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건물의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 여가 지났다. 사건 직후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일부에선 조현병 환자들을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마저 늘었다.





전문가들은 강남역 사건 이후 많은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이 전보다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우려한다.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 부정확한 정보가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을 음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세계적으로 100명 중 1명 꼴로 걸리는 흔한 병이다. 망상과 환각이 나타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게 주요 증상이다. 과거엔 영어 명칭인 ‘Schizophrenia’를 문자 그대로 일본식으로 번역해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렀으나, 환자를 위험하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오해하게 하는 등 불필요한 부정적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전문가들이 병명 개정을 추진했다.





2014년 새로 바뀐 이름 조현병에서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의미다. 현악기의 줄이 적절히 조율돼야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듯 사람의 정신기능도 잘 조율돼야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 정신기능이 잘 조율되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강남역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이 같은 노력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병에 대한 편견은 환자들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증상이 발견됐을 때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약 처방이나 상담 치료 등을 시작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두려워 병을 자꾸 숨기게 되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증상이 처음 생긴 뒤 정식 치료를 받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 다시 말해 ‘치료 받지 않은 정신병 기간(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이 길수록 병의 경과나 치료 효과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3분의 2 가량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 경과가 좋지 않은 나머지 3분의 1의 환자라도 심한 공격성을 보이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설사 공격성 같은 반사회적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꾸준한 약 복용과 재활 치료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조현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발병 과정은 워낙 다양하다.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이나 치료 경과 등이 모두 똑같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조현병 환자의 이상 행동을 전체 환자의 특성으로 확대해서 해석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조현병의 증상은 10대 후반~20대 사이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뚜렷한 이유 없이 체력이 약해지거나 머리가 아프다가 잠이 잘 오지 않고 주의력이 떨어지며 우울해하고 사람을 피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조건 자신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려 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 중 약 30%가 1년 안에 조현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보고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증상들이 시작될 때 가족들은 학업 스트레스나 사춘기 현상으로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리다 빨리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가족이나 지인 중 누군가에게서 조현병 증상과 관련 있는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인지했다면 곧바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환경에 일시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정신병 증상을 동반한 우울장애이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른 정신과 질환인지도 정확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 또 뇌나 호르몬을 비롯한 다른 신체질환이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감별 진단은 특히 중요하다.





가족의 역할은 진단 과정뿐 아니라 치료 중에도 매우 중요하다.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의 인지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재발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치료되기 위해서는 환자가 잊지 않고 약을 복용하도록 챙겨줘야 한다. 환자가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과격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역시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 무조건 꾸짖거나 명령하지 말고 침착한 태도로 환자의 감정에 관심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조현병 가족을 돌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이 오히려 죄의식이나 무기력에 사로잡히곤 한다. 더구나 사회에서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마저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채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 가족들에게 같은 아픔을 겪는 가족들 간의 모임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지역별 정신보건센터나 재활훈련시설, 상담시설 등에도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한다.


(도움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얀센)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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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6.07.05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이런 정신적인 병이 있으면, 본인이나 가족이나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최근 서울 강남역 등에서 발생한 강력범죄의 피의자들이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정신질환자 실태와 인권 문제 등이 주목 받았다.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정신질환은 증상의 경중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성인 10명 중 3명은 살면서 한번쯤 앓는 질병이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이상한또는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사람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이 되레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로막는 장해물이 된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 두려움 탓에 초기 단계에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중증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누구나 쉽게 노출되지만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전국 성인 6022명을 대상으로 2011년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은 27.6%로 나타났다. 성인 여성 10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를 겪어봤고, 2011년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강박증·공황장애 등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24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누구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경기 고양시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상담 사례를 보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의 출발점은 대부분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 있다. 이 센터에선 월 평균 300~400명이 상담을 받는데, 가족 내 불화가 심각하거나 최근 가족과 사별한 사람, 생활고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 불면 증상을 겪는 지역주민들이 주로 찾아온다.


직장인들의 경우 직장 내 인간관계, 고객을 응대할 때 받는 스트레스 등이 주로 문제가 된다.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깊은 직장인, 호텔·콜센터·백화점처럼 각양각색의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 소방·경찰처럼 직무 스트레스가 심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이나 우울, 가슴이 뛰거나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 불면, 소화불량, 두통 등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증상뿐 아니라 집중력·기억력·판단력 같은 인지기능이 100%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 받는 게 좋다.





우울증을 단순히 기분과 감정의 문제로 여겨 마음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울증은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뇌 질환이다. 엄연히 질병이기 때문에 정신과적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시판되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는 복용 시 졸리거나 머리가 맑지 않은 문제를 개선한 것들이라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자가 아닌 이상 정신질환자라는 의무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가벼운 스트레스·우울·불안 증상을 겪는 사람은 정신질환자 기록이 남을 것을 염려하지 않고 마음 편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래도 병원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전국 225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정신건강의 보건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센터마다 상근 상담사들이 있고 주 1~2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출장 상담을 나오기도 해 정신건강과 관련된 고민을 편안하게 상담하기 좋다. 집 근처 정신건강증진센터 위치는 지자체·보건소 등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도움말: 보건복지부, 고양시 정신건강증진센터,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신영철 소장)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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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6.06.27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故 김성민의 경우도 스트레스 많이 받고
    우울증 생겨서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한 것 같아요

  2. 1467030309 2016.06.27 2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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