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최근 선정한 ‘12월의 식재료’는 팥ㆍ고구마ㆍ쇠고기다. 이중 팥은 동지 팥죽의 주 재료다. 우리 선조에게 동지(冬至)는 태양이 죽음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이날 이후 낮이 다시 길어져서다. 해의 ‘생환’을 반겼고, 축제를 벌였다. 축제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팥죽이나 시루떡을 만들어 드셨다. 민간에선 동지를 ‘작은 설’로 쳤다. 아세(亞歲)라 불렀다. 동지 팥죽에 자기 나이대로 새알심(새알 모양의 떡)을 넣은 것은 그래서다.

 

 

 

 

올해는 중동지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오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中)동지, 하순이면 노(老)동지다. 우리 조상은 애동지엔 팥죽을 쑤지 않았다. 팥죽을 먹이면 자녀에게 질병 등 악운이 따른다고 여겨서다. 대신 팥시루떡을 해 드셨다. 동짓날 팥으로 죽이나 시루떡을 만든 것은 붉은색의 팥이 악귀나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믿어서다. 양의 색깔인 붉은 색이 귀신(陰鬼)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팥은 콩과 사촌간이다. 콩이 대두(大豆, soybean)라면 팥(small red bean)은 소두(小豆)ㆍ적두(赤豆)ㆍ홍두(紅豆)다. 영양적으론 비타민 B1ㆍ사포닌ㆍ안토시아닌ㆍ식이섬유 등이 풍부하다. 곡류ㆍ두류 가운데 비타민 B1이 가장 많이 든 것이 팥이다. 이 비타민은 탄수화물 대사를 도와 신체에 활력을 주고 스트레스ㆍ피로를 풀어주며 신경을 안정시킨다.

 

 

 

 

사포닌은 부기 제거에 효과적이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팥이 부종(浮腫)을 없애준다’는 대목이 있다. 사포닌은 팥을 우려낸 물에서 거품이 일게 하는 성분이다. 과거 양반가에선 팥을 갈아 가루로 만든 뒤 이것으로 얼굴을 씻었다.  팥이 부기 완화에 유익한 것은 사포닌의 이뇨ㆍ소염 효과 덕분으로 여겨진다. 팥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의 체외 배설을 도와 음식을 짜게 먹은 다음날 얼굴이 통통 붓는 것을 완화시켜 준다.

 

안토시아닌은 팥의 껍질에 풍부한 붉은 색 색소 성분이자 항산화 성분이다. 팥죽을 끓일 때는 철제 냄비를 피하라고 권하는 것은 안토시아닌과 철이 반응해 냄비가 검어질 수 있어서다. 식이섬유는 변비와 비만 예방에 이롭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또 혈당을 빠르게 올리지 않아 당뇨병 환자에게도 이롭다. 팥의 식이섬유는 껍질 부위에 집중돼 있다. 팥죽을 쑤기 위해 껍질을 벗기면 식이섬유가 대폭 줄어든다.

 

팥은 맛이 달지 않다. 팥죽을 끓일 때도 설탕ㆍ소금을 약간 넣어야 입맛에 맞는다. 팥을 잘 말린 뒤 항아리에 넣어 시원한 곳에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고구마는 뿌리ㆍ줄기ㆍ잎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영어로 ‘sweet potato(단 감자)이고, 별칭이 감저(甘藷)여서 감자와 가까운 사이로 오인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감자와는 별개의 작물이다. 감자의 식용부위는 줄기인 데 고구마는 뿌리다. 속이 노란 고구마의 대표 웰빙 성분은 베타카로틴이다. 100g당 베타카로틴 함량이 113㎍에 달한다. 중간 크기 한 개를 먹으면 베타카로틴의 하루 필요량을 채우고도 남는다. 몸속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은 항산화ㆍ항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노란 속살이 짙을수록 베타카로틴이 더 많다.

