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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살아 있음이 가장 행복합니다. 어젠 눈과 입이 호강한 날 이었다. 친구 부부와 함께 본 영화 베테랑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동안 왜 영화를 멀리 했을까 후회하기도 했다. 그만큼 흥미진진했다는 얘기. 이젠 한국 영화도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았다. 아니 더 잘 만든다고 할까.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났다. 주인공 황정민 유아인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조연들도 제몫을 톡톡히 했다. 오달수 유해진의 연기도 리얼했다. 모두 100점을 줄만 했다. 그래서 한 작품이 완성되는 것. 스토리는 권선징악. 뻔한 줄거리지만 재미와 감동을 더했다. 나처럼 영화를 보지 않는 사람도 눈을 떼지 않고 봤으니 꼭 보기 바란다. 저녁은 근사한 데서 먹었다. 오랜만의 부부동반이라 장소도 신경 쓴 것. 아내와 친구 부인은 안심 스테이크. 친구는 영계구.. 더보기
사랑은 속아주는 것? 얼마 전 중학생 딸 아이가 기침을 줄이지 못해 병원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병원 정문 바로 옆에서 웬 아줌마가 우는 듯 보였고, 나이가 6살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는 무심코 손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너무나 힘겨워 보이기에 걸음을 멈추고 “아줌마, 어디 아파요? 왜 거기서?”라며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지방에서 딸을 데리고 병원에 왔다가 병원에서 지갑을 소매치기당해 아이 진료 접수조차 못한 채 집으로 그냥 돌아가려고 나오다가 자기의 신세가 너무 한심해서 그냥 쭈그려 앉아 있는 거라 말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우리 아이의 진료비 영수증을 꺼내보았다. 초진 진료비 12,000원, 엑스레이 9,100원 모두 다해봐야 2만 원 정도였다. 그리고 내 교통비 빼고 나면? 총 .. 더보기
아련한 전통혼례의 기억과 추억 집에 돌아가니 반가운 안내장이 기다렸다. 고향 마을 고모님댁 조카가 시집을 가는데, 고향에서 전통혼례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 코흘리개 때나 보았던 전통혼례를 한다니 너무 반갑고 기대가 됐다. 주말에 아이들과 아내 온가족이 고향으로 내달렸다. 한낮, 마당에 차일이 쳐지고, 여기저기서 모여든 구경꾼들과 혼주 친인척 들은 잔칫집 마당에서 분주하게 바지런을 떨었다. 옛날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보기 드문 일, 즉 신랑 신부가 한 동네에서 자란 동무라고 했다. 그러니 보내는 이도 서운함도 없어보였다. 노인들은 “잘 키워 멀리 안보내는 것도 고마운 일”이라며 기뻐들 했다. 사모관대 신랑과 연지곤지 신부가 나서자, 마당을 채우고도 모자라 축하객들은 까맣게 주변에 진을 치고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전통혼례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