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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백신 효과 있나·없나, 세계는 지금 백신논란






어린아이라면 의례적으로 치르는 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각종 질병으로부터 예방차원에서 맞는 백신이 그것이다.백신의 원리는 약한 세균으로 병을 가볍게 앓고 면역력을 키워 큰 병을 예방하는데 있다. 과거 질병으로부터 수많은 목숨을 잃었던 인류는 백신개발로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이 백신이 세계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인 듯싶다. 일부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면서 백신 부정론을 펼치는 한편 부작용은 극히 일부분이며 전염병 예방에는 백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옹호론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자신의 딸 맥시마의 백신 접종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일상적인 사진 한장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좋아요’를 무려 수백만개나 눌렀다. 어떻게 보면 별것 아닌 이 사진 한장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을 나타냈을까?





이유는 바로 미국에서 끊이지 않는 백신논쟁 때문이다. 미국에선 현재 정치권을 비롯해 백신을 바라보는 찬반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미 대선주자로 떠오른 공화당의 잠룡 랜드 폴 상원의원은 홍역과 B형 간염백신을 맞은 아이들이 정신병 고통을 받는다며 논쟁에 불씨를 당겼다. 그는 방송인터뷰를 통해 백신을 맞은 뒤 정신질환에 시달린 사례를 들었다면서 백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또 전직 상원의원인 공화당 미셸 바크먼은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HPV백신이 어린 소녀들에 영국적인 위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의 의견에 과학자들은 압도적으로 백신 접종 지지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백신 옹호론자들은 천연두와 같은 질병을 백신이 예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백신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백신 찬성론을 펼친다. 오바마는 백신의 효능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어필하면서 "점검하고 또 점검했으니 염려 마라. 백신을 맞아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다. 맞지 말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의 백신 논쟁은 앞서 지난 1998년 발표된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논문에서 시작됐다. 논문에서는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2010년 논문 조작이 밝혀진 바 있다.


또 백신 회사에 소송을 제기한 부모로부터 웨이크필드가 자금지원을 받은 사실까지 밝혀져 논문은 결국 취소됐다. 하지만 19개월 딸이 백신 접종 후 자폐증에 걸렸다며 미국 보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한 부모가 승소한 사례도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프랑스의 백신논란은 미국 못지않게 뜨겁다. 프랑스 한 방송사에서 조사한 결과 프랑스인의 30%가 백신을 의심하고 있었다. 이처럼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자 지난해 프랑스에선 9개월 미만 영아 백신 접종률이 5% 떨어졌고 신종 인플루엔자 접종도 6년 사이 17%가 줄었다. 9~14세 여성이 맞는 자궁경부암 접종률은 불과 17%였다.





백신 반대 단체에서는 백신에 든 신경독성 물질인 알루미늄 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단체는 알루미늄이 포함되지 않은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프랑스 앙리 주와이유 전 몽펠리 의대 교수는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2009년 프랑스 정부가 주문한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은 9400만개였는데 실제 접종은 600만개만 뿐인 것이 밝혀졌다.


주문한 백신과 실제 접종한 백신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면서 결국 정부는 백신 제조회사에 4800만유로로 한화가치 633억원을 배상했다. 국가가 제조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많은 양의 백신을 주문했고 위험성을 강조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백신 반대 입장에선 예방접종을 중단한다고 해서 질병이 재발하는 것이 아닌 만큼 사라지거나 드문 질병 때문에 백신을 접종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프랑스 보건부는 오는 3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의견수렴을 거쳐 5월 전문가가 참여한 대토론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프랑스가 과연 이번 대토론으로 백신논란을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백신접종을 놓고 유럽은 의무와 권고로 양분된다. 프랑스, 폴란드, 그리스는 백신이 의무접종이지만 영국, 독일, 스페인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