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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나눔&봉사

10cm 높이 너머에 매달려 있는 용기와 웃음


 ‘그게 왜 하필 나였을까? 나여야 했을까? 받아들이고 다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나는 1리터의 눈물을 흘
 려야 했다. ’ 일본에서 실화로, 베스트셀러이자 동명의 드라마, 영화로 인기를 끈‘1리터의 눈물’ 은 ‘운동
 실조증’에 걸린 소녀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소녀였지만 어느 날부터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고, 이후
 휠체어를 타야 하고, 말을 하기 어려워지고, 근육이 굳어갔던 그녀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10년간
 집필한투병 일기는 일본 열도를 울렸다.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라면 좋겠지만 지금도 우리 곁에는 이 병
 을 앓고있는 환우들이 있다. 이준규 씨도 그렇다.

 

10cm 턱의 높이


이준규 씨에게 보도의 10cm 턱은 매우 큰 장애이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그에게 10cm 턱은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는 자주 다니는 동네 모든 길에서 턱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을 외워두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0년 전, 43살의 그는 대형슈퍼를 운영하며, 매주 두 아들과 함께 등산을 다니던 활달한 성격의 가장이었다. 군대에서 마라톤을 하면 1, 2등을 할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그였다.


하지만 어느 날 등산 중에 왼쪽 허벅지 근육에 마비가 왔다. 검사 결과, 처음 의사는 그에게 자세한 병명을 알려주지 않으려 했고, 가족을 대동하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알게 된 그의 병명은 듣기에도 생소한 ‘유전성 운동 실조증’ 이었다.

‘유전성 운동 실조증’ 이란 상염색체 우성유전으로 말하기가 힘든 구음장애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연하장애가 특징이며, 유형에 따라 근육위축, 강직 증상, 시력감퇴, 말초신경병증 등을 동반하게 된다. 소뇌의 손상으로 근육운동이 불완전해 걷기조차 힘들고 마비가 진행되어 심한 경우에는 전신의 근육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준규 씨의 경우 왼쪽 허벅지 근육 마비가 처음 나타난 증상이었다. 무엇보다 현대 의학으로선 뾰족한 치료방법도, 치료약도 없이 다만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한 약물치료만이 있다는 현실이 더욱 그를 절망시켰다.
왼쪽 허벅지의 마비 이전에는 가벼운 피로감이나 현기증을 느껴서 MRI 검사까지 하긴 했지만 별다른 전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만큼 갑작스런 병의 방문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집 밖으로 나가지를 못 했어요. 병 때문에 다리를 못 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창피했어요. 어제까지 멀쩡히 돌아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절룩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생각이 들었어요. 집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밖에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면 그냥 눈물만 나더라고요."


병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왔다. 우울증으로 1년간 칩거 생활을 하던 그에게 구청에서는 장애인용 휠체어를 지급해 줬지만, 보호자가 없이는 움직이지 못하는 수동 휠체어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기적이 찾아왔다. 신문을 통해 응모한 자동 휠체어 기증에 당첨된 것. 각 구청마다 단 10대만이 지급됐던 휠체어였지만 운이 좋았던지, 그는 전동 휠체어를 얻을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남의 도움 없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는데 나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집 문을 나서는 그 문턱을 넘는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도 용기를 내고 문턱을 넘어서 예전 다니던 교회에 찾아갔는데, 모두 걱정과는 달리 반갑게 맞아주더라고요. 그때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그 문턱만 넘으면 됐는데 내가 마음 속으로 내 병에 대한 벽을 높이 쌓아두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몸은 비록 이렇게 되었지만 마음은 내가 우울하고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고 느꼈어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라도 운동 빠트릴 수 없어


원래 활달하고 사람을 좋아하던 긍정적인 성격의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서 다시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갔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퇴행성인 이 병에는 꾸준한 약물치료와 운동요법으로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는 있다. 한번 병세가 진행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되기 때문에, 오늘 할 수 있던 일을 내일은 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준규 씨 역시 처음에는 허벅지의 마비였지만 이후 말하기가 불편한 구음 장애가 왔고, 지금은 장애 1급으로 판정받아 국가 보조를 받고 있다.
그는 매주 가까운 병원을 다니며,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한다. 불편한 몸이지만 휠체어에서 내려, 직접 휠체어를 밀며 약 3시간 정도 운동장을 도는 것.

