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영화, 드라마의 가장 흔한 소재는 뭘까. 섹스와 불륜이 아닐까 싶다. 그 본능이 인간 내면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 터. 사람들은 이를 비판하면서도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아침 드라마나 주말 가정 드라마에서도 삼각관계 등 불륜이 판친다. 낯 뜨거울 때가 많다.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거의 날마다 같은 분량의 짧은 글을 쓴다. 이름하며 ‘掌篇’이라고 할까. 손바닥만한 크기이다. 긴 글은 왜 쓰지 않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다. 당분간 장편을 계속 쓸 참이다. ‘장편’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심정도 솔직히 있다.

 

지금까지 2000여편의 장편을 쓰면서 두 번 정도 섹스와 불륜을 소재로 삼았다. 그때마다 조회수 등 기록을 갈아치웠다. 얼마 전 ‘등산과 불륜’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도 하루 3200여명이나 봤다. 아들녀석이 넌지시 물었다. “아빠는 야한 글 못써. 그것 봐 사람들이 많이 보잖아.” 관심을 끌기 위해서 ‘야한 작가’가 되어야 할까. 그것은 자신이 없다. ‘야한 남자’가 아니라서 그렇다. 이제껏 써온대로 독자들의 평가를 받을 생각이다.

 

“일상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일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인생은 살맛이 납니다. 오늘이 있기에 내일도 있습니다. 절대로 꿈을 버리면 안 됩니다. 모두 희망을 가집시다.” 내 블로그 첫 장에 나와 있는 소개의 글이다. 실제로 내가 쓰는 글에는 거의 모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대통령부터 가장 밑바닥 인생까지. 물론 실명은 쓰지 않는다. 행여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만큼 다양한 소재도 드물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있기에 그렇다. 소설의 주인공은 100%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 풍기는 냄새는 다르다. 지극히 인간적인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인간적인 사람도 있다. 글의 주인공은 향기나는 사람들이 단연 많다. 비인간적인 사람도 등장하나 눈을 크게 뜨고 봐야 겨우 눈에 띌 정도다.

 

“어 이것, 내 얘기잖아.” 내 책을 읽은 지인들에게서 심심찮게 듣는다. “죄송합니다. 양해를 구하지 않고 썼습니다.” 미담기사가 주종을 이루는 만큼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다. “내 얘기도 좀 써줘.” 또 다른 부탁을 받는다. 난감할 때가 많다. 내가 그분들에게서 조그만 감동을 받을 때 글로 옮긴다. 감동을 지어낼 순 없다. 그동안 추구해온 문학적 관점과 다르기 때문이다.

 

내 페이스북은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다. 하루 일어났던 일을 중심으로 글을 쓴다. 그것들을 모아 掌篇에세이집을 9권 냈다. 말하자면 일기문학이라고 할까. 일기가 문학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많을 게다. 그렇다면 나도 작가란 말이냐고 할 지 모른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문학을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다. 일기도 감동이 있고, 메시지가 있으면 문학으로 손색이 없다고 본다. 다시말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거듭 말하지만 문학은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내가 격식을 파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아주 짧은 글이다. 그것을 가지고 문학이라고 하니 콧방귀 낄 법도 하다. 하지만 격려해 주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읽기 쉽고 편하다고 한다.내가 노리는 바다.

 

 

 

 

문학이 어려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어렵게 써야 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식한 체 하는 것이다. 나는 어려운 글을 쓰지 못한다. 가급적 순수 우리 말을 쓰려고 노력하고, 인용도 안 한다.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터. 내 스스로는 '오풍연 문학'이라고 한다. 평가받을 날이 올까.

 

"뭔가 꾸미지 않은 솔직함 (?). 저만 느끼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편안하게 다가왔어요♥^^. 일상에서 느끼는 일들을 그렇게 담담하게 표현하시는 점도 좋구요♥. 108배는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자와 국어사전 공부도요." 얼굴도 모르는 분이 트위터로 메일을 보내왔다. 사진을 볼 때 여자분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

 

내 여섯 번째 에세이집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을 읽고 보낸 듯 했다. 그 성의가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책을 보셨군요. 감사드립니다." 바로 답 메일이 왔다. "제가 더 감사드리지요~♥♥♥^^. 비는 이렇게 오지만 내리는 빗방울 갯수가 모두 행복의 갯수만큼 되는 이쁜 하루 되세요♥♥♥." 님의 문학적 소양이 나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다.

 

나는 예쁜 글을 쓸 줄 모른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옮기기에 그렇다. 님이 말한대로 주제도 일상이다. 보통 사람끼리 주고 받는 소소한 삶을 노래한다고 할까. 소재에 목말라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님과 같은 분이 1명만 있어도 글을 계속 쓸 참이다. 이를테면 '오풍연 스타일로'.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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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에 뜨겁던 가슴이 헛헛하다. 그럼에도 새날은 오고 새로운 태양은 뜬다. 전남 장흥은 찬란한 일출을 보며 희망찬 2015년을 설계하기 좋은 곳이다. 또 우리나라 유일의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될 만큼 많은 문인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다. 편백숲에서 여유롭게 쉼까지 챙길 수 있으니 새해를 맞아 제대로 된 힐링여행이 되리라.

  

 

 

강릉에 정동진이 있다면 장흥에는 정남진이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봤을 때 정남쪽에 자리한다 하여 정남진이라 불린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곳이니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장흥 땅을 밟는다. 그들은 문인들의 흔적을 따라 길을 나선 문학기행자이거나, 소등섬을 배경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가이거나, 우드랜드 편백숲에서 제대로 쉬고 싶은 힐링족들이다.

