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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과 뇌

 

  

 

 

 

 

 

 

 

최근 어느 보도를 보니 직장인 10명중 8명이새해에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새해에는 왜 작심삼일로 계획이 쉽게 무너지는 것일까? 아니 새해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굳은 다짐을 하며 세운 계획들은 왜 그토록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 

 

 

 

새해가 되면 수많은 사람이 어김없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 금연이나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등 그동안 꼭 이루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 둘 적어 넣는다. 물론 이번에는 기필코 해내리라는 말과 함께 어느때 보다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1년중 가장 비장한 이때의 각오들은,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 쉽게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

 

여기에는 먼저 의욕만 앞세우며 많은 것을 계획하거나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등 거창한 리스트가 주원인이다. 또 지금도 편안한데 굳이 바꾸고 싶지 않은 본능 또는 무의식이 의식보다 훨씬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리고 ‘자기 절제’라는 인간의 새로운 기술을 가진 뇌가 아직 충동과 본능으로 이루어진 원시 뇌에서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다는 진화론적 설명도 있다.

 

 

 

최근 뇌과학의 대답 중에는 3일이라는 날짜까지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는 연구결과들도 있어 더욱 그럴싸해 보인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부신피질의 방어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의 작용시간이 3일이기 때문에 작심삼일이야말로 정상적인 뇌의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또한 뇌가 한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 단위가 ‘7±2개’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실험을 진행했다. 한 집단에는 복도를 걸어가며 두 자리 숫자를, 다른 집단에는 일곱 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게 했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도중 건강식품인 샐러드와 몸에 나쁜 초콜릿 케이크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는데, 일곱 자리 숫자를 기억한 집단에서는 몸에 안 좋은 초콜릿 케이크를 고른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뇌는 일곱 자리의 숫자를 처리하느라 몸에 좋고 나쁜 것을 판단할 여력이 없었던 것. 이렇게 볼 때 우리의 뇌는 여러 일은 처리하느라 새롭게 도전한 일에는 쉽게 적응하기 힘들며, 새해에 많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인류는 작심삼일이나 실행 여부와 관련된 ‘의지력’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시도해왔다. 의지력 연구에서 명성이 자자한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 교수는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동물들이 슬프게 죽어가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고, 감정을 억제한 집단과 자연스럽게 내버려둔 집단을 관찰하였다. 이때 감정을 억제한 집단은 이후 제시된 의지력이 필요한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충동을 억제하거나 의지력을 발휘해 힘든 일을 해결해나갈수록 의지력이 고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의지력을 지나치게 발휘하면 결국 의지력 또는 자제력을 잃게 되는 결과까지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또한 의지력 고갈은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보다, 모든 일에 더욱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해 의지를 발휘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의지력 고갈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먼저 과거의 많은 사례가 말해주듯이 너무 높은 목표와 너무 많은 목록을 피해야 한다. 하나씩 차근차근 시도하는 것이 의지력을 고갈시키는 것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력이 언제 충만한지 관찰하여 알맞게 일을 분배해야 의지력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명상훈련’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명상은 단순히 명상을 잘하는 것뿐 아니라, 깊고 차분한 호흡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집중력과 충동 억제 능력을 향상시킨다. 무엇보다 충동 통제에 관여하는 뇌의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혈액을 원활히 공급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현실적 문제는 포도당의 충분한 공급인 것 같다. 뜬금없는 포도당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포도당은 뇌세포가 신호를 보내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중요 신경전달 물질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이 신경 전달 물질이 없다면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데, 고갈된 의지력의 회복에도 포도당의 보충은 불가피한 것이다.

 

실제로 당이 떨어지면 의지력이 약화되는 많은 사례들이 있다. 금연 시에도 각설탕 섭취를 병행하면 성공률이 더 높았으며, 급격히 절제력이 떨어지는 여성들의 생리전증후군에서도 저혈당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의지력을 위해 초콜릿이나 설탕 등 지나치게 단 음식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시적 당의 상승은 급격한 당의 하락을 부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좋다. 달지는 않지만 백미, 빵, 감자 등에도 얼마든지 당은 존재한다. 이제 우리 자신의 의지가 박약하다고 자책하기보다, 다른 측면으로도 생각해 보면서 일은 감당하기 쉽게 나누고, 충분한 에너지 보충에 힘쓸 일이다. 의지력의 효율을 높여 2015년에는 작심삼일이라는 불변의 법칙을 과감히 깨보자.

 

글 / 주현성(인문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