깨어나지 못하거나 기억상실이나 감퇴현상이 올 수도 있다기에 선뜻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었다.


가족들과 의논하고 최종 어머니와 상의 끝에 수술은 위험도가 높아 포기하고 병원에 입원해 중장기적으로 치료해 나가기로 결정하고 다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를 입원시켜 드렸다. 여전히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놓고 약도 복용했는데 상당 기간 시간이 지났음에도 별로 차도가 없자 어머니는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해지면서 마음이 약간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남편과 나는 “어머니, 마음을 굳게 하고 조급하게 여기시면 안 돼요. 원래 노인들의 병은 젊은이들처럼 빨리 낫지 않고 서서히 회복이 되거든요. 그러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낫게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해요. 마음이 약하면 병에 지는 법이랍니다.” 라며 병마와 싸워 이겨 나갈 것을 당부했다.

가래가 끓어오르며 호흡도 점차 가빠지면서 혹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지 은근히 염려가 되었는데

드디어 담당의사께서 “현 상태라면 이번 주일을 넘기기가 힘들 것 같으니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라는 것이 아닌가.

결국 이틀 전부터 간간이 산소호흡기를 대며 힘들게 호흡을 하더니 다음 날 오전 10시를 지나 숨을 거두고 한 많은 86년 평생을 일기로 운명하고야 말았다.


살아온 생애로서야 그리 안타까운 것이 없을지 몰라도 마지막에 제대로 치료를 못해 드리고 상처 부위의 고통과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안타까움을 당하게 한 자식으로서의 죄가 늘 마음에 걸렸다. 더구나 병실에 입원시켜 놓고 내 할일은 하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못내 마음에 걸린다. 남편은 직장을 마치면 자주 문병도 가고 식사도 억지로 시켜 드리곤 했는데, 딸인 나는 내 볼일 보고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너무나 죄송하다.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어 댔지만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실 리도 없고 불효만 한 내 자신이 한스럽고 밉기만 했다.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제는 돌아가 버렸으니 효도할 이가 없어 서글프기 그지없다.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화장하여 유골을 정관의 추모공원 내 유골함에 안치시켰는데 살아생전에 못한 부분을 이제부터라도 어머니가 편하고 좋은 곳에서 영생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살아 있을 때 효도하고 잘 해 드려야 돌아가셔도 후회 없이 마음 편하게 보내 드릴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박옥희/ 부산시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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