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3.04 물이 흐르 듯이…삶도 그리 흘렀으며
  2. 2013.03.26 동의보감의 교훈…통하면 아프지 않다 (2)

 

 

 

 

                

 

 

보이지 않는 것의 공포가 훨씬 큰 법이다. 영화에서도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 깔리는 스산한 배경음악이 더 소름을 돋운다. 중국 황제가 머물고 있는 열하(熱河)로 향하는 연암 박지원은 어두운 밤에 극한의 공포를 마주한다. 깜깜한 어둠, 그것도 하룻밤에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너는 것은 매순간이 절체절명이다. 어둠 아래 깔린 물, 그 공포스런 흐름의 소리, 말 위라는 불안감…. 그건 분명 공포의 극한조합이다.

 

 

 

스스로를 먼저 채워라

 

 

 

공포는 마음의 평정심이 깨진 상태다. 극도로 불안한 마음이다. 불안은 눈과 귀, 마음이 예민해진 결과다. 그 예민함을 둔화시키면 공포가 가라앉고 평상심으로 마음이 옮겨간다.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연암은 극도의 공포상황에서 ‘명심(冥心)’, 즉 평상심을 찾는다. 그리하니 그 험악한 강물 소리가 조용해졌다. 아니, 물소리는 그 물소리인데, 마음이 잠잠해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 고전인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열린 마음으로 넓은 세상을 보라는 메시지가 담긴 생생한 여행기다. 또한 물에서 깨달은 마음의 이치를 담고 있기에 더욱 뜻이 깊다.  

 

암에게 명심이란 깨달음을 준 물은 삶에 던져주는 함의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채움이다. 자신의 낮은 곳을 채운 뒤에 비로소 흘러간다. 스스로도 부족하면서 남의 모자람을 손가락질하지 말고, 자신의 내면은 채우지 않으면서 남의 비어있음을 탓하지 말라는 무언의 교훈을 흘려준다. 천하를 다스리는 출발이 ‘스스로의 마음 닦기’라는 공자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도 맥이 닿는다.

 

 

 

끊임없이 변화하라

 

 

 

물은 꿈이고 변화다. 시냇물에 안주하지 않고 강으로,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쉬지 않고 흘러서 좀 더 큰 세상을 보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행복도 쌓아두며 향기가 사라진다고 귀띔한다. 그날 구운 빵처럼 하루하루 만들어가는 행복이 더 향기로움을 일깨운다. 그건 게으름에 던지는 일종의 경고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굽어 살핀다’는 말이 있다. 임금이 백성을 굽어살피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굽어살피고, 강자가 약자를 굽어살피면 세상이 따스해진다. 굽어살핀다함은 스스로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쏟는 것이다. 또한 굽어살핀다함은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다. 시소는 균형이다. 어른과 아이가 시소를 타면 어른이 아이쪽으로 한 발짝 다가가야 높이가 맞춰진다.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자가 없는 자에게 다가가고, 많아 배운자가 덜 배운자에게 다가가야 사회가 조화롭다.

 

모든 건 상대적이다. 부자가 있기에 가난한 자가 있고, 배운 자가 있기에 못 배운 자가 있다. 내 위엔 더 부자가, 아래엔 더 가난한 자가 있다. 그러니 누구나 굽어봐야 할 대상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굽어보고, 나는 또 다른 누군가를 굽어봐야 한다. 굽어보는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다. 공자의 인(仁)도, 맹자의 덕(德)도 결국 더불어함에 깃든다.

 

 

 

크게 보고 화합하라

 

 

 

물은 화합이다. 만산의 골짜기 물들이 흐르고 흘러 세상이란 넓은 바다에서 꿈을 합한다. 흘러서 하나가 되는 물은 사소로움으로 편을 가르지 말고, 어깨동무를 하고 큰 세상을 함께 보라고 조용히 인간을 꾸짖는다. 노자는 ‘물이 깨져도 다시 붙는 것은 그 성품이 부드럽고 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약돌의 날카로움을 다듬어 주는 것은 결국 물의 부드러움이다.

 

세상의 이치가 꼬이고, 마음의 평정이 깨지면 오늘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보라. 마음이 탁해지는 듯하면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를 들어보라. 유유히 흐르는 그 물이, 청량한 그 소리가 연암만큼의 깨달음은 아닐지라도 의외로 삶을 정화시키고 신선한 에너지를 줄지도 모른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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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이 독창적이고 귀중하며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중요한 기록유산이다. 세계 의학지식을

        보존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 서양의학 이전에 동아시아인 보건에 도움이 됐고, 서양의학보다 우수한 것으로

        인정되는 분야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유네스코는 2009년 7월 의학서적으로는 최초로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가 밝힌 ‘등재 이유’는 한마디로 ‘한의학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동의보감이 400년이란 시공을 초월해 그 가치가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시대의 명의이자 의학자, 어의(御醫)였던 허준(許浚·1539~1615)이 17년에 걸쳐 집필한 동의보감은 한의학사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조선후기 르네상스를 이끈 호학의 군주 정조가 “의학도 유술(儒術)의 하나다. 동서의 의서(醫書)들 중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은 오직 양평균 허준의 동의보감”이라고 격찬한 것은 동의보감이 단순한 의학서적을 넘어 세계관·인체관이 함께 담긴 의학·철학서임을 함의한다.  

