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제주도는 1년에 1,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섬인 만큼 많은 관광지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7년째 제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어쩐지 조용하고 한적한 제주가 그립다.


어쩌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조용하게 산책하며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 않을까? 필자와 마음이 통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가볍게 산책하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추천해본다.


비양도 섬 둘레길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비양도는 섬 거주 주민이 5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1회 98명의 정원을 채우는 여객선이 하루 4번 정기 운항을 하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곳이다.


사실 비양도는 1시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섬이다. 섬 꼭대기 등대까지도 40분이면 족하다. 그러나 관광객 대부분 놓치는 것이 비양도의 노을이다.



섬의 마지막 배가 4시 15분이라 마지막 배가 떠나면 섬은 그야말로 고요함의 연속이다. 필자가 경험한 비양도의 저녁풍경은 네온사인 가득한 도시에 찌든 생활을 한 직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묘약이다.


풀벌레 소리, 새소리, 파도소리를 들으면 자연이 주는 선물에 금세 힐링이 된다. 다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싶다면 비양도 내에 있는 민박집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 그러면 오롯이 비양도 섬은 나에게 문을 열어준다.


새미 은총의 동산


성이시돌목장 내 마련된 숨은 산책로 새미 은총의 동산은 필자가 경험한 많은 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곳에는 미로처럼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예수님의 탄생과 주요 순간들을 실제 인체의 크기의 조각 작품을 만들어 실감나게 표현해 놓았다.


종교가 다르거나 혹은 종교가 없더라도 누가나 쉽게 방문이 가능하니 부담은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특히 동산 안쪽에 마련된 15단 묵주 형태로 조성된 호수 새미소는 절경이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새로운 영역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산 주변이 모두 삼나무로 둘러싸여있고 고요한 호수를 천천히 걸어 본다면 거울에 비친 풍경을 넘어 내 자신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삶을 되돌아보고 바쁘게 지냈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제주 사찰 산책로


제주에는 신비로움을 자랑하듯 산속에 고요히 자리한 사찰들이 있다. 그 사찰까지 닿는 길은 언제나 고요하고 차분하다. 때로는 새소리, 때로는 바람소리가 이어지면서 힐링을 선물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1100도로에서 천왕사까지 이르는 약 1km 길이의 산책로다.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 사이로 걷는 이 길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이야기하기 좋은 길이다.



일부 유명 방송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었지만 여전히 자연이 주는 앞도감이 더 크다. 천왕사까지 다다랐다면 한라산 초입에 있는 관음사도 추천한다.


양쪽에 동자승 조형물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며 거대한 불상에 다다르기까지 고요하고 차분한 시간을 선물한다. 또 관광객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도 제주도 지원 사업으로 운영되는 만큼 산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귀포 남원읍에 위치한 효명사는 초록 이끼 사이로 비추는 한줄기 빛을 경험할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다. 도로를 벗어나 숲속에 위치한 효명사의 사신각을 지나 법당 옆길 계단을 내려가면 아치형 문을 만나는데 온통 푸른빛으로 마치 만화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다. 사람들은 이곳을 천국의 문 또는 이끼문이라고 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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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천과 단양여행은 지난 단양 여행 중에 들르지 못 했던 구인사에 대한 갈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구인사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구인사, 사실 전 불자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찰은 곧잘 찾게 되는데요. 역사적 의미도 있고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함도 보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경건함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의 힘이 자꾸만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구인사는 사전 정보만 약간 알고 갔었기에 실제로 방문해서 느낀 것은 규모에도 놀랐으며 또한 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하다는 시설물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세속에서 흔하지 않은 그런 표정과 미소와 배려를 확인합니다.

 

종교의 힘, 영혼을 다스리는 그 원천에 대하여 바로 느끼면서도 이방인처럼 사진을 촬영하고 탐미적 시선으로 사색하면서 산책하는 사색의 시간은 작은 암자나 사찰에서도 느껴집니다.

  

구인사-http://www.guinsa.org/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에 의하여 1945년 3월에 구인사 건립을 착공하여 오월 단옷날에 낙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 5층 대법당(설법보전) 자리에 초가삼간의 낙성을 보았으나 50여 년이 지난 오늘에는 40여 개의 동의 거대한 고층건물과 각종 현대식 문화시설이 갖추어지고 한 번에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법당을 가진 사찰이 되었습니다.

 

소백산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상월원각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1백67만 천태종도들의 근본 수행도량입니다.

 

소백산 국망봉을 중심으로 장엄하게 늘어선 봉우리 가운데 연화봉 아래로 펼쳐진 연꽃잎을 연상시킨다 하여 연화지라 불리는 이곳은 신비로운 산세로 인해 대승영지로 알려져 왔습니다. 상월원각 대조사님께서 흥법호국과 구세제중의 염원을 펴기 위해 해방되던 해인 45년에 소백산 연화지에 사찰을 창건하시고 억조창생 구제중생 구인사라  명명하여 구인사의 시작입니다.

