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간다. 그간 숨겨두었던 회귀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듯 말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고향에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남녀노소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명절 역시 양면이 존재한다. 명절 때문에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명절이 끝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만나서 반가운 얼굴이 있지만, 만나면 괴로운 얼굴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은 사람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치우느라 힘든 사람도 있다. 명절에 대한 마음은 자신의 역할과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 가운데 남자와 여자의 차이도 존재한다.

 

 

 

 

명절을 전후로 여기저기서 명절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원래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로 주부들이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이다. 즉 피로와 우울, 무력감,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을 들 수 있다. 명절 내내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의 다섯 가지 '고(苦)'에 시달리니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 이에 더해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눈치,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중요 원인이다. 
 
명절증후군은 본래 주부들에게만 해당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남편들도 겪는다고 한다.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와 명절 때 본가와 처가에 지출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 또 고부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다.

 

미혼 남녀에게는 명절증후군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특히 취직이나 결혼을 하지 못했을 경우 극에 달한다. 여기에서도 성차가 나타나는데, 남자는 보통 직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취직을 못한 것도 문제지만, 이에 못지않게 또래의 사촌들보다 변변치 못한 직장을 다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들 수 있다. 여자들은 직장보다는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어른들이야 덕담이라면서 결혼 이야기를 꺼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악담으로 다가온다. 결혼만 하면 달갑지 않은 관심이 끝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남편에 대한 내조,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라는 새로운 악담거리가 생겨나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맞벌이인 경우가 많으며, 집안일도 고르게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명절만 되면 집안일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예전에는 남자는 무엇보다 일에서 성공해야 하고, 여자는 자신의 일에서 성공하기보다는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빠 열풍이 불 정도로 남자들에게도 가정과 자녀 양육이 중요해졌고, 여성들 역시 사회에 진출해서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런데도 명절만 되면 남자는 가정이나 결혼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에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여자는 적정한 때에 잘 나가는 직장을 때려 치고 결혼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인식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명절을 이렇게 경험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명절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른들과 함께 지내기에,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문화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며느리가 부엌에 들어가 돕는 것이 당연시 된다. 집에서는 남편이 부엌일을 도맡아 할지라도 말이다. 처가라고 다를까? 장모가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사위가 아닌 딸이 들어간다. 물론 딸을 생각한 장모여서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사위가 대신 들어가서 부엌일을 하지는 않는다. 부엌일뿐이랴?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한 세기 전의 생활방식이 요구된다.

 

 

 

 

명절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이때도 남녀의 차이가 있다.여자는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상대방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바란다. 만약 시어머니로부터 느꼈던 섭섭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대상으로 남편을 선택한다면,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공감과 지지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남자는 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경향이 있을뿐더러, 아내의 이야기를 '앞으로는 시댁에 가지 않겠다'거나 '시집이 싫어서 당신이랑 못살겠다'는 의미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관계를 끊으려는 생각이 아닌 이상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나 불만을 잘 늘어놓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거나 무언가를 하면서(운동, 섹스 등) 풀려고 한다. 이는 여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기 때문에, 남자 역시 여자에게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여자는 관계를 끊거나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려고 할 때에만 상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명절이 정말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하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어른일수록 그렇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기도 어려우니, 명절 이후에라도 남녀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좋겠다.
 
글 / 심리학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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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자식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덧 백발의 할머니가 됐다. 분만 칠해도 꽃처럼 곱던 얼굴은 어디가고, 거울에는 주름으로 가득한 낯선 노인네가 있다. 자식들의 성장과 남편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할머니는 외로워진다. 자녀들은 제 짝을 찾아 떠나버렸고, 평생 함께하리라 여겼던 배우자도 세상을 먼저 떠났다. 결국 남아 있는 것은 기억과 주름, 외로움과 불안 뿐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황별로 알아보자.

