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집에서 종일 시간을 보냄)’이라는 말이 범람하고 있다. 외출 후 감기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혹시?’ 하는 마음이 앞서는 요즈음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지만, 사람들이 몰린 곳은 외출을 꺼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개학이 미루어져 길어진 방학, 어린이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갑갑해 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스트레스가 쌓여 이전의 일상이 그립다. 어수선한 시기, 잠시 시간 내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 ‘피터르 브뢰겔’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피터르 브뢰겔/눈 속의 사냥꾼/1565/빈 미술사 박물관

 

피터르 브뢰겔(1525~1569)은 16세기 네덜란드의 대표 화가로 '익살과 풍자로 가득한 풍속화'를 그린 화가다. 그는 농민들의 생활을 섬세하고 풍자적으로 그려 '농민의 브뢰겔'로 불린다. 네덜란드에 대한 에스파냐아의 억압과 종교적인 제재를 작품으로 나타냈고, 민간 속담으로 교훈을 주는 그림과 아이들의 놀이 등 4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대표작은 〈바벨탑〉, 〈농부의 결혼〉, 〈눈 속의 사냥꾼〉 등이 있다.

 

피터르 브뢰겔/아이들의 놀이/1560/빈 미술사 박물관

 

위 그림의 제목은 ‘아이들의 놀이’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이다. 요즘 같은 놀이 시설이 없던 시절에 25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에 집중하고 있다. 굴렁쇠 굴리기, 술래잡기, 소꿉놀이, 팽이치기, 그네뛰기, 기차놀이 등 여기저기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오래전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놀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로 미켈란젤로 등이 이탈리아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던 문예부흥 시기다. 특이한 점은 당시엔 성서나 신화, 특수층의 성인 초상화가 많았는데, 이와 달리 브뢰겔은 서민들의 일상을 주로 그렸으며 특히 잘 다루지 않는 어린이들을 그리면서 중심인물이 따로 없이 등장인물 모두를 주인공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마치 인생이란 무대에서 각자가 배우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표현했다. 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스냅사진 보듯이 사실적이어서 나도 그 속에 들어가서 숨은 그림 찾듯 추억 속의 놀이를 찾아 놀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피터르 브뢰겔/아이들의 놀이/1560/빈 미술사 박물관

 

그림의 왼쪽 위를 보면 전형적인 전원 풍경이 배경으로 나오고 오른쪽 뒤로 가면서 거리감이 잘 표현됐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서는 그 당시에도 있었을 교육열이 엿보이고, 놀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풍경에서는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면 안 된다는 점을 살짝 느끼기도 한다.

 

브뢰겔의 작품은 조선시대 서민들의 풍속도를 즐겨 그린 김홍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씨름’에서 씨름꾼과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자세에서는 누가 이길지 알 수 있고, 서당에서 훈장님과 야단맞는 어린 제자를 둘러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익살과 재치를 읽을 수 있는데, 이렇듯 풍속화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읽어낼 수 있다.

 

좌=김홍도/씨름/단원풍속도첩/국립 중앙박물관

우=김홍도/단원풍속도첩/국립 중앙박물관

 

브뢰겔은 ‘네덜란드 속담’이라는 제목의 풍자적인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백 가지 가까운 속담에는 위선이나 무모한 도전 등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교훈이 담겨 있어 숨어있는 속담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쏟아진 죽을 숟가락으로 담는 사람, 송아지가 빠진 도랑을 메우는 사람은 엎질러진 물 주워 담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의 속담과 거의 비슷하다.

 

피터르 브뢰겔/네덜란드 속담/1559/베를린 국립미술관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부터 살펴보는 나날이다. 서로를 지켜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의 모든 것에 거리가 생겨 힘들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 한마디 되뇌어 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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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카츄 2020.06.03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화창한 5월, 봄을 만끽하며 훌륭한 우리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간송미술관을 소개합니다.’ 

 

간송미술관은 일제 강점기, 빼앗긴 우리 예술작품들을 되찾고자 전 재산을 들여 소중한 작품들을 사고, 모아온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곳으로 훈민정음, 고려청자 등 국보급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는 보물창고 같은 미술관이다. 대학 교양수업시간에 처음 접한 간송미술관, 그 매력에 빠져 매년 봄과 가을이면 꼭 찾게 되는 곳이다. 

  

 

 

 

간송미술관은 민간 미술관으로 매년 5월과 10월 중순부터 15일간 봄과 가을에만 개방하고,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주말에는 길게는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관람할 수 있어, 되도록이면 여유롭게 평일 관람을 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5월12일부터 5월26일까지 전시하며 관람은 오전10시부터 오후6시까지 가능하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마을버스3번, 1111번, 2112번 버스를 타고 성북초등학교에서 내리면 된다.

 

 

 

 

올해 전시 주제는 표암탄생 300주년기념 ‘표암과 조선남종화파전’으로 강세황, 김홍도, 신윤복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을 설레게 한 작품은 강세황의 <향원익청 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이라는 작품이다. 간송미술관을 찾기 전에는 우리 회화에 대해서는 화려한 색감의 서양화와 비교하여 밋밋하다거나, 시시하다거나, 그다지 아름답다고 감탄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작품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이러한 생생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향기로운 연꽃과 연잎이 멀리서 보아도 한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밭에 앉아있는 개구리 한 마리는 어찌나 세밀하게 묘사했는지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묵의 농담으로만 표현한 흑백의 작품들 속에서 채색화가 눈에 띄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오래도록 가슴속에 새겨두고 싶은 작품이었다.

 

 

 

 

1층과 2층의 작품 관람을 끝내고, 미술관을 한바퀴 돌면 전형필선생의 동상을 비롯하여, 고려시대 석비로자나불자상, 삼층석탑 등이 다양한 봄꽃들로 잘 가꾸어진 화단과 함께 미술관 곳곳에 자리해있다. 또한 전시장 입구에는 희귀한 흰색공작새 한 쌍을 사육하고 있어 미술관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많다.

 

 

 

 

미술관 관람을 하고 나오면서 성북동의 옛 서울성곽이나 길상사, 삼청각 등을 같이 구경하면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일 것 같다. 소풍 나온 기분으로 찾은 간송미술관. 오늘 하루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정화하는 힐링 타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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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도한 피터팬 2013.06.08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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