 

임진왜란 중에 백성들이 전쟁으로, 병으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선조는 허준에게 의학서적 편찬을 명한다. 아울러 우수한 처방을 찾아낼 것, 약을 쓰지 않고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연구할 것, 구하기 쉬운 약재를 사용할 것 등 몇 가지를 당부한다. 동의보감에는 이런 선조의 당부와 생각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실용적이고, 경험적인 의학서인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가 소개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약재 637종의 효용을 한글로 상세히 적어놓은 것이다. 어려운 용어로만 채워진 오늘날의 의학현실과 비교된다. 애민(愛民)과 실용이라는 동의보감의 기본철학이 읽혀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기존의 전통의학 이론에 방대한 경험을 접목한 것 역시 동의보감이 한국 한의학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이유다. ‘동의보감에 따르면…’은 바로 처방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표현이 됐다.

 

 

 

통즉불통(通則不通)…·통하면 아프지 않다

 

동의보감은 약재의 효용 나열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의 건강을 정(精) 기(氣) 신(神)이라는 양생(養生)적 차원으로까지 확대했다. 도교에 철학적 기반을 둔 양생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명의 정기를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동의보감은 청정한 마음을 갈고 닦으라고 강조한다. 병의 예방엔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핵심은 순환이다. 혈의 순환, 기의 순환이 바로 건강이다. 통즉불통(通則不通·통하면 아프지 않다)은 동의보감의 맥을 짚는 사자성어다.

 

동의보감은 유교 불교 도교 중 철학적 기반은 도교에 가장 가깝다. 동의보감은 인체의 내부를 구성하는  생리적 요소로 정(精) 기(氣) 신(神)을 제시하는데, 이는 도교에서 쓰는 전문 용어다. 정은 생명의 원천, 기는 원천을 작동시키는 에너지, 신은 에너지에 방향을 주는 정신활동을 말한다. 정·기·신이 균형을 맞춰 원활히 순환을 하는 것이 바로 건강인 것이다. 원천적으로 타고난 기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인 양생술의 관점으로 보면 질병의 원천은 탐진치(貪瞋癡)다. 탐욕은 정을 소모시키고, 진심(분노)은 기의 흐름을 흐트러뜨리고, 치심(어리석음)은 신을 어지럽힌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정신의 불균형은 육체의 불균형을 낳는다는 것이다. 동의보감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병이 예방되고 치유됨을 곳곳에서 시사한다. 정신의 붕괴는 바로 몸의 붕괴다. 

 

 

 

시공 초월한 가치 동의보감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말 그대로 ‘우리의학의 보배로운 거울’이다. 동의는 중국 의학과 구별되는 조선 의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을 뛰어 넘으려는 허준의 자존심이 엿보인다. 연암 박지원이 1763년 중국 사신으로 가서 베껴온 중국판 동의보감 서문엔 ‘동의보감을 보급하는 것은 천하의 보배를 나눠 갖는 것’이라고 적혀있었다니 충분히 근거있는 자존심이다. 동의보감은 1613년 출간 직후부터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일본은 1724년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막부차원에서 일본판 동의보감을 펴냈다. ‘의학의 표준을 얻으려 한다’는 게 편찬 목적이었다. 중국에서는 30여종의 다양한 동의보감 판본이 나왔다. 일본과 중국인들 스스로도 동의보감을  ‘의학의 표준’, ‘천하의 보물’로 평가한 것이다.

 

동의보감의 영향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쳐가고 있다. 허준은 당시 중국 한의학의 두 갈래인 남의(南醫)와 북의(北醫)에 견줄만한 한 축으로 동의(東醫)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동의’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마디로 동의가 남의, 북의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의미다. 동의보감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또한 허준의 ‘고전’ 동의보감에 현대 한의학자들이 새로운 지식이나 임상을 추가한 ‘신동의보감’ 편찬도 속력을 내고 있다. 올해로 동의보감이 출간된 지 만 400년이다. 무구한 세월이 흘렀지만 동의보감은 단순한 고전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에도 학문·실용적 가치가 여전히 빛나는 ‘한의학 백과사전’이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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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도한 피터팬 2013.03.26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 해피선샤인 2013.03.26 1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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