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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농촌진흥청이 최근 선정한 1월 식재료, 귤ㆍ찹쌀ㆍ도라지


 

 


 

귤은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 해소는 물론 감기 예방에도 이로운 과일이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60종 이상 들어 있어 항산화ㆍ항암은 물론 고지혈증 억제ㆍ충치 예방ㆍ항염증 등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ㆍ중국ㆍ일본인이 즐겨 먹으며 영문명은 ‘만다린 오렌지’(mandarin orange)다. 여기서‘만다린’은 중국 관리를 가리킨다. 과피가 얇고 부드러워 잘 벗겨진다. 껍질이 과육에 단단히 붙어 있는 오렌지ㆍ탄제린(tangerine)보다 먹기 쉽다.


비타민 C가 100g당 44(조생종)∼48㎎(보통종) 함유돼 있다. 게다가 귤은 대부분 생과로 먹으므로 비타민 C가 조리 도중 소실ㆍ파괴될 일도 거의 없다. 헤스페리딘이란 성분도 돋보인다.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으로 비타민 P라고도 불린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며 속껍질에 많이 들어 있다. 고혈압ㆍ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귤을 속껍질째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맛과 단맛이 섞여 있다. 익으면서 산(酸)은 적어지고 당(糖)이 많아져 신맛보다 단맛이 강해진다. 귤의 단맛은 설탕ㆍ과당ㆍ포도당, 신맛은 구연산(유기산의 일종)의 맛이다. 약간 신맛이 나는 귤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연산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를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해준 덕분이다.


노란색 색소 성분인 베타카로틴(비타민 A의 전구체)도 풍부하다. 귤을 과다 섭취하면 각질이 많은 손바닥ㆍ발바닥, 콧구멍 주위, 피부가 얇은 눈꺼풀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이래서다. 우려할 필요는 없다. 외관상의 문제일 뿐 건강에 해롭진 않기 때문이다. 귤 섭취를 줄이면 피부색은 원상 복귀된다.


귤은 채취한 뒤에도 서서히 익는 후숙과(後熟果)다. 충분히 익은 뒤에 따는 사과와는 다른 점이다. 그래서 귤은 사과보다 더 빨리 물러진다. 귤의 수분 함량이 90%에 달한다는 것도 물러지기 쉬운 조건이다. 귤은 냉장 보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냉장고 안은 건조한 곳이므로 수분이 발산돼 귤이 쭈글쭈글해진다. 상온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최선이다. 2주 이상 두고 먹으려면 냉장 보관이 불가피하다.





당질ㆍ수분이 많은 귤엔 곰팡이가 잘 핀다. 특히 너무 밀착 포장하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종이 박스 안에 너무 촘촘하게 넣는 것은 금물이다. 열량(100g당 42㎉)은 단 맛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다이어트 중이라면 중간 크기의 귤을 하루에 2(여성)∼3개(남성) 이상 먹는 것은 곤란하다. 찹쌀은 찰진 식감을 가진 곡물이다. 멥쌀로 밥을 지을 때 조금 넣어주면 윤기가 흐르고 밥맛이 좋아진다. 소화가 잘되고 위벽을 자극하지 않아 평소 위 건강이 나쁜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몸을 따뜻하게 해 노약자나 환자의 체력 회복에도 유익하다.


대보름 절식인 오곡밥을 만들 때도 들어간다. 오곡밥은 찹쌀ㆍ찰수수ㆍ팥ㆍ차조ㆍ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밥을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다섯일 필요는 없다. 각 가정이나 지방에 따라 대추ㆍ잣ㆍ밤 등을 넣고 오곡밥을 짓기도 한다.


