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한데 법정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고 했다. “진정한 인연은 최선을 다하되, 스치는 인연은 그냥 흘러가게 놔두라”라고 했다.


스님의 말씀처럼 인연이 너무 헤프면 그 인연들로 상처가 생기고, 그로 인해 마음도 흐려진다.


때로는 과한 인맥으로 삶의 귀한 시간이 낭비되기도 한다. 인맥은 분명 삶의 든든한 자산이지만,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만사에 적용되는 경구다. 인맥도 지나치면 삶의 균형이 깨진다. 적재 중량을 초과한 화물차가 자칫 균형을 잃는 이치다.



인맥도

빅뱅 시대다


SNS는 소통의 혁명이다. 온라인은 커피 한 잔 나누지 않아도 친구가 되는 거대한 만남의 광장이다. 페이스북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일명 ‘좋아요’ 부대를 거느린 인기인 중에는 전업주부, 젊은층, 중장년층 직장은 물론 연령대도 다양하다. 기껏 ‘좋아요’ 스무 개를 맴도는 나로서는 온라인 인맥 노하우도 궁금하다.



한데 이런 생각도 스친다. 저렇게 많은 사람과 소통하려면 하루 얼마의 시간, 얼마의 마음을 쏟아야 할까? 저들은 친구일까, 아니면 그냥 사이버상의 관계일까? 클릭 수가 궁금해 밤잠을 설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냉정히 표현하면 온라인 친구의 절반 이상은 친구 같으면서도 친구 아닌 관계다. 


인맥은 분명 자산이다. 인맥은 기회가 되고, 힘이 되고, 벗이 된다. 또 인맥은 그가 누구인지를 명쾌히 짚어준다. 당신이 누구인지 아리송하면 당신의 주변 사람을 둘러보면 된다. “우리를 현명하게 만드는 기본 요소 두 가지는 우리가 읽는 책과 교류하는 사람이다.” 미국 작가 찰스 존슨의 말이다.



나쁜 인맥은

부실자산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남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맞는 말이다. 사람은 분명 가장 귀한 자신이다. 한데 과함은 부족함과 같다. 때로는 인맥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인생에는 사람만 남는 게 아니다. 지식도 남고, 업적도 남고, 명예도 남고, 때로는 돈도 남는다.



귀중한 시간을 과한 인맥으로 낭비하지 말자. 음식은 적당히 먹어야 맛있고, 건강에도 이롭다. 다다익손(多多益損), 때로는 많을수록 손해 보는 것도 있다. 관계는 가끔 상처를 낸다. 인맥이 얽히고설킬수록 생채기가 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세상 사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은 탓이다. 하기야 내 마음이 세상의 기준이란 법도 없다.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빗방울만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미련 없이 비워버린다.” 정호승 시인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인의 표현답게 울림이 큰 글이다.


감당치 못할 빗방울을 담으려 욕심을 부리면 연잎 스스로가 찢기고 줄기까지 꺾인다. 자신의 상황과 그릇에 맞는 인연, 그리고 인맥을 담자. 좋은 인맥은 값진 자산이지만 나쁜 인맥은 부실자산이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人)테크’를 하자


석가모니는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묶은 새끼줄에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했다. 당신이 오늘 교류한 사람들을 보면 언젠가 당신에게서 향내가 날지, 비린내가 날지 얼추 짐작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닮고 싶은 사람 곁에 머물러라. 향을 담고 싶으면 그 향 가까이 가는 게 상책이다. 무조건 동조하고 맞장구만 쳐주는 친구는 경계하자. 위로는 달콤하지만, 맷집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마음이 흐린 사람이 귀에 솔깃한 말은 잘하는 법이다.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은 두루두루 어울리되 중심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상대의 흠은 자신을 돌아보는 반면교사로 삼고, 이왕이면 당신의 길과 배움, 세상을 널리 보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과 인연을 맺어라.


좋은 인연은 나이를 초월한다.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35년을 뛰어넘은 망년지우(忘年之友)였다. 세상만사 너무 넓으면 얇아진다. 바쁘다는 것의 가치는 중립적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바쁘냐다.


인맥의 과부하를 경계하라. 세상에는 정성을 쏟아야 할 일이 즐비하다. 시간은 당신을 무작정 기다리지 않는다. 허송세월로 보내면 10년도 그냥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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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야심가의 위선이거나 노예근성의 비굴함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 그의 눈에 비친 겸손은 다소 비아냥적이다. 하기야 겸손이 인간의 본능은 아닌 듯도 하다. 맹자는 인간의 심성이 본래 선하다는, 이른바 성선설(性善說)의 근거로 사양지심(辭讓之心)을 꼽는다. 인간은 남에게 양보하고, 겸손하고자 하는 성품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겸손은 일종의 ‘가면’이다. 겸손은 뭔가를 얻으려는 속셈으로 스스로를 일부러 낮추는 행위다. 맹자가 옳은지, 스피노자가 옳은지 정답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마찰이 사유의 공간을 넓힌다. 그게 철학이 인류에게 선사한 귀중한 선물이다.

