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확산세가 가라앉는 듯했다가 다시 신규 확진자와 격리자 등이 추가로 계속 나오면서 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달 후반부 들어 발생한 환자들 중에는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14일이 지난 뒤 확진받은 경우가 일부 있다. 잠복기 이전에 이미 증상이 나타났는데 환자 스스로 잘 느끼지 못해 검사가 늦어졌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해도 사람마다 발병 시기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에게 본격적으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바이러스가 환자의 몸 속에서 조용히 잠복하는 기간이 개인별로 다르다는 얘기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주요 이유로 면역력 차이를 꼽는다. 

 

 

 

 


‘잠복기(incubation period)’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에 감염된 뒤 몸에 병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서 발병한 양상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잠복기가 2~14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온 날부터 이르면 2일째, 늦으면 14일째에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침입한 뒤 한동안 잠복기를 갖는 이유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다. 스스로의 힘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바이러스는 이 숙주 저 숙주를 옮겨 다녀야 한다. 한 숙주 안에서만 살다 숙주의 면역체계와의 싸움에서 밀리거나 숙주가 생명을 잃어버리면 바이러스 역시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호흡기를 통해 침투에 성공한 초기엔 대개 극소량이다. 이 상태에선 다른 숙주로의 이동은커녕 수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숙주 체내에 있는 면역세포들과의 전쟁에서도 전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호흡기 내부의 세포 안으로 숨어들어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여러 개로 복제한다. 이 과정을 과학자들은 ‘증식’이라고 부른다. 


바이러스가 증식에 열중하고 있는 이 기간이 바로 잠복기다. 이 시기엔 바이러스가 좀처럼 숙주의 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일단 자리잡은 숙주 안에서 자신의 세력부터 탄탄하게 구축해놓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잠복기 동안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라도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의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 바로 이 때문이다. 


 

 

 

 

충분히 증식했다 싶으면 바이러스는 생존 환경을 넓히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다른 숙주를 찾아 현재 숙주의 몸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바이러스의 대표적인 이동 경로가 바로 기침이다. 숙주에게 기침을 하게 만들면 침이나 가래 속에 섞인 채 현재 숙주의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잠복기가 지난 바이러스 감염자에게서 기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이유다. 

 

숙주 체외로 빠져나가는데 성공한 바이러스가 침방울(비말)에 둘러싸여 있으면 일반적으로 20여분 정도는 너끈히 생존한다. 그 사이 ‘운 좋게’ 새로운 숙주의 호흡기로 침투하면 다시 잠복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을 손이나 물건 등으로 접촉한 사람은 바이러스에게 이런 방식으로 전파 기회를 주게 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평균 6, 7일 정도다. 국내에서 확산 중인 메르스 바이러스 역시 예외가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감염 후 1주일 안팎에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의료계는 파악하고 있다. 평균 잠복기는 1주일 내외일지라도 실제로는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주된 원인은 개인별로 평소 갖추고 있는 면역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잠복기에 바이러스가 호흡기 세포 안에서 증식을 시도하기 시작하면 숙주인 인체의 면역체계는 이를 외부 물질의 침입 신호로 감지한다. 그러면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아예 제거하기 위한 공격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이 치열할수록 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하는 데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면역세포가 많거나 강력한 사람에서는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길어진다는 얘기다. 반대로 평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잠복기가 짧고 발병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혹 어떤 경우는 숙주의 몸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면역체계가 아예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해버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잠복기만 있을 뿐 발병하지 않고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기자 

(도움말 :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최영기 충북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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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자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메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메르스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는 감기나 폐렴과 비슷한 감염병으로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예요('코로나'는 왕관이라는 뜻으로 바이러스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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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환자가 확인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지난 2002~2003년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유행하며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과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편에선 불안감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접 중동을 방문하거나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메르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14일임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메르스로 확진 된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난 뒤부터 만났던 주변 일반인들에게서 다음달 초까지 별다른 증상이 보이지 않으면 사실상 확산은 통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메르스 발병이 중동 방문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일반인들 역시 평소 예방법은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난 20일 국내에서 확인된 첫 메르스 환자는 68세 남성으로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바레인에 머물렀다. 이후 입국 7일 뒤인 이달 11일 열이 나고 기침을 하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고, 18일 입원한 뒤 20일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메르스의 초기 증상은 발열과 기침, 오한, 인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 독감과 비슷하다.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호흡곤란이나 폐렴, 신부전 같은 합병증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이나 암 같은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메르스가 치명적일 수 있는 주요 이유도 이 같은 합병증 때문이다.

 

세계 첫 메르스 환자는 2012년 9월 보고됐다. 이후 지난달 18일까지 23개국에서 1,123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464명이 사망했다(유럽 질병통제청 기준). 감염 환자의 97.8%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메르스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중동 이외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 등에서도 환자가 나오고 있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다. 일반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정도로 크게 치명적이지 않지만, 메르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긴 변종이다. 사스 역시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동 지역의 동물, 특히 낙타나 박쥐의 몸 속에 들어가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형태로 바뀌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오만과 이집트에선 낙타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항체가 발견됐고, 카타르에선 메르스 환자가 접촉했던 낙타를 추적한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RNA)가 검출됐다. 때문에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을 매개하는 주요 숙주라는 추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스처럼 크게 유행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메르스는 사스에 비해 확산 속도가 훨씬 더뎌 광범위하게 퍼질 가능성은 적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스는 1차 감염자의 침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 2차 감염을 쉽게 일으키지만, 메르스는 1차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했을 경우에만 2차 감염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레인을 다녀온 남성이 국내 첫 메르스 환자로 확인된 뒤 발생한 2~4번째 감염자는 이 남성의 가족이거나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다.

 

또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감염자의 몸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와 입국할 때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객들을 보건당국이 별도로 추적관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입국 당시만 해도 이 남성에게선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입국 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 이 남성이 병원 세 곳을 옮겨 다니며 진료를 받았다는 점이다. 접촉 강도나 거리 등에 따라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옮겨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보건당국은 병원을 오가며 이 남성과 밀접하게 접촉한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확산 가능성이 낮다 해도 비즈니스나 여행 등으로 중동을 오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메르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더구나 메르스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환자에 따라 증상을 줄여주는 대증적 치료법을 적용하고, 합병증 역시 마찬가지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호흡곤란을 호소할 땐 인공호흡기를 동원하고, 세균 감염이 의심되면 항생제를 쓰며, 신부전이 생길 경우엔 투석을 시행할 수도 있다.

 

메르스 때문에 중동 지역의 여행이 아직 제한되진 않고 있지만,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어린이, 임산부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되도록 중동 여행을 자제하는 게 좋다. 암이나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중동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낙타를 비롯한 동물을 직접 접촉하지 말고,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나 낙타유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 현지에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도 밀접하게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손 씻기 같은 위생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 기자

(도움말 : 질병관리본부,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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