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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왕년에 한 가락 하던 끼 있는 금순아, 굳세어라 (4)

  6. 25를 경험하지 못한 요즘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60~70대 어르신들에게 ‘눈보라가
  흩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목격하는 가슴 아픈 현장이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역
  사의 상처로 남아있다.<굳세어라 금순아>는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를 대표하는 상징성 있는 무대로 악극
  에 참여한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의 모습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

 


가 흩는 바찬 흥


주제곡인 <굳세어라 금순아>의 노래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무대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는 민족상잔의 비극, 전쟁을 체험한 세대들에게는 가슴 아픈 추억의 노래로 널리 불려졌습니다. 왜 우리는 헤어져야 합니까? 왜 남과북으로 갈라져 기나긴 60년의 세월을 한 많은아픔으로 살아가야 합니까?”

 


극 중 해설자 역할을 맡은 정화자 할머니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깊이 파고 든다. 힘 있게 외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지나온 60년의 한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나옴을 느끼게 된다. 어느 새 우리들은 할머니가 인도하는 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50대 전쟁의 한복판에서 생이별을 경험해야 하는 한 가족의 눈물어린 헤어짐을 목격하게된다.


“어머니,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몸 평안히 만수무강하옵소서. 이불초자식 꼭 어머님 아버님 품으로 돌아오겠사옵니다…”


악극의 고유성을 살리다보니 고전적인 문어체를 사용하는 대사가 많아 어르신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이는데, 막상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고전을 하는 경우도 간혹 눈에 띈다.


“대사가 너무 길어 걱정이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다 외울 수 있을까 몰라.”
“금순이 대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데 다리가 아파서 빨리 움직일 수가 없는데. 이걸어쩌지.”



목을 놓아 불러 봤다 찾아를 봤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강당에 모여 연습에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 올해로 벌써 세 번째를 맞는 악극공연이지만, 매번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지한 태도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무대 위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열정은 이미 아마추어 경지를 넘어선 프로의 그것과 진배없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연극을 한다고 해서 학예회 수준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미 다년 간 연극무대를 경험한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의 어르신들은 ‘극단청춘’이라는 엄연한 타이틀과 체계를 갖춘 제대로 된 실버 연극단체로, 연습광경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간 쌓아온 실력에 놀라고, 프로 배우 못지않은 자질과 집중력에 또 한 번놀라게 된다.


서울문화재단과 ‘극단로얄씨어터’가 주관하는 ‘청춘’의 세 번째 정기 공연 <굳세어라금순아>는 6. 25 전쟁 60돌을 맞은 기념으로 올리는 특별 무대인만큼, 무대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의 의미 또한 남다르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서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의 황폐함과 분단의 비극, 이산가족의 애환 등을 극에 모두 담아내야 한다는 생각에 매순간 집중과 하모니를 반복하며 최고의 무대를 위해 심혼을 불태우고 있다.


 
금순아 어데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이더냐 …


“어르신들, 자꾸 무대 뒤로 움츠려들지 말고 당당하게 연기하세요. 배우가 왜 무대 뒤로 숨어요? 무대 위에 선 순간 여러분들은 20대가 되는 겁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세요!”


어르신들에게 서슴없이 지적을 하는 연출자 윤여성 선생의 호통에 잠시 주춤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2장이넘어가고 신나는‘슈 사인 보이’의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깨춤을 들썩이며 흥겨운 댄스 삼매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다들 왕년에 한 가락씩 하던 끼 있는 양반들이 모였으니 얼마나 열심히 하고 싶겠어. 가난했던 젊은 시절,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아쉽게 포기한 사람들도 많아요. 이제 그 꿈을 이루게 생겼으니 작은 배역이라도 열심히 해야지. 우리 나이에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어, 안 그래요?”

  
극중에서 장도석역을 맡은 송영희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남자 역할이 힘들 법도 하건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떤 배역이 주어지더라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금순의 아들 현우 역을 맡은 한성자할머니의 대본에는 유독 손때가 많이 묻어 있어 그 연유를 물으니 배우들끼리 서로 대사가 겹치지 않도록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가보다며 웃는다.


“많은 관객들을 모시고 무대에 선다는 것은 큰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잖아요. 아무렇게나 할 수 없지. 오늘 여기 모인 분들은 모두 청춘들이에요. 은 사람 못지 않은 뜨거운 열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니 얼마나 행복해.”


다시 가면 못 올 것이 청춘이라고 하지만, 오늘이 자리에 모인 어르신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기에 다시 한번 열혈 청춘들이라 이름 붙여도 좋지 않을까.


<홍도야 우지마라>, <이수일과 심순애>에 이어 <굳세어라 금순아>에 이르기까지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이 선사하는 악극무대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고 또 그 가운데 모든 세대를 두루 아우르는 깊은 어울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다시 불러보는 2010년 <굳세어라금순아>. 그 화려한 무대가 펼쳐질 11월을 기대해 본다.

 


글_ 이용규/자유기고가, 사진_오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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