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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쉬고 싶을 때 떠나면 좋은 곳 - 제주도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라면 모두가 다 알 것이다.

 

2분 간격으로 오는 지하철을 조금이라도 먼저타려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다니는 사람들, 급한일도 없으면서 깜빡이는 초록불만 보면 무조건 건너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어떤 친구들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게만드는 서울의 긴박감이 좋다고도 하더라. 하지만 늘 생기 넘쳐보이고 무지하게 활동적인 도시의 구석구석은 수면부족으로, 스트레스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자신을 돌보지 못한 이들로 병들어가기 일쑤이다.

  

얼마 전 대학교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장난끼 많고 귀엽던 아이었는데 외모 컴플렉스로, 취업스트레스로 최근에는 심리치료를 위해 상담센터에 다닌다고 털어놨다. 그 밝던 아이가 세상이 들이대는 잣대에 비교당하고 상처받으면서, 폭식을 일삼고 한동안 꽤나 울었겠구나 생각하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

   

힘들게, 남들보다 더 열심히, 바쁘게 살아야만 할 것 같은 도시생활은 가끔씩 숨이 막히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만 하다.

그래서 훌쩍 떠난 여행...

 

 복잡하고 정신없는 세상, 개인주의가 만연한 이 생활 속에서 내가 도피처로 삼아 다녀온 제주 이야기를 한 번 꺼내보고 싶다.

 

 

 

 

제주도 하면 가장먼저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바로 성시경의 '제주도의 푸른 밤'

 

-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린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보다는 바달 볼 수 잇는 창문이 좋아요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

  

, 휴식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푸른 바다와 시원한 나무, 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있는 제주.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제주는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운 이미지 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그 곳에서 느끼게 된 것은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육지와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보다는 제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꾸밈없는 착한 마음씨였던 것 같다.

 

제주의 사람들은 참 착하다. 보통 착하다라는 표현은 다른 수식할 수 있는 형용사가 없을 때, 무언가 표현은 해야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여유를 알고 행복을 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으며 적당히 열심히 산다. 그래서 어쩌면 육지사람들보다 마음이 넉넉하고 또 넉넉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주에 가서 가장 놀랐던 것은 식당의 영업시간이다. 오후 네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챙겨먹지 못한 점심식사를 대신 해 끼니를 떼울 곳이필요했다. 배를타고 우도로 들어간 친구와 나는 하루종일 굶주려 허기를 채울 무언가를 찾고있었다. 어디 부근에 맛집이 있는지 검색도 해보고 셔틀버스의 아저씨께 여쭈어 밥 먹을만한 곳을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찾아간 곳마다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은 모두 반갑지 않은 대답이었다.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 청소 중입니다. 영업 끝났습니다. 아니 아예 문을 닫아버린 곳도 있었다.

 

그랬다. 제주도의 식당은 영업시간이 크게 의미 없는 곳들이 많았다. 팔만큼만 팔고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는 곳도 여럿 있었고, 6시 이후에는 정말 열려있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다. 밥 장사는 보통 점심 저녁에 손님이 많은데, 저녁 장사를 하기도 전에 문을 닫아 버리면 대체 어떻게 벌어서 살까.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일을 하는건지, 대체 이게 무슨일인지 아리송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 곳에서 참 감사한 순환버스 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우리가 음식점을 찾아 헤맬 때마다 스스로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데려다 주시고선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보고 오라고 버스 정류장에서 우리를 기다려주셨다. 재료가 없대요. 청소중이래요.라고 실망한 표정으로 다가가면 얼른 타라고 하시며 다른 음식점을 데려다주시고, 문이 닫혔어요 영업시간이 끝났대요라고 하고 다가가면 그래도 먹을만한 데가 어디 있나 고민하시다 이 곳 저 곳을 내려 주셨다. 결국 마지막 내린데에서 헤매다 한군데 열려있는 음식점에서 성게비빔밥을 겨우 먹고 바닷가 구경을 하고 있을 때, 버스 운행시간이 끝나신 아저씨가 또 우리를 발견하곤 손짓하셨다. 아가씨들 이리와서 자리돔 회 한 점 먹어봐!