 

 

며느리와 사위 눈치 얹혀사는 부담감

 

지금 한국의 할머니들은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인생을 사셨다. 농경 사회에서 태어나 산업화 사회의 역군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셨고, 이제 정보화 사회에서 노년을 맞이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농사꾼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동생들을 키우면서 농사일을 도왔다. 나이가 들어 도시로 이사를 와서 공장을 다니는 남편과 결혼해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가사와 육아에 전념했다. 자식들을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기 위해 맹모(孟母)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 결과 자식들은 남들 부러워할 만한 IT 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며느리도, 딸도 모두 회사에 다니느라 노후를 즐길 틈도 없이 친손자와 외손자를 돌보기 위해 자식 집에 얹혀살고 있다. 아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돈만 쓰면서 놀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면 가끔 예전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나이가 들어도 몸의 기력만 있으면 텃밭에서 채소라도 키울 수 있었는데, 도시에서 노인들은 할 일이 없다. 그저 손주들 돌봐주는 대가로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것 외에는 말이다. 예전에는 나이든 부모를 모시는 것이 자녀의 당연한 도리였는데, 이제는 나이든 노인이 자식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누구를 원망할 수도, 탓할 수도 없다. 이제는 며느리와 사위 눈치를 보면서 얹혀산다는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고 서로가 편하게 지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증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이 있거나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 눈치를 보게 된다.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 까지 빨리 파악해서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눈치다. 또 눈치란 어느 한 쪽만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쌍방이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와 장모만 며느리와 사위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와 사위 역시 시어머니와 장모님의 눈치를 보고 있을 수 있다.

 

가장 좋다면 모두가 함께 둘러 앉아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서로에게 섭섭한 것이 있다면 말해보자. 자식들은 집안일이나 아이들 양육 등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있더라도, 때로는 기대만큼 도와주시지 않아서 섭섭할 수 있다. 파출부라면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이기에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물론 어머니의 입장도 있다. 무릎이 너무 아픈데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자식들 부담 줄까봐 말은 못하니 나름대로 자신의 몸을 챙긴다고 어쩔 수 없이 자식들의 부탁을 거절했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갈등 가운데 상당 부분은 서로에 대한 정보부족이나 오해 때문에 생긴다. 이럴 경우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만 해도 좋다. 이야기를 한다고 어머니의 무릎이 낫는 것도 아니고, 무릎 치료를 위해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소통의 부족으로 생겨나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없앨 수 있다. 만약 둘러 앉아 직접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면 아들이나 딸이 중재를 잘 해야 한다. 양쪽의 입장을 서로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배우자와의 사별, 홀로 남은 외로움

 

한 평생을 함께 했던 배우자와의 사별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충격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 마음을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뉴스를 보면 종종 배우자와의 사별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치매를 비롯해 여러 노인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배우자의 수발을 들다가 함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혹자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우자와의 관계와 좋지 않고 평생을 원수처럼 살면서 ‘저 사람만 없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도 막상 배우자와의 사별을 경험하면 마음이 달라진다고 한다.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말이다. 정에는 고운정 뿐 아니라 미운정도 있으니 맞는 말이지 싶다.

 

사람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절대 다수가 명예나 건강, 돈보다도 사랑과 친밀함, 소속감을 꼽는다. 함께 있을 때의 행복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선택이 아니다. 물이나 공기처럼 필수다. 물과 공기는 있으면 행복하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아니다. 없으면 죽음이다. 외로움도 그렇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고혈압이나 운동 부족, 비만이나 흡연에 버금갈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 뿐만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 등을 초래해 정신장애에 취약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사고 능력까지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장 크게 해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배우자와의 사별을 경험하고 홀로 남은 외로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혼자서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어떤 이들은 떠난 사람이 좋은 곳으로 못 갈까봐 혼자서 그 슬픔을 삭인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애도방식이다.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애도기간을 거친 후에는 친구나 친인척들을 만나는 등 새로운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을 떠났는데, 나는 여기에 남아서 이렇게 좋은 음식 먹으니 죄책감이 든다며 자신을 괴롭히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아주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즐거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손자 손녀 양육에서 오는 고달픔

 

대한민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베이비붐이 일어나면서 온갖 사회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대대적으로 ‘찾아가는 불임시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부터 시작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우리나라 인구 핵 폭발’, ‘둘도 많다’까지 다양한 구호와 선전문구가 있었다. 지금은 다자녀 가구에게 혜택을 주지만, 당시에는 달랐다. 한 자녀 가구에게는 혜택을 주고, 다자녀 가구에게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었다.

