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봄을 느끼기 어려운 올해는 지구 온난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날씨가 쌀쌀하다. 며칠 전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지리산 중턱 위로는 흰 눈이 쌓여 있어 눈을 의심케 하고 뒤늦게 내린 눈으로 피어나지 못한 꽃들이 얼어버렸다.
나이도 들고 이제는 느긋함을 즐기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는 서울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잘 탄다. 시외버스도 이제는 고속버스만큼안락하고 노선과 배차 시간도 적당하다.
4월 말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를 탔는데 기사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였다. 걸걸한 말투와 투박하고 다 |
버스표를 내고 자리에 앉아 있으니 기사가 아직 타지 못 한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거동이 약간 불편한 젊은 손님을 보고는 빨리 내려가 부축해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버스는 출발해서 서울로 향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다. 승객 대부분은 화장실에 가거나 차를 한 잔하기 위해 하차를 하고 나도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신선한 바람을 쏘였다.
그런데 내가 타고 온 버스의 기사가 거동이 약간 불편해 보이던 그 젊은 승객과 함께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했다. 기사의 나이는 승객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시력이 나쁜 분 같았는데 차가 많이 다니고 복잡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위험해 보였는지 기사가 직접 손을 잡고 온 것이다. 먼저 차 안에 돌아와 앉아 있으니 기사가 그 손님을 모시고 조심스럽게 올라오더니 운전석 뒤의 자리에 자리를 잡아 주고 차 안을 한 번 살펴보기 시작한다.
이어 경상도 식의 거친 말투로
“옆의 좌석 안 오신 분 없지요?” 외쳤다.
어찌 보면 손님에게 눈길 한번 보내지 않는 명령조의 말투였지만 자기보다 훨씬 어린 손님을 부드럽게 화장실까지 안내하는 것을 보고 경상도 남자의 진면목을 보는 듯했다. 사회적으로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고 공손치 못하며 투박하다는 인상이 대부분인데 이 기사를 보고 진정한 따뜻한 마음이 무엇인지 배웠다.
날씨가 춥고 서울에 가면 피곤한 일을 처리해야 했지만 버스에 타고 있는 내내 그 생각이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었다.
정용환 / 경남 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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