 

호박고구마라고 불리는 노란색 고구마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지만 자색 고구마엔 보라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많다. 안토시아닌도 베타카로틴처럼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고구마엔 비타민 C도 꽤 많이 들어 있다. 고구마를 즐겨 먹으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며 기미ㆍ주근깨가 사라진다”는 말은 비타민 C 함량이 높다는 데 근거한 것이다. 고구마의 비타민 C는 전분(녹말)에 둘러싸여 있어 가열해도 손실량이 적다.

 

 

 

 

어린이의 성장을 돕는 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은 옥수수ㆍ쌀보다 높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100g당 0.9g) 식이섬유의 구성이 이상적인 것도 돋보인다. 고구마 식이섬유의 절반은 변비ㆍ대장암ㆍ비만 예방을 돕는 불용성(不溶性), 나머지 절반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펙틴 등 수용성(水溶性)이다.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설시켜 고혈압 환자에게 이로운 칼륨도 많다(100g당 429㎎). 고구마는 단맛이 감자보다 강하지만 혈당을 높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당지수(GI)는 55로, 감자(70∼80)보다 낮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간식거리론 고구마가 감자보다 낫다는 의미다.

 

열량은 100g당 128㎉로 감자(66㎉)보다 두 배 가량 높다. 군고구마의 맛이 기막힌 것은 고구마에 열을 가하면 녹말이 당분으로 변해 단 맛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굽는 온도를 60도 가량으로 유지하면 절정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당분이 녹말로 바뀌어 단맛이 줄어든다. 고구마는2∼3개씩 신문지ㆍ비닐봉지 등에 잘 싸서 실온에 두거나 채반 또는 양파망 등에 넣어 어둡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두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이다.

 

 

 

 

쇠고기는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급 요리의 재료로 쓰인다. 우리 국민이 돼지고기ㆍ닭고기 다음으로 많이 먹는 육류다. 영양적으론 고(高)단백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이 100g당 15.2(목심)∼21.3(양지)g이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살과 피를 구성하고 면역물질ㆍ호르몬 등의 원료가 된다.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쇠고기를 권장하는 것은 그래서다.

 

쇠고기는 지방 함량은 부위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갈비ㆍ등심이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은 부위에 속한다. 쇠고기의 지방은 살(근육) 사이에 고루 퍼져 있어 근내 지방(마블링)이라 부른다. 쇠고기의 영양상 약점은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상당량 들어 있다는 것이지만 쇠고기의 지방 모두가 포화지방인 것은 아니다.

 

 

 

 

쇠갈비 100g당 14.9g이 지방인데, 이중 포화지방은 6.4g, 불포화지방(혈관건강에 유익)은 8.5g이다. 쇠고기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당 55∼70㎎이고, 우리 정부가 정한 콜레스테롤의 하루 섭취 제한량은 300㎎이다. 포화지방ㆍ콜레스테롤이 많은 쇠고기 등 적색육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질환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적당히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쇠고기 등 붉은 살 고기를 과다 섭취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적색육을 2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도 적색육의 섭취를 주당(週當) 500g 이하로 줄이라고 권장했다.

 

쇠고기는 마블링이 섬세하고 육색은 선홍색, 지방색은 우윳빛이 돌면서 선명한 것이 양질이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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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단팥빵인 도라야키는 둥글납작하게 구운 반죽 사이에 팥소를 넣어 만든다. 최근 개봉한 일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일본 단팥빵 도라야키를 통해 사람들이 서로 교감을 나누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출처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포스터 >

 

 

중년 남성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는 홀로 작은 가게에서 도라야키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 지긋한 할머니 도쿠에(기키 기린)가 찾아와 아르바이트를 청한다. 센타로는 고령인데다 몸도 불편해보여 채용을 꺼리지만, 그녀가 놓고 간 팥소를 먹고 생각을 바꾼다. 달기만 한 업소용 단팥과 달리, 도쿠에 할머니가 몇 시간 동안 정성들여 만든 팥소는 깊고 은은한 단맛이 났기 때문이다.

 

 

 

< 출처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의 도라야키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가 한센병을 앓았고, 평생 한센병 환자만을 수용하는 요양원에서 생활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센타로의 도라야키 가게는 위기를 맞는다.

