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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4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전철 퇴근길 이야기

"편하게 퇴근 하시는 차안에서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들고 나온 이 볼펜은......"

늘 그랬던 것처럼 퇴근 시간 전철에서는 오들도 상인들의 물건 판매가 시작된다. 집에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토막잠이라도 자면서 평소 부족했던 수면을 보충하려는 직장인들의 단꿈을 깨는 상인의 목소리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에이. 또 뭘 팔려고 그러는지." 하면서 소리가 나는 쪽에는
                                                              얼굴도 돌리지 않은 채 다시 눈을 감았다.


불청객의 '소음'에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잠을 청했짐나 한번 깬 잠이 쉽사리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뜨고 쳐다봤더니 아차,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 청년이었다. 순간 물건 팔려고 선전하는 목소리를 소음으로 느꼈던 마음이 죄송스러워지면서 기왕에 잠도 깼으니 볼펜 한 자루 사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몇 년 전에 교통사고로 팔 한쪽을 잃었다는 그 장애인 청년은 능숙한 솜씨로 볼펜을 들고 앉아 있는 손님들에게 "1000원입니다"라고 일일이 권하며 판촉 활동을 시작했다. 저만치서 나이가 40대 후반쯤 돼보이는 아줌마 한분이 볼펜을 2개나 사는 게 보였고 다른 남자와 학생도 한두 자루씩 사는 모습이 보였다. 내 곁으로 왔길래 나도 선뜻 한 자루 샀다.


그 청년이 저만치까지 돌아 다시 반대쪽 라인으로 돌며 볼펜을 파는데 조금 전에 2자루에 2000원을 주고 샀던 아줌마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장애인 청년이 어깨에 메고 있던 볼펜 가방에 샀던 볼펜 2자루를 살짝 되돌려 넣는 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그 아줌마의 행동은 모든 승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자신의 뒤쪽에서 방금 일어난 상황을 직감한 듯 청년이 걸음을 멈추었고 몸을 돌려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전철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가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청년은 아줌마 앞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뭔가를 꺼냈다.


돈 1000원이었다.

"감사합니다"


주머니에서 꺼낸 1000원을 그 아줌마에게 돌려주면서 한 말은 짧지만 단호한 어조였다. 자신은 물건을 파는 상인이지 동정을 받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몸이야 팔이 하나 없는 진짜 장애인일지 몰라도 자신을 그런 장애인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눈빛이 싫다는 얘기였다.


자신을 떳떳한 한사람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값싼 1000원짜리 동정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던 듯했다. 아니 그보다 장애인 청년이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아줌마에게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마치 뭔가를 감추려다 들킨 사람마냥 그 순간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순간 아줌마는 멋쩍었는지 "별 뜻 없었어요, 오해 마세요." 하며 다시 청년이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잡아끌었다. 청년이 손에 쥐고 있던 힘을 풀어 아줌마는 결과적으로 볼펜을 다시 사게 됐고 분위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자기 딴에는 잘해준다고 하는 일종의 호의가 때로는 장애인들에게 상처가 되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음이 참 따뜻한 하루여서 퇴근길이 무척 즐거웠다.

유환권 / 광주광역시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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