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공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움츠러든 상황이다.


인류 역사는 늘 질병과 함께했지만, 현대사회에선 감염병의 그 전파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그 피해는 예전만큼 참혹하지 않다. 과거 피해는 더욱 혹독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떤 감염병이 유행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고 수준의 전염병 경보 단계를 ‘팬데믹(pandemic)’으로 선포한다. 그리스어인 이 용어는 pan(모두)과 demic(사람)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위험 경보에 따라 총 6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최고 단계를 팬데믹이라고 본다. 아직 코로나19는 5단계로 규정돼 있다.


대표적인 팬데믹으로 꼽을 수 있는 전염병은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최고 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흑사병이다. 인류가 겪은 가장 심각한 전염병으로도 기록되고 있는 흑사병은 쥐벼룩에 붙어사는 페스트균이 원인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스페인 독감’에 세계 인구 3분의 1이 감염되기도 했다. 약 5천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WHO가 1948년에 설립됐는데, 설립 이후 최고 등급의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두 차례였다. 최초의 최고 등급 선언은 1968년 유행한 홍콩 독감 때였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독감 바이러스 ‘H2N2형’에 조류바이러스 ‘H3형’이 결합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이다. 홍콩에서 처음 발병하면서 ‘홍콩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던 이 질병은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가 최고 등급을 선언한 두 번째 경우는 2009년 유행한 ‘인플루엔자 A’ 때다.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이 감염병은 약 20만 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감염자는 약 74만 명이었고, 국내에서만 260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했다. 


특히 신종플루는 평소 앓고 있던 기저질환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급성 폐렴을 유발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팬데믹과는 별도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도 있다. WHO는 전문 자문 위원으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가 ‘국제 비상사태’ 권고를 하면 사무총장이 이를 토대로 최종 선포한다. WHO는 지난 1월 31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19가 공중 보건시스템이 취약한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WHO에 가입한 회원국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에 동참해야 하고 발병 해당국에 대한 출입국이나 여행 제한 조치가 권고될 수도 있다. 국제 의료 대응 체계도 꾸려진다.


앞서 PHEIC이 선포된 경우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사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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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작품으로 유럽 화단을 들썩이게 한 문제적 화가 에곤 쉴레의 삶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에곤 쉴레 : 욕망이 그린 그림’은 클림트를 능가하는 재능으로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천재 화가 에곤 쉴레의 짧지만 강렬했던 예술 세계를 담은 작품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에곤 쉴레는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다. 초기에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점차 클림트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 인간의 육체를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한 작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성(性)과 죽음에 대한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포르노로 폄훼되며 판사에 의해 작품이 태워지기도 했고, 미성년 소녀들을 모델로 한 누드화 때문에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는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에곤 쉴레의 고독한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그의 뮤즈가 되었던 네 명의 여인, 여동생 게르티와 자유로운 영혼의 모아, 소울메이트이자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발리, 그리고 마지막 동반자 에디트와 함께 세기를 뛰어넘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에곤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



한편 에곤 쉴레는 1918년 클림트의 사망 이후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성공의 대열에 올라선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당시 유럽을 휩쓸던 스페인 독감으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그 역시 사흘 뒤에 28세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영화 ‘에곤 쉴레’ 개봉에 맞춰 천재적 화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20세기 흑사병 ‘스페인 독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스페인 독감은 1918년에 발생해 단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급성 바이러스성 독감을 말한다. 14세기 중기 유럽 전역을 휩쓴 흑사병(페스트)보다 짧은 기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지금까지도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꼽히고 있다.


스페인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3월 미군 캔자스주 릴리 기지에서다. 미군 병사 한 명이 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의무실을 찾았는데, 다음 날 같은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500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군들이 지구촌 전역을 누비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스페인 독감의 치사율은 끔찍할 정도였다. 감염된 지 2~3일 만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당시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1500만 명 정도였는데, 스페인 독감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세 배가 넘는 5000만 명에 이를 정도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무려 740만 명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됐고 이중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독감의 초기 증상은 독감과 비슷하다.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점차 증상이 심해지면서 폐 속에 피 거품이 가득 차는 폐렴으로 발전하고, 이후 몸속에서 산소가 빠져나가 피부가 짙은 보랏빛으로 변하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당시 스페인 독감을 ‘보랏빛 죽음’으로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발병했는데도 스페인 독감이라 명명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상황 때문이다. 당시 참전국들은 적에게 약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감염 사실을 숨겼고, 자국민들에게도 언론 검열을 통해 진실을 감췄다. 반면 중립국인 스페인은 아무런 통제 없이 자세히 보도했고, 이로 인해 스페인 독감의 존재가 세계에 알려졌다. 그때부터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게 됐다.





스페인 독감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5년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연구 결과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변형인 H1N1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스페인 독감의 원인은 조류인플루엔자(AI)였던 것이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기지에서 키우던 식용 조류에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류독감이 식용돼지에게 전염됐고 돌연변이가 발생하며 면역력이 떨어진 미군들에게 전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스페인 독감은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조류독감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선 사망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2014~2016년 사이에 17명이 감염됐고 그중 10명이 사망했다.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은 1722명, 이중 사망자는 785명에 이른다. 특히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치료제 개발 속도보다 돌연변이 진화 속도가 더 빨라 앞으로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글이나 양치로 입 안의 먼지를 제거한다. 참새나 비둘기에 의해서도 조류독감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외출 시에는 안 씻은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철새 도래지나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 농장의 방문은 피하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방문하게 될 경우에는 조류 사체나 배설물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한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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