  

 

과욕은 불행을 잉태한 씨앗

 

사실 세상은 겸손한 자보다 야심가들이 주도한다. 전쟁도, 물질도, 혁신도 세상의 역사는 대부분 야심가들이 쓴다. 그러니 어찌보면 세상의 역사는 야심가들의 스토리다. 어떻게 전쟁을 승리해 영토를 넓히고 권력을 키웠는지, 어떻게 기업을 일궈 막대한 돈을 벌었는지, 어떻게 창의적 아이디어로 혁신을 선도했는지에 관한 얘기다. 그러니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청춘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다.

 

삶은 구함의 연속이다. 물질을 구하고, 명예·권력을 구하고, 사랑을 구하고, 인기를 구한다. 구함은 희비가 갈리는 교차점이다. 그 교차점에서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좌절한다. 욕구는 맥주의 거품 같은 것이다. 거품 빠진 맥주는 고유의 맛을 잃는다. 욕구는 삶에 맛을 내주는 또다른 거품이다. 욕구 없는 삶은 거품 빠진 맥주만큼이나 밋밋하다. 

 

만이불일(滿而不溢). ‘가득 차면서도 넘치지는 말라’는 뜻으로 효경에 나오는 말이다. 차면서도 넘치지 않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 욕심은 만족을 꺼린다. 구해서 얻어도 또 구하고 싶어한다. 영혼의 허기는 과한 욕심의 틈새에 끼어든다. 그 허기가 수시로 불행을 끌고 온다. 과욕은 불행을 잉태한 씨앗이다. 만족이 멀어지면 불행은 그만큼 가까워 진다. 세상에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것은 만족 앞에 높고 단단한 장벽을 세워두기 때문이다. 성숙한 삶은 높고 두터운 장벽을 허물고 무언가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다.

 

 

비워야 보이는 것들

 

명품연기는 차지만 넘치지 않는다. 과함의 억제가 바로 프로연기다. 세상사의 이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겸손이 지나치면 비굴해 보이고, 관심이 과하면 간섭이 되고, 용기도 선을 넘으면 만용이 된다. 그러니 멈춰야 할 선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바로 삶의 품격이다. 높이 오르면 주변을 살피고, 배움이 많으면 교만을 낮추고, 가진 게 많으면 베품을 생각하고, 욕망이 지나치면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만이불일(滿而不溢)은 공자의 과유불급(過猶不及)과 길이 통한다. 춘추좌전은 ‘교만하면서도 망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驕而不亡者, 未之有也)고 꼬집는다. 

 

살다보면 넘치고 싶은 충동이 수시로 마음에 펌프질을 해댄다. 분노를 토해내라고, 맘껏 헐뜯어보라고, 자신을 좀 과장하라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라고…. 하지만 급박한 충동의 펌프질엔 맞대응을 피해야 한다. 그 땐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잠잠함으로 그 충동을 마주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가 보이고, 길이 밝아진다. 흔히 마음공부는 뺄셈이라고 한다. 세상엔 비워야 보이는 것들이 널려 있다. 지혜도 채움보다는 비움에서 온다. 잠잠함과 비움은 지혜가 자라는 최적의 토양이다.

 

  

넘칠수록 낮아지는 (格)

 

급하고 넘칠수록 사람의 격(格)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니 꾸지람을 해도 견뎌낼 높이를 재봐야 하고, 물질을 탐해도 취한 경로가 선(善)한지 고민해야 하고, 친구를 만나도 과한 인맥이 오히려 영혼을 혼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삶은 교차로다. 어디로 가고, 언제·어디서 멈출 지를 항상 곱씹어봐야 한다. 원래 뿜어내는 향기보다 우러나는 향기가 더 그윽하고 멀리 가는 법이다. 삶의 향기도 마찬가지다.

 

겸손도, 용기도, 욕심도 도를 넘지 않는 게 좋다. 그게 균형이고, 그게 성숙이다. 채우되 넘쳐 흘려버리지 않는 것이 충만한 삶, 격있는 삶이다. 눈물이 지나쳐도, 분노가 지나쳐도, 나무람이 지나쳐도, 걱정이 지나쳐도 지나친 건 넘치지 않고 꽉 채워진 것만 못하다. 공자의 과유불급이 시대를 초월한 명언인 이유다. 과함이 없는 삶이 우아하고 향기를 우려낸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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