 

스스로 칡덩굴을 얽어 삼간초암을 짓고 뼈를 깎는 정진 끝에 대도를 성취, 감로법우의 새 교화문을 열어 그 미묘한 법력과 도풍덕화를 쫓아 수많은 문법제자들이 운집했습니다. 오늘에는 우리나라의 최대 광음 영험 사찰로 발돋움한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는 부처님의 영험이 많고 신비스러운 기도처라 이름이 나 있으며 누구든지 소원을 비면 소원이 잘 이뤄진다 하여 더욱 유명합니다. -홈페이지 참고-

 

 

단양 가볼만한곳/단양여행 구인사

 

 

구인사 전각 안내-홈페이지 캡처

 

사찰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특히나 다양한 시설들이 많아서 천천히 세심하게 보고 느끼며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간으로 오른다면 불자가 아니라도 평화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법어비를 지나 주차장에서 걸어 올라 일주문을 들어서며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우뚝 선 건물의 위용에 압도 당하며 발걸음을 옮기면 세개의 아치형 입구가 반기는 천왕문

 

사천왕문은 사천왕상을 모셔 놓은 곳으로 사천왕상은 힘이 세기 때문에 사바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으며 동쪽에는 지국천왕, 서쪽에는 광목천왕, 남쪽에는 증장천왕, 북쪽에는 다문천왕이 있습니다.

 

 

 

 

동쪽 : 지국천왕, 서쪽 : 광목천왕, 남쪽 : 증장천왕, 북쪽 : 다문천왕

 

천왕문의 사천왕상은 국내 최대의 청동 사천왕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인광당은 불기 2531(1987)년 4월 낙성한 5층 건물로 승려 및 신도의 교육을 위한 시설과 대강당, 신도 기도실 및 도서실 등의 다용도 시설, 인광당 옆 장문당실에는 감사원과 종의회 사무실이 들어서 있고 4,5층은 구인사를 방문한 귀빈들의 숙소

 

 

 

 

이 세상에서 내 것이 어디 있나 사용하다 버리고 갈 뿐이다 - 대 조사님 설법 중에

 

 

 

사리탑 3층석탑

 

전 종정 남대충 대종사께서 83년도에 인도에서 친히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탑

 

 

 

범종루(종각)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범종소리가 울리면 큰 법당에서 아침 예불을 올리는 것이 사찰 생활의 시작입니다. 범종의 여운이 가실 무렵 법고 소리와  목어 운판의 소리가 밤하늘에 울립니다.

 

구도자를 환영하는 하늘의 음악소리를 상징한 불이문과 동일선상에 있으며 법당 쪽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아침에는 28번 저녁에는 33번 타종합니다.

 

 

 

5층 대법당

 

1980년 4월 29일 준공된 5층 대법당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법당이며 상월원각 대조사가 삼간초암을 얽어 처음 구인사를 창건하고 수행하던 그 자리

 

 

 

삼보당

 

천태종을 중창하고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원각대조사님 존상과 제2대 종정 대충대종사님 진영을 모신 곳

큰스님을 모시고 회의나 스님 안거를 주재하는 곳

 

 

 

관음전

 

종단의 주요 불교의식을 봉행하는 곳으로 대승불교의 수많은 불.보살 가운데 중생구제를 위한 대자대비의 원력으로 대중들에게 가장 친근한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

 

 

 

향적당

 

여러 가지 좋은 향기를 합친 것을 의미

부구로주의 형적천을 의미하고 있는데 사찰에서는 향적대-부엌이라고도 합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모든 신도들과 사부대중을 위해 손수 공양을 짓는 곳입니다.

 

 

 

대조사전

 

천태종을 중창하고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원각대조사님 존상을 모시는 곳으로 목조건물 3층

 

 

 

인광당 그리고 천왕문을 나서며

 

 

 

구인사 주차장


구인사 가는 방법(동서울 터미널)

 

 

글 / 시민기자 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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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 참 오랜만에 찾는 사찰이다. 26년 전 늦가을에 새신랑과 새신부가 되어 유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 신혼여행지로 가까운 계룡산의 갑사와 동학사를 들른 후 서해안 변산반도 채석강으로 떠났는데 어느덧 26년의 세월이 흘러버리고, 함께 손잡고 산을 오르던 내님은 하늘나라로 간지 어언 18년이 되어버렸네. 변산반도의 채석강은 그래도 여러 번 찾아가 신혼의 추억을 되살리곤 했었는데, 무심하게도 갑사는 가까웠는데도 찾아가지 못했다. 주어진 삶의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 성실함만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만 해도 참 어려웠던 시절이라 결혼식도 못한 채 첫 아이 낳고 돌이 지나서 결혼식을 했을 정도였는데, 큰 아이가 벌써 27살이니 그때 아빠나이가 되었고, 작은아이도 24살로 장성한 두 아들이 곁에 든든하게 아빠자리를 대신해주고 있어 갑사를 오르는 길은 참으로 남다른 감회에 젖어 들었다.

