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이유는 없는데 왠지 우울해지는, 가을이다. 어느새 옷깃을 여미게 되는 찬바람을 맞으며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 일시적이라면 큰 문제는 없지만, 가을을 너무 오래 그리고 심하게 탄다 싶으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해봐야 한다. 특히 가을이 한층 깊어지는 10월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쉽게 올 수 있다.

 

 

           

  

 

 

 

 

 

우울증의 11%가 계절 탓

 

계절성 우울증은 이맘때 주로 많아진다. 가을이나 겨울 동안 반복적으로 우울한 증상이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나아지는 양상이다. 주요 우울증의 약 11%가 이 같은 계절성 패턴을 보인다. 지역적으로는 남반구보다 북반구에서,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날씨를 비롯한 환경 변화 때문에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들이 균형 있게 분비되지 못하거나, 계절의 변화에 인체의 리듬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일조시간이 줄어 멜라토닌 분비량에 달라지는 등의 이유로 계절성 우울증이 생긴다고 전문의들은 짐작하고 있다.

 

사실 건강한 사람도 가을, 겨울이 되면 식욕이나 수면 패턴 등이 조금씩은 달라진다. 계절성 우울증이면 이 변화가 좀더 심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된다.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단 음식을 너무 먹어 몸무게는 갑자기 느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피곤을 느끼는 식이다. 만사에 흥미가 떨어지고 점점 예민해지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계절성 우울증은 집에서도 얼마든지 극복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건강식을 챙겨먹는 게 기본이다. 밖에 나가 밝은 햇빛을 쬐며 운동을 하는 등 정기적으로 몸을 움직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기분이 날씨나 일조량 등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래도 점점 나빠진다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계절성 우울증을 없애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광선치료다. 보통 가정집 조명보다 25배 가량 밝은 광선을 하루에 30분~2시간 쬐는 것이다. 머리를 광원 쪽으로 향한 채로 자유롭게 다른 활동을 하면 된다. 꾸준히 계속하면 대개 3, 4주 안에 우울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광선치료를 받으면 잠이 잘 안 오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눈이 너무 피로하다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땐 약물치료를 하면 된다.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항우울제를 쓰면 광선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약물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습관적으로 약에 의존하게 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탓이다. 하지만 단순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병원에서 쓰는 항우울제는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대다수 전문의들의 견해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15일 이상 계속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 후 바로 효과가 없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어느 정도 회복되던 게 물거품이 돼버리고 이후 치료마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흔한 오해

  

우울증은 생각보다 흔하다. 전 세계 남성의 5~12%, 여성의 10~25%가 평생 한번은 겪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병 중 하나로 우울증을 꼽기도 했다. 우울 증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마음이 슬픈 상태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슬픔과 우울은 전혀 다른 현상이다. 우울하다는 건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져 지친 상태를 말한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고 활동이 줄며 입맛이 없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삶 자체의 의미까지 잃어버려 겉으로 보기엔 힘든 상황이 아닌데도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정신적 증상이 전부가 아니다. 두통이나 어깨 결림, 온몸의 통증, 소화불량, 피로감 같은 신체적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경험한 환자들 중엔 정형외과나 소화기내과, 신경과 등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모두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니 오히려 답답하고 걱정만 더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혹시나 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면 이미 우울증을 상당히 키워놓은 상태가 된다.

  

우울증을 마음이 약하거나 어리석어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여전히 적지 않다. 물론 심리적인 요인이 적잖이 작용하긴 하지만, 우울증은 이뿐 아니라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들이 함께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뇌 질환이다. 스트레스를 수용하고 소화해내는 인체 기관이 바로 뇌다. 뇌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은 유전적으로 결정되기도 하고 다른 특정 질환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소화해내는 동안 뇌에서는 여러 가지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우울증 환자의 뇌에선 이런 변화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울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환자들은 두려워하거나 피하지만 말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병원 치료와 상담도 물론 중요하지만, 스스로 우울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자주 떠올리고, 종교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차를 탈 때는 되도록 창가 쪽에 앉고 창 밖을 자주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다. 과일이나 채소, 해조류 등을 많이 먹고 물을 자주 마시며, 음악이나 영화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방법이다.

 

글 / 한국일보 문화부 의학 담당 임소형기자
(도움말 :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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