 

 

 

오늘 처음만난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인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는 것이 감동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하여 자꾸 웃음이 나오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는 느낀점으로 마무리했던 하루가 지나고  에코랜드를 방문한 다음 날. 재밋게 놀고 돌아가려는데, 갑작스런 비에 당황스러웠고 에코랜드까지 들어오는 버스가 없다는 것을 숙소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된 우리는 관리인 아저씨를 붙잡고 여기에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물었다.

'버스 타려면 저기 바깥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지'라고 말씀하시던 아저씨는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시곤 떠나셨고, 5분쯤 기다리다 아저씨가 어디로 가셨을까 생각하는 찰나에 젊은이들!! 어서 타!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가는 방법을 설명해주려고 다녀오신줄 알았는데 직접 차를 몰고 오시다니!  신이나서 얼른 차에 올라탄 우리는 무사히 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나올 수 있었다.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에 식사라도 하시라고 만원을 드렸더니 이런거 안받는다고 아저씨는 손사레를 치셨다. 기어이 드렸더니 결국 차에서 내릴 때 창 밖으로 돈을 집어던지셨다. 흡사 명절에 친척들끼리 서로 돈 주려고, 안받으려고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오고 왜이렇게 일이 잘풀리는 걸까. 곤란한 상황이 마주하더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니 여행이 힘든줄도 몰랐다.

 

 

 

 

구름이 잔뜩 낀 그 다음날 고사리 축제를 가겠다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어렵사리 남원읍까지 도착했을 때에도, 짐을 가지고 고사리를 캘 수는 없을텐데 이를 어찌해야하나 생각했으나 축제장 셔틀버스 아저씨께서 흔쾌히 짐을 버스안에 맡겨주시겠다고 하셨고 쇠소깍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졸린눈을 비비고 내릴 때에도 '쇠소깍가는거야? 그럼 이리 길 건너서 저리로 쭉 가면 돼!'라고 시내버스 아저씨는 묻기도 전에 먼저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내려서 다른 방향으로 걷고있었더니 경적을 빵-울려서 우리를 뒤돌아보고 하고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길을 가리켜주셨다.


올레시장에서 꽁치김밥을 한번 맛봐야겠다고 하여 버스를 탔을 때에도 역시 안녕하세요 어디가세요?라고 묻는 아저씨의 친절한 물음이 우리의 여행에 즐거움을 더했고 행선지를 말하자 내려야 하는 버스정류장 이름과 그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이중섭거리까지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의 버스를 탔을 때 교통카드 찍는 소리 잠깐, 그리고 함께 들리는 자동차 엔진소리가 메우는 정류장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첫날 '우리는 운이 너무 좋아'라고 생각하던 친구와 나는 '바로 이 곳이 제주도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차창을 보고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 '착하게 살고싶다'라고 말하던 내 목소리에 옆에선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어'라고 회답이 들렸다.

 

여기에 이사를 와 살고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왜그렇게 다시 제주를 찾는지 제주병에 걸렸다고 말하는지 공감을 하게되기도 했다.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듣기로 제주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육지에서 일하다 쉬려고 넘어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기시간이 소중하고 휴식과 일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하였다. 무작정 돈을 많이 벌려고, 부자가 되려고 일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즐거움 때문에 일을 하고 일정 시간이 되면 하던 것을 마무리 짓는 그 모습이 아무래도 낯설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육지에서 온 사람들만의 특성일까. 제주 그 곳이 본래 가지고 있는 특성에 물 건너간 사람들이 차츰 동화되고 있는 것이겠지.

 

지금은 예전처럼 비행기 값이 겁나 제주여행이 망설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저가항공사가 꽤 많이 등장했고 여러가지 프로모션과 얼리버드 혜택 등을 통해 어떨 땐 2~3만원 대의 표를 구할 수 있기도 하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쉬고싶을 때  1박2일이라도 제주에가서 안식을 취한다면 스스로를 위해 더할 나위없는 선물이 될 것 같다. 김포에서 한시간이면 '제주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안내멘트를 들을 수 있다니.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여행을 계획을 세우고 계시다면 제주도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 보시는 것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