 

신록이 우거진 수백 년 수령의 거목들이 초록터널을 이루고 그 때의 늦가을 정취는 볼 수 없지만 아련한 갑사의 추억을 오랜만에 떠올리며 행복해하던 옛 기억을 더듬어 발길을 옮긴다. 이번 여행에 동행자는 바로 자전거,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찾을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가곤 했는데 공주 갑사도 이렇게 나의 애마이며 애인인 자전거와 함께 해서 특별함으로 남는다.

 

갑사 입구부터 멀지 않는 산책로 따라 가는 길에 그때에도 반겼던 나무들이 여전히 반기고 있건만 세월은 흘러 곁에 함께 할 수 없는 임을 떠올리며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더듬는 동안 26년의 세월과 홀로 된 18년간 달려온 질주의 삶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그리움의 눈물보다 이제는 감사의 마음으로 그 길을 홀로 걷는다.

 

두 아들이 아빠보다 큰 키로 양쪽에서 엄마를 보살펴주는 지금, 18년 동안 고독하게 달려왔던 시간들을 보상해주고 엄마 마음을 알아주고 아빠의 빈자리까지 채워주려는 의젓한 두 아들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그 동안 그리움이나 외로움이란 단어는 사치에 가까울 정도였기에 여행도 시작한지 겨우 5년이 되었을 정도이니 그간이 얼마나 팍팍하게 살아왔는지 몇 아름의 굽은 나무는 알겠지.

 

26년만에 신혼의 추억을 되살리도록 공주로 초대해주신 하늘빛(주)전형광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갑사 : http://www.gapsa.org/

주소 :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 52

전화번호 : 041-857-8981

 

 

 

 

갑사로 들어서는 신록의 터널, 초록이 우거진 조용한 길을 따라 몇몇 등반 객이 보이고 부도탑은 그 자리에서 몇 년을 지키고 있었는지, 하늘색 공중전화 부스를 보자 갑자기 떠오르는 전화번호. 18년 전 그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뭐였지? 이젠 그 소중한 전화번호마저 잊을 정도 세월이 흘러버렸구나. 그래 잊어야지, 아픈 추억 간직한들 남는 것은 아쉬움뿐이려니,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일 뿐. 내일로 향하는 희망의 열차는 달리고 있는데, 지금에 충실하자.

 

 

 

저 거목들을 봐, 수많은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인내의 산물이야, 반쯤은 죽은 채로 그래도 한쪽은 저렇게 푸름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있잖아. 밑동은 이끼에게 내어주고 또 줄기식물에게 허리를 내어주고도 버텨내며 서로를 끓어 안은 저 나무들을 보며 아픈 만큼 성숙하는 나무의 생명력에서 사랑과 배려를 배운다.

 

 

 

때로는 삶의 무게가 칭칭 몸을 휩싸는 것 같은 느낌에도 이겨내면 나무껍질처럼 굳은살이 베기고 고통의 흉터쯤이야 경험으로 남기며 새날을 맞이하며 푸른 희망을 싹 틔우며 꽃을 피우지 않던?

 

 

 

겨우내 긴긴 기다림은 곧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고 세월은 그렇게 누구에게 예고 없는 일들로 이뤄지지, 그래도 부정적 삶이기보다는 긍정의 삶이기에 예까지 찾아와 지난날을 되새김하는 것 아닐까. 홀로였기에 더욱 강인한 엄마로 여인이기보다 모성의 세월이 클 수밖에 없던 시간들이 어쩌면 지금의 감사함으로 남는지 모른다.

 

 

 

계룡산갑사. 26년 전 단꿈을 꾸는 포즈로 행복했던 사진을 촬영했던 곳. 지금은 낯선 이가 되어 홀로 방문하면서 세월의 흔적을 더듬는다. 신혼앨범 대신에 추억여행 앨범으로 대체하고 세월 무상 앞에 당당하게 서있다.

 

 

 

대웅전 마당에 들어서며 하얀 영가등을 보면서 문득 그에게 기도를 해본다. 당신 잘 있지? 참 세월 빠르게 흘러 당신보다 훨씬 큰 장성한 두 아들을 선물로 남겨 놓고 떠났음을 한때는 원망하기도 했지만 단념한지 오래인걸.. 그래도 가끔 아이들이 잘하거나 속상할 때마다 떠오르곤 해.

