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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행복한 비교와 불행한 비교

 

 

      몇 년 전 등장한 신조어인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엄친딸(엄마친구딸)은 비교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속성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못하는 것 하나 없고, 뛰어난 외모와 잘 나가는 인생을 가진 엄친아와 엄친딸. 정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만난 적도 없지만 평범한 우리를 옥죄는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왜 비교하나요?

 

문화가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자들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다르며, 그 영향력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학자마다 동서양의 문화를 구분하는 명칭은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가 아닐까 한다. 집단주의란 개인보다 집단을, 개인주의는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집단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 동양인들은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서양인들은 그 반대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또 다른 면은 ‘비교’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각자만의 고유한 삶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나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너무 중요할뿐더러,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단주의 문화에서 ‘비교’란 자신의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불행한 개인간 비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적표를 가지고 오면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표를 확인하면서 이렇게 묻는다.


“민수는 몇 점 맞았어? 철수는? 규민이는?”


비교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자기 아이보다 공부를 더 잘하거나 엇비슷하게 하는 아이들이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성공과 발전을 원하기 때문이다.


엄친아와 엄친딸만 봐도 그렇다. 엄마들이 얘기하는 친구 아들이나 딸은 늘 잘났다. 모든 면에서 하나도 빠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실력이 올라서 비교 대상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면 비교가 끝날까? 그렇지 않다. 이제는 비교 대상을 더 높게 잡는다. 결국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 하게 되더라도 전 세계 1등이 되지 않는 이상 이런 식으로 비교하면 열등감만 남게 된다.

 

 

 

행복한 개인내 비교

  

하지만 행복할 수 있는 비교가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지 말고,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서 어제보다 오늘 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를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최고(여러 사람 중에서)보다는 최선(내 상황에서)을 다하라는 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전한 우리 국가대표만 봐도 그렇다. 메달권에 들지 못한 역도선수 장미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올림픽 출전 자체가 쉽지 않았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전 국민은 감동받았다. 예선에서 부정출발이라는 오심 때문에 실격처리 되었다가 정정 소동을 겪었던 수영선수 박태환. 세밀하게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수영경기를 앞두고 심적 부담이 컸을 텐데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비록 쑨양에게 뒤져셔 금메달이 아니라 은메달을 목에 걸긴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도 개인간 비교라는 관점으로 보면 좌절감이 클지 모르겠지만, 개인내 비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불행한 비교를 할 것인가, 행복한 비교를 할 것인가.

 

글 / 강현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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