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회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술이다. 둘만 만나면 한 잔 걸치게 된다. "언제 소주 한 잔 합시다." 친한 사이에 흔히 건네는 인사말이다. 거기에는 정겨움도 배어 있다. 술을 마시다보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금세 가까워진다. 윤활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과음은 금물이다.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올린 업적을 한 순간에 날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종종 보거나 듣는다. 뒤늦게 후회한들 소용없다.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술에 관한 한 나름대로 철학을 갖는 것이 좋다. 남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결례가 되지 않는 범주에서 조절해야 한다. 너무 많이 마셔 실수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대학 때부터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 학교 안팎에서 알아 줄 정도였다.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바보스럽게 자랑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 탈이 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 한 가지 철학은 지금껏 유지해오고 있다. 연속해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 자정을 넘기지 않는 것. 쉰을 넘긴 뒤부터는 가급적 술을 삼가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절주를 실천한다. 술은 가까우면서도 먼 친구로 남기고 싶다. 

 

지난해는 스스로 절주약속을 했다. 여러 번 속은 아내는 날 믿지 못하고 있다. "자기 얼마나 가겠어. 두고 볼거야." 그러나 단단히 결심을 했다. 낮엔 소주 한 병, 저녁엔 소주 한 병, 폭탄주는 3잔. 여태껏 내 주법은 무조건 원샷이었다. 소주든, 맥주든, 양주든, 와인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 뒤 한동안 술 한 잔도 나눠 마셨다. 이런 나를 보고 지인들이 먼저 놀랐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본다. 솔직히 큰 일은 없었다. 물론 실수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술을 계속 마시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누구의 권유나 강요에 의해서 절주 약속을 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음을 하지 않으니 몸 상태도 좋았다.

 

 

 

 

내가 술이 세다고 하지만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 부담을 느낀다. 나이 탓도 있을 게다. 마냥 청춘 같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점심은 소주 4잔 정도로 끝냈다. 그전 같으면 둘이서 소주 3병 정도 마시고, 한 병은 폭탄주로 돌리곤 했다. 식당에서도 술을 적게 마시니 이상하게 봤다. 오후 컨디션도 나쁠 리 없다. 나 자신과의 약속, 꼭 지킬 것을 거듭 다짐하곤 했다. 

 

 

 

 

절주를 해오던 나에게 큰 변화가 왔다. 지난 2월 2일 지인들을 만나 막걸리를 마신 뒤 술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그 다음날 입원했다가 사흘만에 퇴원했다. 급성 통풍이 왔던 것. 지금까지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의사의 권고도 없었지만 내 스스로 '금주'를 선언했다. 이틀간 병원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해 보았다. 술 이외에 원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식도 않고, 운동도 꾸준히 했다. 그런데 입원이라니, 한마디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이 참에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진 않는다. 술은 핑계일 뿐. 그동안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 40년은 마신 것 같다. 수없이 절주를 다짐했건만 솔직히 못 지켰다. 이번 입원이 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오히려 고맙다고 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술에 관한 에피소드도 많다. 고운 추억으로 간직하련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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