한방에선 찹쌀을 소화기를 보(補)하고 구토ㆍ설사를 멎게 하는 식품으로 친다. 성질이 따뜻하고 단 곡식으로 여긴다. 평소 땀이 많이 나고 설사를 자주 하거나 위장이 약해서 늘 속이 거북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찹쌀을 볶아 먹으면 설사를 가라앉히는데, 떡으로 만들어 먹으면 힘없이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노인병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위염 탓에 속이 거북하거나 소화 장애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트림이 나오는 사람에겐 찹쌀죽을 권한다. 찹쌀이 위벽을 덮어준다고 봐서다. 식사한지 1∼시간이 지나 속이 쓰리면 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이 원인일 수 있다. 이때 찹쌀떡을 먹으면 속쓰린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찹쌀은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소화장애를 부를 수 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광주리로 철철 넘누나/(중략)/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 백도라지/도라지 캐는 아가씨들 손맵씨도 멋들어졌네.”





경기 민요 ‘도라지 타령’에선 설사병이 난 사람도 한번 부르고 나면 벌떡 일어설 것 같은 특유의 흥이 느껴진다. 도라지는 나물ㆍ무침ㆍ장아찌ㆍ구이는 물론 떡ㆍ정과ㆍ차ㆍ즙 등 용도가 다양한 산채다. 저열량(생것 100g당 74㎉)ㆍ고탄수화물(19.2g) 식품이다.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고 피부 미용ㆍ감기 예방 등에 유용한 비타민 C가 상당량 함유돼 있다(생것 100g당 14㎎, 도라지가루 89㎎). 칼슘(45㎎, 뼈 건강 유지)ㆍ철분(1.3㎎, 빈혈 예방)ㆍ칼륨(302㎎, 혈압 조절, 도라지가루 1548㎎)ㆍ식이섬유(변비 예방)ㆍ나이아신(6㎎, 비타민 B군의 일종으로 혈액순환 촉진과 구내염ㆍ피부염 치료 보조 역할)도 풍부하다.


도라지의 노화 억제 성분은 인삼의 웰빙 성분으로 널리 알려진 사포닌(saponin)이다.일 인삼, 이 더덕, 삼 도라지’란 말이 있는데 셋은 사포닌이 함유된 것이 공통점이다. 도라지엔 사포닌이 100g당 2g가량 들어 있다. 사포닌은 호흡기 점막의 점액 분비를 늘려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없애준다. 열을 가라앉히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높여 준다. 침 분비를 늘려 입 냄새를 없애고 구강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염증ㆍ궤양을 억제하고 항암ㆍ진통ㆍ혈당 강하ㆍ혈관 확장 효과도 지닌다.


민간에선 도라지를 폐에 가장 이로운 식물로 꼽는다. 목이 아프거나 기침ㆍ가래ㆍ해소ㆍ천식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겐 도라지 끓인 물을 수시로 마실 것을 권한다. 도라지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말린 도라지나 꿀에 잰 도라지 청을 이용해 차로 만들어 마시면 목통증 완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라지는 꿀과 ‘궁합’이 잘 맞는다. 둘을 함께 섭취하면 꿀이 도라지에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고 쓴맛을 덜어 준다.





도라지는 어린잎과 줄기를 데쳐 먹을 수 있지만 대개 뿌리를 섭취한다. 잔뿌리가 비교적 많은 것이 양질이다. 국산은 수입산에 비해 잔뿌리가 많으며 원뿌리가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몸통(뿌리)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곧은 것이 상품(上品)이다. 껍질 벗긴 도라지를 살 때는 우유처럼 흰색을 띠는 것을 고른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한다. 잔뿌리를 떼어 내고 칼로 긁어서 껍질을 벗긴 뒤 물로 깨끗이 헹군 상태로 보관하는 것도 괜찮다. 그냥 먹으면 맛이 쓰다. 쓴맛을 줄이려면 껍질을 벗겨 먹기 좋게 손질한 뒤 소금을 뿌린다. 소금이 잘 스며들도록 도라지를 주무른 뒤 물에 담가 놓으면 쓴맛이 쏙 빠져 맛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쓴 맛을 뺀 도라지에 설탕ㆍ식초ㆍ소금ㆍ고추장 양념, 오이ㆍ양파 등을 넣고 버무리면 맛있는 도라지 무침이 완성된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