“처음에는 이 휠체어를 밀고 운동장을 도는데 3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지금은 2시간 동안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좋아졌어요. 가능하면 매일 빠트리지 않고 운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나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비록 병 때문에 일은 하지 못하더라도 책임감도 따르고 긴장도 하다 보니까, 내가 운동을 하면서 내 몸을 돌보아야 조금이라도 가족들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생각하니까 빠트릴 수가 없게 돼요.”

‘유전성 운동 실조증’ 의 경우 유전병이지만 주로 20대 이후에 발병하기에 가정을 깨트리는 경우가 많다. 한창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양육할 3 ∙ 40대에 사지를 온전히 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 또한 유전인자로 후세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미 아이를 가진 부부일 경우 자식들에게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준규 씨의 경우, 그의 어머니와 외삼촌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도 가족력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비슷한 증상을 앓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운동실조증으로 장거리를 움직이지 못했던 그는 어머니의 장례에도 참석하지 못해 한이남았다.

 나는 괜찮지만 내 자식이나 그 아래 후손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런 희귀성 난치병 
의 경우 환자 수도 적고 하다보니, 병에 대한 연구나 치료법이 활발히 이뤄지진 않잖아요. 그런 연구나 개발이
  좀 더 활발해졌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는 현재 의료비용을 보조 받고 있지만, 비싸고 효과가 좋은 약일수록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도 안타깝다. 거기에 나라에서 지원받고 있는 발 보조기의 경우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보행이 힘든 점도 있어 가능하면 환자들 개개인 사이즈에 맞춘 보조기가 지원됐으면 좋겠다라는 제안도 잊지 않았다.


“이 병이 오기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살았던 것이 많았어요. 도로의 턱이라든가, 장애인 보조 시설들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죠. 하지만 막상 내가 병을 앓고 이후 낮은 시선으로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조금만 턱이 낮았으면, 조금만 장애인용 운행기구에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식으로요. 결국은 시선의 차이 같아요. 내가 오늘 건강하다고, 내일 건강하란 법 없고, 또 반대로 오늘 내가 아프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유전성 운동 실조증이란?

 

 소뇌의 위축으로 인한 소뇌성 실조 증세가 점차적으로 심해지는 퇴행성 진행성 질환으로, 아직까지는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가족성 질환으로 유전병인 경우가 많고, 어린이나 유아에게 발병되는 경우
 도 있으나 대개는 성인 시기에 발병된다.


 소뇌성 실조증세가 일반적이며, 보행장애, 협응장애, 언어장애 등을 공통적으로 보이고, 치매증상이 동
 반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정신적으로는 정상이다.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질환의 종류에 따라서
 다른 여러 가지 장애를 보이기도 하며 진행 속도 역시 개인 차가 있다.


 발병 후 증세는 점점 심해지며, 짧게는 수년, 길게는 20여 년을 투병하게 된다. 신경과 전문의에게 신
 경학적 검사를 받게 되며, 임상적인 증
세의 관찰과 가족력, 병력 청취, 구체적으로는 MRI 촬영, 때로는
 혈액체취를 통한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서 확진하게 된다.


 현재 치료방법은 연구 중이며, 아직 소뇌위축에 의한 실조증세의 치료법이나, 진행을 더디게 하는 방법
 은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신경과에서는 소뇌위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신경학적 증세에 대해서 개별적
 으로 도움을 주는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

 

출처 : 한국 소뇌위축증 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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