 

불과 20년 만에 대한민국은 초저출산국으로 바뀌었다. 국가에서는 ‘세 자녀 기쁨 세배’라는 구호를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내세워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 부부는 자녀 낳기를 꺼린다. 왜일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지만, 사실 이에 못지않게 양육 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함께 놀아주며 행동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육아를 할머니들이 담당하는 일은 당연히 고달프고 괴로운 일이다. 물론 손자와 손녀의 재롱을 보는 일은 행복하다. 하루하루 다르게 쑥쑥 커가는 모습만 봐도 좋다. 예전 젊은 시절에는 먹고 사는 일이 바빠서 자식 예쁜 줄 모르고 키웠다면, 이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예뻐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떼쓰는 아이를 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안아 달라 업어 달라 떼쓰고, 밥이나 반찬 때문에 투정을 부릴 때는 정말 난감하다. 예전 자식 키울 때에는 소리라도 빽 지르거나 회초리로 때려가면서 무섭게 했지만, 할머니들은 차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다보니 몸은 녹초가 된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할머니를 엄마나 아빠보다 더 좋아하지만, 정작 애들 엄마나 아빠는 이런 할머니를 못 마땅하게 여긴다. 사탕이나 초콜릿은 물론 액상 과당이 들어간 음료도, MSG 첨가된 음식을 왜 먹이셨냐고 따지기도 하고, 핸드폰이나 TV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애들은 앞에서 조르고, 자식들은 뒤에서 압박하니 어찌 고달프지 않겠는가!

 

이런 고달픔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서 결국 애들도 좋고, 애들 엄마 아빠도 좋으려면 모두가 함께 앉아서 정확하게 규칙을 정해야 한다. 사탕이나 초콜릿, 과자를 언제 먹을 수 있는지, 핸드폰이나 TV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등 손자 손녀 양육에 필요한 규칙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종에서 적어보자. 규칙이 명확하면 할머니도 중간에서 난처하지 않을 수 있다. 손자 손녀가 졸라도, 애들 엄마 아빠가 만들어 놓은 규칙을 핑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녁 늦게 들어온 자식들에게 타박이 아니라 감사의 말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결국에는 아이들에게 좋을 것이 분명하다. 일거다득 아닌가.

 

 

언젠가 찾아올 질병, 죽음에 대한 불안함(얼마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웰다잉')

 

많은 사람들은 늙어간다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 아니 증오한다.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한다. 늙어간다는 것은 결국 병에 걸려서 죽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년기의 특징을 4D라고 한다. 의존(dependency), 질병(disease), 무능력(disability), 우울(depression)의 약자다. 이렇게만 보면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게 보인다. 오죽하면 최고의 권력자였던 진시황제가 가장 원했던 것이 불로초였겠는가? 최고의 권력자였던 진시황제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고, 노화와 질병, 죽음 피할 수는 없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범인이랴.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노화에도 부정적 측면뿐 아니라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긍정적 측면이란 주로 마음과 정신에 초점을 맞추어볼 수 있다. 제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도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 앞에서는 이겨낼 수 없다 하지 않는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노화가 괴로울 수도 있고, 성공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심리학자들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를 말한다. 성공적 노화를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물학적, 사회적, 인지적 기능의 상실이나 쇠퇴가 발생하는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첫째, 쇠퇴하는 기능보다는 아직 쓸 만한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을 계속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리 힘은 약해지지만 팔 힘이 아직 괜찮은 편이라면, 다리보다는 팔에 집중을 하자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보다는 없어진 것에 더욱 신경을 쓴다. 이렇게 남아 있는 것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것마저도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팔의 힘이 괜찮다면 일상에서 다리보다는 팔과 손을 더 많이 활용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쇠퇴하는 기능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다리 힘이 약해진다면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팡이를 짚는다든지 전동 휠체어를 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문화는 예로부터 노인을 존경해 왔다. 노인은 단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지혜롭게 하며,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도록 준비한다면 성공적 노화를 맞이할 수 있다. 흘러가는 세월을 한탄하기보다는 자녀들과 후대를 위해,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을 떨쳐내고 보다 사실적으로 죽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요즘은 잘 죽는 것(웰다잉)에 대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으니, 이런 곳에 참여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굳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원치 않는다면, 정말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다.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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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녀에게 미치는 아빠의 영향이 간접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아빠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지 아내를 사랑해주고 돈을 많이 벌어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안정된 심리상태와 든든한 경제력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환경만을 조성해 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된 아빠 양육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

