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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5 정월대보름 음식, 무얼 먹을까?

    

 

 

 

 

 

 

 

내달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이날 절식(節食)이나 풍속 중엔 속신(俗信, 민간에서 전해지는 미신적인 신앙)에서 연유된 것이 많다. 귀밝이술(耳明酒) 과 부럼이 속신이 연루된 대보름 절식이다. 대보름 속신 중엔 "대보름날 밤에 다리()를 밟으면 다리()가 튼튼해진다." "대보름에 곡식을 밖에 내어 놓으면 복()이 달아난다", "대보름에 개에게 밥을 주면 여름에 파리가 끼고 마른다" 등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들도 여럿 있다. 요즘은 속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들도 있다. "달무리가 지면 다음날 비가 온다"거나 "노인이나 신경통 환자의 허리가 아프면 비가 온다" 등이다.



대보름 음식과 관련된 선인들의 여섯 가지 믿음들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을까?


 

 


첫째, '부럼을 깨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부럼은 호두, 잣, 밤, 은행, 땅콩 등 겉이 딱딱한 견과류를 뜻한다. 우리 선조는 처음 깨문 것을 밖으로 던지면서 '부럼이요' 라고 외치면 그해엔 부스럼,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영양 측면에서 부럼은 단백질, 불포화 지방,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런 성분은 건성 피부에 유익하고 피부를 튼튼하게 한다. 부럼을 섭취해 피부가 건강해지면 부스럼(종기)을 일으키는 화농성 세균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 종기는 피부의 털구멍으로 화농성 세균이 들어가 생기는 염증이다. 

 

부럼엔 또 비타민 C, 비타민 E 등 피부 노화 억제 성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성 피부이거나 다이어트중인 사람에겐 권장되지 않는다. 부럼의 열량이 100g당 평균 500kcal(생밤은 162kcal)에 달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럼을 먹으면 치아가 튼튼해진다'고 봤다. 조상들은 대보름날 밤에 부럼을 단번에 깨물었다. '' 하는 소리에 놀라 잡귀가 달아날 뿐 아니라 이가 건강해질 것으로 기대해서다. 부럼이 '이 굳히기'(固齒之方)는 동의어였다. 과거엔 치아 상태가 곧 건강의 척도였다. 힘껏 악력을 가해 부럼을 깨물어 절단 내는 무리한 방법으로 치아와 몸의 건강 상태를 시험해본 것이다. 하지만 부럼을 힘껏 깨문다고 치아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 하고 깨물다 치아가 '' 하고 빠질 수도 있다. 대보름날 부럼 깨물다 이가 빠지면 우유에 담아 즉시 치과병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셋째, "찬 술을 마시면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 고 믿었다. 대보름 절주(節酒)'귀밝이술'이다. 대보름날 새벽에 이 술을 차게 해서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한 해 동안 귓병이 생기지 않으며 일 년 내내 즐거운 소식을 듣게 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술이 청력 손상이나 귓병 치유를 돕는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포도주에 든 항산화 성분인 살리실산이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해 청력 손상을 막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은 있다. 하지만 '귀밝이술'을 마셔 섭취하는 살리실산의 양이 극히 적은데다 알코올 성분과 함께 마시게 되므로 귓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볼 순 없다. 대보름날 찬 술을 나눠 마신 것은 정신 바짝 차려 농사 잘 짓자는 다짐으로 읽혀진다. 데우지 않은 술(특히 청주)은 쓴 맛이 없어 목안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대보름날 아침에 숙취를 호소하는 조상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넷째, "상원채를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상원(上元)은 대보름의 별칭이다. 따라서 상원채(上元菜)는 대보름 채소다. 조선 후기의 풍습을 다룬 '동국세시기'"나물을 가을에 말려두는 것을 진채(陳菜),정월대보름에 진채를 먹는 것을 상원채(上元菜)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상원채는 한 종류의 채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대개 호박고지, 박고지, 가지나물, 무고지, 버섯, 고사리 등을 등 아홉 가지 나물을 포함한다. 생 채소가 아니라 말린 채소란 것도 상원채의 특징이다. 가을에 말려 갈무리해 뒀던 묵은 산채를 대보름날 삶은 뒤 기름에 살짝 볶으면 상원채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상원채가 여름 더위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신체가 과도한 열을 받아 뇌의 체온조절중추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결과다. 겨울부터 상원채 섭취 등 식생활 관리를 꾸준히 하면 여름에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뜻으로, 선조들은 상원채와 더위를 연관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엔 푸른 잎채소가 나오지 않는 겨울에 상원채나 김장 김치라도 먹어야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마른 나물인 상원채엔 생채소보다 식이섬유가 더 많이 들어 있다. 상원채를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를 예방하는 채소로 보는 것은 그래서다. 한방에선 상원채를 몸의 기혈순환을 돕고 생기를 높여주는 채소로 분류한다. 조상들은 상원채를 먹지 않더라도 대보름날 아침에 '더위팔기'를 했다. 이 날 아침에 사람을 보면 급히 이름을 부른 뒤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한 거다.

