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볼 일이 있어 서울 마포에 왔다가 창을 통해 아래쪽으로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었다.

   가회동이나 삼청동 등의 북촌 마을에서나 보던 한옥들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들 가운데에는 일부 개조한 집들이

  있었으나 전형적인 한옥의 “ㄷ”字형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학부시절 한국전통건축을 교양으로 들으며 그 매력에 푹 빠졌던 터라,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아랫쪽으로 전통가옥들이 보이고 멀리 옛날 아소정이 있던 서울디자인 고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 아소정(我笑亭)은 흥선대원군이 사용하던 별장 이름이다.

 

<가옥들을 자세히 보면 다소 변경된 부분도 있지만, 모두 일률적으로 지어졌다.>

 

 

 그러던 중, 이곳 서울 마포로 발령을 받아 근무처를 옮기게 되었고, 드디어 이 한옥들을 제대로 구경해 주리라 마음먹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이곳  한옥촌을 찾았다. 하지만 집들 대부분이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고, 이 집들이 공덕역의 공항철도역 개통과 더불어 재개발계획으로 곧 철거될 것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좌측에는 새로 생기는 근린공원이 우측에는 곧 철거될 한옥들이 늘어져있다>

 

 

<벽에 잔뜩 붙어져있는 이삿짐 안내벽보는 이곳이 곧 철거될 예정임을 알려준다 >

 

 

 지금의 북촌은 1930년대 집단적으로 한옥촌이 형성되어, 대청에 유리문을 달고, 처마에 함석을 다는 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현대적인 한옥으로 지어졌다.

 

 이는 전통적인 한옥의 유형적 성격은 잃지 않으면서 근대적인 도시주택의 유형으로 진화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낮은 지붕물매, 굴도리, 겹처마 등과 좁은 주간에 많은 칸수 등 전통 한옥의 품격은 갖추지 못했지만 한옥의 아름다움은 가지고 있다.

 이 곳도 일률적으로 지어진 “ㄷ”자 집들을 보면 여기도 북촌처럼 한옥사업으로 한꺼번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은 이 곳도 계획적으로 건축되었음을 나타낸다>

 

 

<독특한 마름모꼴 창문은 한옥 전통의 창살을 가지고 있진 않으나, 한옥스러움을 물씬 풍긴다>

 

 

<창문의 방범 틀이 익숙하면서도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낡게 녹슨 외등과 처마의 만남이 교과서에 나옴직한 시 한편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여기도 건축 소재의 변형 및 내부 구조의 변화 등 많은 차이는 있었으나, 대문 등을 볼 때 전통 가옥을 많이 표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붕은 천막 비닐로 덮어 비새는 것을 막아놓은 집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와에 서까래와 부연까지 올려진 한옥의 전통 방식을 따르고 있다.

 

 비록 굴도리가 아닌 납도리위에 올려져있지만 그 또한 각진 기둥과 더불어 여기가 고래등같이 부잣집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살던 곳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집 처마에 함석으로 빗물받이를 대어 근현대적 모습을 보여준다.

 

 

<기왓집이 낡아 기와 사이로 빗물이 든 모양이다. 방수 목적으로 천을 덧씌웠다>

 

 

<처마 밑으로 빗물받이가 있다. 이런 것이 기왓집을 조선시대 집이 아니라 근대의 집으로 보이게 한다>

 

 

 사람이 살아야만 집 또한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 보존 될 수 있다.  재개발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 휑한 집들은 대낮이지만 빛을 잃고 을씨년스럽게 다가왔다.