 

 

 

< 출처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올해 제68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사람과 세상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 출처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특히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일본식 단팥빵 도라야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력을 더하고 있다. 반죽이 둥글납작하게 구워지는 모습이나, 딱딱하던 팥알들이 서서히 익어가며 팥소가 되는 모습 등이 관객들로 하여금 군침을 자아낸다.

 

 

 

< 출처 :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

 


여름에는 시원하게 팥빙수로, 겨울에는 따뜻한 팥죽이나 붕어빵으로 즐겨먹는 팥! 특유의 단맛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강식품 팥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팥은 혈관질환 개선에서 좋은 음식이다. 팥에는 혈관 내에 쌓인 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사포닌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관을 튼튼하게 만드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팥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피를 맑게 해주어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질환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팥은 콩류 중에서 폴리페놀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으로, 평소 혈압이 높거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이 꾸준히 섭취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팥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칼로리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아 조금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볶은 팥으로 만든 차를 자주 마시면 체중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팥 껍질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이뇨작용 효과가 뛰어난 성분으로, 체내에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몸 안에 수분이 과도하게 쌓여 지방이 쉽게 축적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팥은 고구마나 과일보다 많은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변비예방은 물론 변비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팥은 부종 완화에도 좋은 음식이다. 팥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칼륨은 나트륨을 분해해 염분으로 인한 붓기를 완화시켜 준다. 평소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해 얼굴이나 몸이 자주 붓는 경우 팥을 먹으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팥은 곡류 가운데 비타민 B1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식품이다. 우리 몸에 비타민 B1이 부족해지면 당질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피로물질이 쌓이게 되는데, 이때 팥을 충분히 섭취하면 피로의 원인이 되는 당질 연소 찌꺼기의 양이 줄어들어 몸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팥은 비타민 B1 이외에도 비타민 A와 B2, 칼슘, 인, 철분, 식물성 섬유 등이 많이 들어있어 영양적인 균형도 뛰어나다.

 

 

 


팥은 라이신과 트립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라이신은 골격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트립토판은 혈압 조절과 갱년기 증상 완화, 수면 유도에 효과적이다. 팥에는 우유의 100배가 넘는 철분이 들어있어서 빈혈이 있거나 생리 중인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출산 후 팥 삶은 물을 마시면 산모의 모유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팥은 예로부터 각기병의 특효약으로 이용되어 왔다. 비타민 B1 결핍증의 일종인 각기병은 정제된 쌀을 주식으로 먹는 경우에 흔히 나타나는 질환으로, 식욕저하와 체중감소, 무기력증, 단기 기억력 상실, 소화기계 통증, 근육 약화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팥은 현미보다 비타민 B1 함량이 높은 식품으로, 쌀이나 잡곡과 혼합하여 꾸준히 섭취하면 각기병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팥에는 그램당 2.5mg의 프로안토시아닌이 들어있다. 프로안토시아닌은 비타민 C의 50배, 비타민 E의 20배가 넘는 항산화 성분이다.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고,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파괴를 방지해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팥은 피부미용에도 좋은 곡물이다. 팥에 함유된 비타민 B1과 B2는 세포재생을 돕고, 팥 껍질에 풍부한 사포닌은 미세한 거품을 일으켜 모공에 축적되어 있는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팥을 갈아 물을 섞어 얼굴에 문지르는 방법으로 천연비누 겸 각질 제거 기능을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팥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기미와 주근깨 등 피부의 멜라닌 색소를 줄여주고 피부를 맑게 해주는 미백효과가 뛰어나다. 팥을 삶은 물로 세안을 하거나 팥가루로 팩을 하면 피부 보습과 항노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팥은 탈모예방에 좋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탈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피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발생할 탈모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경우 팥을 꾸준히 섭취하면 혈액순환이 개선돼 두피의 모세혈관에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주어 모발이 자라기 좋은 상태로 바뀌게 된다.

 


글 / 여행작가 권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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