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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6.21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 너와 내가 다르니 삶이다




세상이 줄을 그어댄다. 적군과 아군을 가르고, 왼쪽과 오른쪽을 나눈다. 어정쩡하게 선을 밟고 있으면 채근하는 시선을 쏘아댄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다그친다. 그러니 적군과 아군, 왼쪽과 오른쪽만 있는 세상이 되어간다. 


무리를 벗어나면 왠지 벌거벗은 느낌이다. 그럼 저편으로 삿대질하며 다시 ‘우리’를 회복한다. ‘갇힌 우리’에서 큰 세상을 본다고 착각한다.  




맹자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지혜의 시작점이라고 했다. 맹자에 따르면 시비지심은 지성과 인성의 실마리다. 장자는 생각이 다르다. 장자에게는 구별하지 않고, 차별하지 않음이 큰 앎이다. 


만물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이 학문의 출발이다. 예(禮)는 질서요, 악(樂)은 조화라는 게 유가적 생각이다. 인(仁)의 구별에서 불인이 생기고, 의(義)의 구별에서 불의가 생긴다는 게 도가적 생각이다. 장자는 인의가 되레 거짓된 형식을 낳는다고 한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다. 가름은 자신을 차단하는 벽이 되고, 높낮이와 좌우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어리석은 건 가름으로 자신을 ‘이분법 상자’에 가두는 일이다. 아군과 적군, 나와 너를 구별 짓는 편 가르기다. 다름에 틀림이라는 선을 긋는 편견이다. 이것이 저것으로 연결되는 이음매를 잘라내는 차단이다. 


노자는 “대도(大道)가 사라지니 인의가 나서고, 가족이 무너지니 효가 나서고, 나라가 어지러우니 충이 나선다”고 했다. 너무 가르지 마라. ‘크다’ ‘작다’, ‘높다’ ‘낮다’, ‘오른쪽이다’ ‘왼쪽이다’, ‘귀하다’ ‘천하다’로 가르지 마라. 




다르니 삶이다. 너와 내가 다르니 사람이고, 봄과 가을이 다르니 계절이다. 산과 바다가 다르니 풍경이고, 내 뜻과 네 뜻이 다르니 마음이다. 



모든 구별은 상대적이다. 모래가 있기에 자갈이 크고, 자갈이 있기에 바위가 큰 것이다. 자갈은 모래보다 큰 것이고, 바위보다 작은 것이다. 그러니 자갈을 ‘크다’ ‘작다’로 구별하지 말고 그냥 자갈로 보면 된다. 


철학자는 앞다퉈 세상을 갈랐다. 실존과 본질로 칸을 치고,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위아래를 분리하고, 경험과 이성으로 편을 나누고, 유신과 무신으로 담을 쌓았다. 


그 가름들이 섞여 철학이 됐다. 다르니 삶이고, 다르니 철학이다. 산이 산인 건 계곡이 있고 중턱이 있고 정상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 크면 너와 나, 크고 작음을 가르지 않는다.


쉽게 판단하고, 쉽게 가르는 세상이다. 장자는 인의예지로 세상을 가르는 유가를 호되게 나무란다. 울타리 없는 자연의 길에 경계를 치지 말라 한다. 높낮이로 평가하지 말고, 귀천으로 구별 짓지 말고, 대소로 나누지 말라 한다. 


두루 품어 참된 관계를 회복하라 한다. 가르기의 굴레를 벗고 온전한 세상을 보라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그냥 밝게 비추라 한다. 삶은 만물이 서로 다른 것이고, 죽음은 만물이 모두 같은 것이다.




장자는 우리에게 가름의 기준이 공평하냐고 묻는다. 그 기준에 당신의 이익, 당신의 이념, 당신의 편견이 끼어있지 않은가 돌아보라 한다. 자신을 공정히 들여다보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당신 안의 무수한 변호사가 당신을 끊임없이 옹호하기 때문이다. 


당신 판단이 옳다고, 잘못은 저쪽에 있다고, 당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저쪽은 핑계라고, 당신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사랑해도 그 악함을 알고, 미워해도 그 선함을 알아야 한다. (예기)”  재주가 어중간한 사람은 매사를 함께하기 어렵다. 나름의 생각과 지식이 있다고 여겨 억측과 시기가 많다. (채근담)”



함부로 헤아리지 말고, 섣불리 가르지 마라. 자기 논의 잡초는 뽑지 않고 남의 논의 풀만 뽑는 어리석은 농부가 되지 마라. 당신과 다른 의견을 그르다 하지 말고, 당신과 같은 의견을 옳다 하지 마라. 


당신 생각이 그르다면 당신 생각에 동조자가 많은 게 부끄러운 일이다. 마음을 키워라. 그래야 삶이 풍성해진다. 태산은 좋고 싫음을 내세우지 않아 그리 높아졌다. 


바다는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아 그리 넓어졌다. 시비가 어지러우면 당신이 작다는 증표다. 시비에 민하면 당신 심성이 거칠다는 증거다.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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