 

 

<이미 이사가 버려 텅비어 있는 집이다>

 

 

<폐가들이 다들 그렇겠지만 잡동사니들이 놔뒹군다. 집의 배치가 예전에 읽은 몽실언니 류의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ㄷ“자 형태임을 보여주는 내부구조이다. 낡은 지붕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대조적이다>

 

 

 마포에 공덕역은 5, 6호선이 개통되고 최근 공항철도역까지 개통되면서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예전에 노래로 유명한 마포종점도 있었다는 이 동네니, 공덕 시장과 더불어 자연히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리라.
 인구는 늘어나고, 발전하는 사회에 발맞춰 주거환경도 개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경복궁, 창덕궁만 보존해야하고, 사대문 안의 양반들이 살던 집만 보존해야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정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짓고, 아버지 어머니가 유년시절을 보낸 그런 집들을 보존하는 것이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KTX열차 객실에 비치된 '월간 KTX 3월호'에 보면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서촌이 재개발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전통 기와집과, 일식 가옥과, 6∼70년대 집들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건축 박물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도 그렇지 않는가?

 

 

<낡은 집 뒤로 보이는 높은 건물이 대비되어 여러 가지 마음을 떠오르게 한다>

 

 

 

 

 

 

  

글 /  오동명  국민건강보험공단 블로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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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닐라로맨스 2012.03.31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저곳도 곧 재개발이 되려나요?

  2. 월억바이러스 2012.03.31 1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포에는 아직도 이런집이..? 하는 곳이 좀 있답니다.

 

 10년 전 구두를 꺼냈다. 

 한기를 내뿜는 바람이 무서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꽁꽁 중무장을 해야 하는 12월 어느 날이었다.

 

 뾰족한 구두코에 리본 장식이 달린 빨간색 정장 구두였다.

 

 큼지막한 리본이 살짝 ‘클래식’(영화 ‘클래식’에서 여주인공은 촌스럽다는 말 대신 ‘클래식’하다고 표현했다. ^^)했지만 이 겨울에는 어쩐지 복고스타일로 치장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

 그때 나는 온통 붉은색 에너지로만 세상을 살았던 20대의 끝자락이 못내 아쉬워서 빨갛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 잘 신지도 않은 구두를 덥석 사고 말았다.

 

 그러나 새 구두 때문에 발뒤꿈치가 벌겋게 까지고 물집이 잡혀 연신 밴드를 붙여대기 바빴다.  발뒤꿈치가 까져서 깨금발로 절뚝거렸지만 그래도 딴엔 열심히 신고 다녔다.

 

 그러나 뒤꿈치의 시뻘건 아픔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덧댄 밴드를 교체해주는 것에 와락 싫증이 나자 이내 그 구두는 외면을 받고 말았다.  그렇게 빨간색 뾰족구두는 신발장 구석 한편에서 10년 동안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 뾰족구두를 다시 신게 된 것은 갑작스러웠다.

 

 신발장을 정리하던 중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구두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굽도 새로 갈고 깨끗하게 닦아 광택이 더해지니 ‘클래식했던’ 구두가 제법 괜찮아 보였다.  버려지지 않은 것에 감사라도 하듯 그 뾰족구두는 반짝반짝 빨간 윤기를 더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10년 동안의 강제적 칩거였으니 오죽했으랴.

 

 10년 후 다시 신게 된 그 뾰족구두는 여전히 발뒤꿈치의 아픔을 안겨준다.

 1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양 뒤꿈치에 밴드를 붙인다. 순간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왜 나는 뾰족구두를 버리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10년 만에 우연히 발견된 구두는 새 단장을 거치면 다시 그 사용가치를 회복할 수 있었다. 

 10년 전 그 구두를 신고 걸었던 출근길,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그저 어슴푸레할 뿐이다.

 이십 대의 치열한 감정만 떠오를 뿐 그 기억을 아무리 닦아보고 또 윤기를 더하려 해도 새롭게 단장이 되지 않는다.

 

 10년 전과 달리 이제 나는 구두를 신기 위해 다시 밴드를 찾지 않는다.

 

 10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연약했던 내 뒤꿈치가 어느덧 굳은살로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뾰족구두는 10년의 세월 속에 정지되어 있었지만, 나의 뒤꿈치는 그 시간만큼 강해졌다.

 삶은 그렇게 보내온 시간만큼 쌓이는 경험만큼 맨살의 멍에를 서서히 풀어주는 것 같다. 

 

 

 

 

글 / 김남희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일러스트 /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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