 

 

       

          

 

 

 

 

 

아빠 양육의 효과

 

아빠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마 못지않을뿐더러, 여러 영역에서는 오히려 엄마보다 뛰어나다고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는 셀 수 없을 정도지만, 그 중에서 아마토(Paul Amato)가 진행한 두 연구를 살펴보자. 아마토는 아빠 효과를 주도적으로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다.

 

첫 번째는 자녀의 문제행동에 대한 연구다.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책임을 엄마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담임을 찾아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사람은 아빠가 아닌 엄마가 아니던가! ‘엄마라는 이름이 죄인’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과학적으로 이를 연구해본 결과 자녀의 문제행동은 엄마보다는 아빠와 더 많은 연관이 있었다.

 

아마토는 미국 전역에서 표집한 994 가정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5~18세 사이의 자녀가 최소 한 명 이상 있으며, 아빠와 엄마가 모두 설문작성이 가능한 가정만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아빠와 엄마의 양육참여, 그리고 자녀들의 문제행동에 대해 조사했다. 이 외에도 부모자녀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인(인종, 부모의 나이와 학력, 자녀의 수, 친부모인지 계부모인지 등)을 조사했다. 이 변인들이 부모-자녀 관계나 자녀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두 부모의 양육참여가 모두 자녀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도 엄마와 무관하게 자녀에게 영향을 미쳤을 뿐더러, 그 정도는 엄마의 양육참여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말로 아빠가 자녀 양육에 많이 참여할수록 자녀의 문제 행동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앞에서 조사했던 여러 변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어떤 가정에서든 아빠가 양육에 참여할수록 문제아가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자녀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학교를 찾아가야 할 사람은 엄마보다는 아빠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연구는 자녀의 행복과 삶의 만족도, 심리적 건강에 대한 것이다. 아빠와 엄마 중 누가 더 자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누구와의 관계가 좋아야 자녀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보고할까? 자녀들이 우울과 불안을 겪지 않게 하는데 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엄마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빠의 손을 들어준다.

 

 

아마토는 미국 전역에서 표집한 47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심리적 웰빙과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부모의 이해심, 신뢰, 존경, 공정함,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것을 자녀의 행복감, 삶의 만족도, 그리고 심리적 건강과 연관시켜 보았다. 그 결과 자녀들이 두 부모 모두에게 친밀감을 느낄수록 더 행복했고, 삶에 만족했으며, 심리적으로 건강했다. 그런데 두 부모의 영향을 서로 비교했을 때는 아빠의 영향이 엄마보다 크게 나왔다. 사실 이 두 번째 연구는 또 다른 면에서 흥미롭다. 어린 자녀들이 아니라 성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빠의 영향이 단지 어린 자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인 자녀들에게도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영역에서 아빠 양육의 효과가 밝혀졌다. 예를 들어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지 않는 가정에 자란 아이들은 ADHD, 품행 장애(타인을 향한 공격성), 우울, 자살 등에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아빠가 양육에 참여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아이의 지적 능력과 사회성, 정서의 조절과 통제, 뛰어난 학업 성취도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그 어떤 과학자들도 아빠 양육의 효과를 부정하지 않는다. 아빠는 엄마가 줄 수 없는 그 무엇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 아빠들이여, 아직도 스스로를 자녀 양육의 조력자 정도로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아빠는 자녀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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