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파괴범’으로 통하는 치매.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으로 인해 점차 인지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10% 가량이 치매 환자다.


치매 증상은 그 가족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ㆍ혈관성 치매ㆍ파킨슨병ㆍ루이체 치매ㆍ허팅톤병 등 다양한 치매 원인이 있지만 국내 치매 환자의 69%는 알츠하이머병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나 타우단백질이 쌓인 결과다. 알츠하이머병의 여러 위험 요인 중 나이ㆍ성(性)ㆍ가족력ㆍ대뇌 손상ㆍAPOE4(유전자) 등은 당사자가 어쩔 수 없는 고정 요인이다. 하지만 당뇨병ㆍ중년기 고혈압ㆍ중년기 비만ㆍ신체적 비(非)활동성ㆍ우울증ㆍ흡연ㆍ낮은 학력ㆍ음식 등은 스스로 예방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당뇨병ㆍ우울증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중년기에 고혈압ㆍ비만이 되지 않도록 하며,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교육 수준을 높이며, 음식을 잘 골라 먹으면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돕는 세계 4대 식단이 있다. 지중해식ㆍ일본식ㆍMINDㆍDASH 식단이다. 반대로 서구식 식단은 치매 발병을 부추긴다. 또 커피ㆍ우유ㆍ생선ㆍ하루 1잔의 음주는 치매 예방을 돕는 반면 2잔 이상의 음주는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경고가 최근 서울에서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2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疫學)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단은 알츠하이머병 발생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사망률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뉴욕에 사는 2258명의 주민을 지중해식 식단을 잘 지킨 그룹, 중간 정도 지킨 그룹, 지키지 않은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나눈 뒤 10년간 추적 조사했더니 잘 지킨 그룹의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지키지 않은 그룹보다 40%나 낮았다.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ㆍ채소ㆍ통곡ㆍ빵ㆍ감자ㆍ닭고기 등 가금육ㆍ견과류ㆍ올리브 오일ㆍ생선(주 2회 이상)을 주로 먹고 적당량의 레드와인(남성 296㎖, 여성 148㎖ 이하)ㆍ저지방 우유를 즐기되 붉은 색 고기(적색육)는 되도록 적게(월 2∼3회 이내) 섭취하라고 권하는 식단이다.


 

 

 

일본식 식단도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이롭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일본 히사야마 지역 60세 이상 주민 1006명을 17년간(1988∼2005년) 추적 관찰한 결과 전통 일본식 식단(콩ㆍ채소ㆍ해조류ㆍ과일ㆍ감자ㆍ생선ㆍ계란)에 우유를 더한 개량 일본식 식단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34%나 낮춰줬다. 일본 노인(75세 이상)의 하루 평균 우유 섭취량은 62g으로 한국 노인(65세 이상)의 18.4g에 비해 3배 이상 많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고혈압 예방ㆍ치료를 위해 만든 식사지침인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돕는다는 사실도 역학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DASH 식단을 잘 따른 124명의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저하는 물론 뇌신경 보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DASH 식단은 과일ㆍ채소ㆍ통곡ㆍ저지방 우유 등 저지방 유제품ㆍ견과류를 많이 섭취하고 적색육과 나트륨ㆍ설탕이 든 음료를 적게 먹도록 권하는 식단이다.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기여하는 것으로 증명된 세계 4대 식단 가운데 가장 최근에 알려진 것이 MIND 식단이다. MIND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을 섞은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 미국 러시대학 연구팀이 개발했다. 올해‘알츠하이머와 치매 저널’엔 MIND 식단을 어느 정도 지키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35%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매일 채소 2회, 블루베리ㆍ라즈베리 등 베리류 2회, 생선 1회를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MIND 식단의 핵심 내용이다.


반면 적색육ㆍ가공육ㆍ정제된 곡물ㆍ사탕ㆍ디저트와 고(高)칼로리가 특징인 서구식 식단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이게 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악화시켜 치매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구식 식단이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을 높인다는 것을 증명한 역학 연구는 아직 없다. 개별 식품 중에도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커피ㆍ녹차ㆍ우유ㆍ생선ㆍ채소ㆍ과일ㆍ소량의 음주 등이다. 


 

 

 

우유에 풍부한 칼슘ㆍ마그네슘은 혈관성 치매, 양질의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유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우유가 당뇨병 예방 효과를 가진 것도 우유를 하루 1컵 가량 섭취하는 노인의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이 낮은 이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혈관의 미세구조가 파괴돼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혈관과 뇌의 미세구조가 파괴돼 인지(認知) 기능이 떨어지는 데 우유 등 유제품이 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하루 반 컵에서 한 컵 분량의 우유와 유제품을 섭취하면 알츠하이머병ㆍ혈관성 치매 등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 위험이 31%나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일본 규슈대학 의학대학원 연구팀이 노인 1081명을 1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다. 하루에 우유ㆍ유제품을 97∼197g 이하 섭취한 그룹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이를 물 컵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반 컵∼한 컵 분량이다.


 

 

 

커피와 녹차도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낮춰줄 수 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낮다는 역학 연구가 있다. 커피에 풍부한 카페인 덕분으로 추측된다. 또 녹차의 카테킨(떫은 맛 성분)ㆍ데아닌ㆍ폴리페놀(항산화 성분)도 뇌세포 보호 효과를 가지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tau) 단백질을 감소시킨다.


알츠하이머병이 우려된다면 생선ㆍ채소ㆍ과일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생선, 특히 고등어ㆍ꽁치ㆍ참치 등 푸른 생선도 알츠하이머병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EPAㆍDHA 등 오메가-3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이 풍부한 생선을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생선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60% 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매 끼니마다 채소ㆍ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이 줄어든다. 채소ㆍ과일엔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ㆍ비타민 E 등 항산화 비타민은 풍부하고 포화지방은 거의 없어서다.


 

 

 

가벼운 술 한 잔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레드와인에 든 레스베라트롤(항산화 성분)과 맥주에 포함된 규소(실리콘)는 뇌세포의 파괴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2 잔 이상의 음주는 치매 발생을 앞당기는 역효과를 나타낸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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