 



 

다섯째, "그릇에 복쌈을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 올린 뒤 먹으면 복과 풍년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대보름날 참취잎, 배춧잎, 곰취잎, 피마자잎 등 잎이 넓은 나물이나 김 등으로 밥을 싸 먹는 것이 복쌈이다. '복쌈'에서 '복'은 보(보자기)를 의미한다. 옛 사람에겐 보는 곧 복이었다. 밥을 싸는 것을 복을 싸는 것으로 봤다. 복쌈이 복을 부르는 음식이란 과학적인 근거는 찾기 힘들지만 건강에 이로운 식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섯째, "대보름 하루 전날인 음력 정월 14일 저녁엔 식사를 일찍 많이 하고, 대보름날 아침도 일찍 먹으면서 이는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하기위한 다짐" 으로 여겼다. 대보름에 농가에선 찹쌀, 차수수, , 차조, 콩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즐겨 먹었다. 여기엔 새해에도 모든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오곡밥은 이웃과 서로 나눠 먹었다. 오곡밥의 별칭이 '백 집이 나눠 먹는 것이 좋다'는 뜻인 백가반(百家飯)인 것은 그래서다.

 

 


 

오곡밥이 서민의 절식이라면 상류층에선 약식(藥食), 즉 약밥을 지어 먹었다. 우리 선조에게 약밥은 약간 사치스런 음식이었다. 약식의유래는 농부월령가에 "보름달 약밥 제도 신라적 풍속이라..."라고 표현돼 있듯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유사'엔 약식과 연관된 까마귀 얘기가 나온다. 신라 소지왕이 정월 보름날 천천정이란 곳에 있을 때 까마귀가 날아와 역모(逆謀)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왕에게 알린다. 왕은 바로 궁으로 돌아가 역적을 소탕하고 화를 면한다. 왕은 대보름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까마귀에 제()를 지낸다. 바로 이 오기일 음식으로 약식이 등장한다. 까마귀의 몸 색깔을 닮아서인지 약식은 거무스름하다. 찹쌀에 대추, , , 참기름, , 진장을 버무려 쩌낸 찰밥이다. 우리 선조에게 꿀은 약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재료에 꿀이 들어가서 약밥 또는 약반(藥飯)이라 불렀을 것이다.

 

 

 

우리 조상은 대보름 절식을 드시면서 그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도 함께 빌었다. 대보름 음식은 요즘 기준으로봐도 훌륭한 웰빙식이다. 과거에도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대보름엔 절대 먹지 않는 금기 음식도 여럿 있었다. 대보름 아침밥을 물에 말아 먹거나 파래가 식탁에 오르면 자기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고 여겼다. 또 김치, 찬 물, 눌은 밥, 고춧가루를 먹으면 벌레에 쏘인다고 여겨 금기시했다. 생선 등 비린 음식도 멀리 했다. 농경사회인데다 한해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날인 대보름에 이런 '부정 탈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보름엔 소에겐 한 끼를 더 제공한 반면 개에겐 음식을 주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 굶는 것을 비유하는 '개 보름 쇠듯 하다'는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글 /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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