 

당신을 쏙 빼닮은 첫째가 엄마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더없이 잘해주고 둘째는 당신을 기억도 못하지만 오래전 아빠 사진 보면서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참 감사할 일이야. 고마워 당신 짧은 동안 내게 있으면서 큰 선물을 이렇게 두고 갔으니...

 

 

 

스님의 목탁 소리에 한 분이 뒤따르는데 누군가 추도를 하는지 엄숙한 분위기에 카메라 셔터 누르기가 미안할 정도였지. 그리고 석문으로 된 출구에서 한참을 서성였지.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문 같기도 해. 우리 둘이 저 돌계단을 손잡고 거닐었던 생각나?

 

 

 

대웅전을 마주하며 잠시 멈추어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혹시나 풍경 소리가 들리면 당신이 찾아왔을까 하고 상상을 했는데 이상하게 대웅전에는 풍경이 보이지 않았어.

 

 

 

진해당과 적묵당을 잇는 영가등이 자꾸만 신경 쓰였어.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등이기에 당신이 자꾸만 떠올랐는지 몰라. 그리고 회색의 기왓장에 새긴 기도문을 보면서 마음이 기도문을 써봤지. 두 아들의 건강과 행복한 나날들 그리고 나의 건강을 빌었어.

 

 

 

내가 좋아하는 담쟁이넝쿨 알지? 삼청동 지날 때마다 저택의 담장에 빨갛게 물들여 아름다웠던 그 풍경을 동경했었잖아. 갑사의 삼성각 안내판이 바로 담쟁이가 휘감아서 가을엔 정말 환상일 것 같아.

 

 

 

여기는 관음전이야.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없었던 것 같은데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목조들이 아직 세월이 묻지 않았네.

 

 

 

참 자기 기억나? 내가 담쟁이를 워낙 좋아해서 정릉 아파트 살 때 유리창에 커튼 대신 담쟁이넝쿨을 심어 여름이면 초록 커튼을 드리웠고 가을이면 붉은 커튼이었잖아. 갑사에 찾아서 정말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많이 떠오르네.

 

 

 

돌탑과 아래에 놓인 귀여운 아기동자들 그리고 보랏빛 꽃인데 마치 도라지꽃을 닮았어. 바로 당신이 내 곁을 떠나 당신이 평소 원하던 고향집 뒷동산에 묻히던 날. 여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도라지꽃이 그토록 미웠던 그 길. 황톳길이 떠올라

 

 

 

켜켜이 쌓인 기와를 보면서 지난 18년간을 떠올려봐, 우리 사랑이 컸던 만큼 기초가 튼튼했기에 지금도 두 아들과 잘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 그 기초엔 아빠란 자리와 남편이란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당신이지. 앞으로도 영원불변의 자리일거야.

 

 

 

갑사를 휘돌아보고 요사채와 팔상전을 둘러보았어, 오래된 나무틀로 된 창틀을 보니 당신 고향집 사랑방이 떠올라 문득 창을 열고 당신이 얼굴 내밀 것 같은데 굳게 닫혀져있네

 

 

 

표충원도 들러 돌계단을 폴짝였지. 그때 손 마주 잡고 거닐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런데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아마도 행복하게 잘 살자고 했을 거야.

 

 

 

갑사를 다 둘러보고 다시 내려오는 길 두 스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당신 보내고 얼마 안있어 출간된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를 탐독하고 필사까지 하면서 현실을 이겨내려 했었지. 그 때 내가 당신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어떻게 무엇을 버릴 것인가 한참 고뇌하다가 터득 한 것이 바로 현실 만족이었지. 그리고 그 현실은 바로 지금이란 것을 알았고, 그 뒤로 지금까지 나의 신조로 남은 것이 지금을 행복하자는 문구야. 과거만 아쉬워하거나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보다는 지금 닥쳐진 순간을 감사하고 즐기자고 명심에 명심을 했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고 굵은 뿌리를 들어 내놓고도 거목으로 성장해가는 나무와 곁을 내주며 다른 식물을 포용하는 나무를 보면서 나는 또 감사함을 느껴. 비록 지금은 홀로이지만 나의 영혼을 살찌우게 한 그 긴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두 아들과 내가 있음이라고, 그래서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당신 이지만 늘 내 영원한 첫사랑이었고 앞으로도 우리 세 가족을 잘 지켜 줄 것이라 믿어. 여보, 잘 있어. 또 언제 찾을 지 모르지만, 우리 풋풋했던 사춘기 시절의 사랑의 감정은 그대로 일거야.

                                                                                               

                                                                                                                          글 / 하이서울뉴스 리포터 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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