 

장흥 문학기행의 시작은 장흥의 자랑 천관문학관에서 출발한다.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히는 천관산 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장흥을 배경으로 성장한 문인들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한눈에 아우른다. 장흥의 대표적인 문학가로는 ‘관서별곡’을 지어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기봉 백광홍을 비롯해 장흥 문학계의 큰 별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이승우, 이대흠, 위선한 등 무려 100여 명의 등단문인을 배출했다고 하니 문학기행 단골답사지로서 명성에 걸맞다.

 

소설가 이청준은 <병신과 머저리>, <이어도>, <비화밀교>, <축제>, <서편제> 등을 남긴 장흥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는 세계 1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또한 <축제>,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등은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청준 선생의 흔적은 장흥 회진면 진목마을에 남아 있다. 마 을은 여느 시골마을처럼 한가롭다. 골목길은 미로 속으로 빨려 드는 듯하다. 고요한 정적을 ‘멍멍멍’ 개 짖는 소리가 깨운다. 한 녀석이 짖어대니 옆집 개도 덩달아 짖는다. 돌림노래를 부 르듯 박자를 맞춰 짖는다.

 

생가는 볕이 따뜻한 남쪽을 향하고 있다. 비록 겨울이지만 따 사로운 햇볕이 집안 구석구석을 비춘다. 선생은 세상을 떠났지 만 아직도 따뜻한 햇볕이 온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생가 는 방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 선생의 성품을 보여주듯 소박하 다. 선생은 마을을 배경으로 단편소설 <눈길>을 내놓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선학동 나그네>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 <천 년학>으로 재창조했다. 임 감독만의 빼어난 영상미학과 선생이 갖고 있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뒷받침되어 수작으로 평가된다. 선학동에 가면 영화세트장이 남아 있는데 외롭고 쓸 쓸히 천 년을 살아가는 ‘천년학’처럼 날개를 접은 모양새다.

 

 

 

소등섬이 있는 남포마을은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촬영한 장소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 는데 불과 1시간이면 충분한 아주 작은 어촌마을이다. 하지만 새해가 밝아오는 1~2월이면 해맞이를 겸해서 찾는 이가 많다. 소등섬은 소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되었다. 소나무 몇 십 그루가 심어져 있는 작은 무인도.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 지만 물이 들어차면 영락없이 섬이 되어 버린다. 전망대에는 촛 불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이 소등섬을 향해 섰다. 이곳에서 사람 들은 일출을 맞이한다.

 

소등섬 뒤로 새로운 희망을 전해줄 것 같은 붉은 태양이 떠오르 면 저마다 묵은 감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옷을 갈아입 는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보는 행위가 우리 삶의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 싶다. 뜨거운 태양과의 조우를 마치고 나면 출출해진 배 를 움켜잡고 찾아가는 곳이 있다. 장흥의 대표적인 겨울별미 석화구이(굴)를 먹기 위해서다. 제철 맛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 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굴 맛을 즐기기에 정신이 없다.

 

 

 

 

카사노바가 즐겼다는 굴은 아미노산과 아연이 풍부해 남성호 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도움을 준다. 그뿐 아니라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와 골다공증 예방이 필요한 부모님들께도 좋은 음식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 아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젊은 여성들도 즐겨 찾고 있다.

 

매생이도 제철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생산되는데 겨울철 대표 계절식품이다. 철분과 칼륨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A·C까 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매생이는 혈중 알코올을 중화시켜 숙취해소에 탁월하며 강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산성화 된 체질을 중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매생이는 국이나 죽, 떡 국, 전 등으로 즐겨 먹는다.

 

 

 

인간은 강한 것 같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다. 그래서 삶 속에 자신을 느 릿느릿 바라볼 수 있는 쉬어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흥 우드랜드는 40년 이상 된 편백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다. 13만 1896m2(약 3만 9900평)의 면적으로 억불산 자락에 위치 한다.

 

숲길에는 나무톱밥이 깔려 푹신한 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운이 좋다면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톱밥을 즐길 수도 있다. 겨울에는 특별히 편백톱밥 찜질방을 개장한다. 찜질복으로 갈 아입고 1시간 동안 색다른 치유의 경험을 만끽하다 보면 호흡 기, 피부질환, 심신의 안정을 경험하게 된다. 숲이 사람에게 끼 치는 치유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주된 치유 성분이 피톤치드 인데 대표적으로 편백나무에 이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숲속에서 무거운 외투를 잠시나마 벗어두고 찬바람으로 몸을 샤워해보자. 죽었던 세포가 소생하듯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그리고 깊은 호흡으로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폐부 속에 숨어 있는 찌꺼기가 조금씩 빠져나옴을 느낄 것이다. 여름에는 얇은 종이 옷만 걸치고 풍욕의 묘미에 빠져볼 수 있다.

 

우드랜드에는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건축체험장 등 자녀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겨울이라고 무조건 따뜻한 곳을 찾기보다 오히려 바깥활동을 통해 움츠린 몸을 자극해준다면 더욱 건강하게 겨울을 이길 수 있겠다. 한옥 촌, 목재주택촌, 황토흙집촌을 이용하면 숲속에서 하룻밤을 보 낼 수 있다. 다만 숙박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예약(061- 864-0063, www.jhwoodland.co.kr)을 서두르는 게 좋다. 우드랜 드가 시설이 좋은 만큼 인기가 높다. 예약이 어렵다면 천관산자 연휴양림(061-867-6974)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5년 1월만큼은 문학으로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래고, 숲에 서 몸의 피로를 풀어보는 값진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여행정보 

 

         소등섬 남포마을회관 : 전남 장흥군 용산면 남포길 13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드랜드길 180 
        이청준생가 : 전남 장흥군 회진면 진목1길 9-3 
        천관문학관 : 전남 장흥군 대덕읍 천관산문학길 160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 061) 860-0224

 

 

           

 

글・사진  / 임운석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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